'돈나무 언니' 캐시 우드가 이끄는 아크인베스트에서 투자금이 대거 빠져나가고 있다. 아크 인베스트가 거듭 손실을 내면서 투자자들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들어 아크인베스트가 운용하는 6개의 상장지수펀드(ETF)에서 22억달러(약3조100억원)가 순유출됐다. 같은 기간 6개 펀드의 총 자산은 30% 감소한 111억달러(15조2000억원)로 줄었다.
해당 펀드의 총자산은 지난 2021년 초 590억달러에 달해 액티브 ETF 중 세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특히 아크인베스트는 코로나19 팬데믹동안 테슬라, 줌, 로쿠와 같은 혁신적인 기술주에 베팅하며 투자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2020년 한 해에만 아크의 액티브펀드가 끌어들인 신규 투자자 자금은 200억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고강도 긴축에 나서며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손실이 지속되자 투자자들이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서비스업체 모닝스타에 따르면 지난 10년 아크의 주력 펀드들의 손실 규모는 143억달러(약 19조5800억원)에 달했다.
올해 AI 열풍이 이어지고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조성되며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는 연초 대비 7% 가까이 오른 반면 아크인베스트의 주력 펀드 6개 수익률은 16% 하락했다.
데이터제공업체 베타파이의 토드 로젠블루스 리서치 책임자는 “충성도가 높은 투자자들이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며 “올해는 성장과 혁신적인 기술에 투자하는 아크의 스타일에 유리한 해가 될 수 있지만 펀드가 실적이 저조한 기업에 집중돼있다”고 지적했다.
WSJ은 아크인베스트의 펀드가 소수의 종목에 집중돼있어서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분석했다. 일례로 주력 ETF인 이노베이션ETF에는 7개의 종목이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갖는 테슬라 주가는 올해 40% 넘게 급락했다. 그러나 우드는 테슬라 저가 매수에 나서며 향후 5년 안에 주가가 20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또 다른 상위 보유 종목인 TV 스트리밍업체 로쿠와 유니티소프트웨어 주가는 각각 33%, 44%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가 낮아 투기적 투자가 성행했을 때 아크인베스트의 펀드 수익률도 급등했지만 연준이 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수익률이 눈에 띄게 하락해서 위험이 큰 투자처라고 경고했다. 일부는 아크인베스트가 우드의 직관에 지나치게 의존한다고 지적한다. 모닝스타의 로비 그린골드 애널리스트는 “우드가 여전히 회사의 핵심 인물”이라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데 있어 그의 본능에 의존하는 것은 골칫거리”라고 주장했다.
우드가 엔비디아 주가 폭등 직전인 지난해 1월 포지션을 매도한 점을 문제 삼는 시각도 있다. 그 후 엔비디아 주가는 약 4배 올랐다. 아크인베스트 대변인은 우드가 약 10년 전에 엔비디아를 최초 매수해 상당한 이익을 얻었지만 엔비디아의 밸류에이션이 지나치게 높아지고 인공지능(AI) 생태계에 있는 다른 기업들이 높은 상승 잠재력을 지녀서 엔비디아 지분을 매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드는 가상자산 관련 투자에서는 보다 나은 성과를 보고 있다. 우드는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향후 350만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는 등 비트코인 강세론자로 알려져 있다. 비트코인 가격을 추종하는 아크의 패시브ETF는 25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유치했다. 또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 주가는 지난 1년 동안 네 배 올랐다. 다만 2021년의 최고점에 비해서는 약 47% 낮은 수준이다.
최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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