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후 변화하는 중동 권력 지도
“1979년 이후 이란은 신정 체제였지만, 현재는 군사 국가로 변모하고 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 이후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주요 정치 세력에서 사실상의 통치자로 변모했다. 이러한 변화는 무즈타바 하메네이가 최고 지도자로 임명된 이후 일어났다.”(더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전쟁 후 이란 정권은 악화된 방향으로 바뀌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은 혁명수비대가 더욱 강력한 역할을 하는 군사화된 이란의 모습을 보여주게 됐다.”(월스트리트저널)
글로벌 주식시장은 이미 종전이 된 것처럼 상승세를 나타내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전쟁으로 중동 권력 지도가 재편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미 이란은 과거 ‘신정 정치’에서 더 강경한 ‘군사 정권’으로 바뀌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리가 알던 이란과 중동의 모습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8일 공개된 ‘이기자의 취재수첩’에는 중동 전문가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가 출연해 전후 이란의 권력 구도에 대해 분석했다.
◇트럼프의 결정적인 실수
이번 전쟁에 대해 박 교수는 “이란을 베네수엘라와 똑같이 생각한 것이 미국의 결정적인 실수”라고 말했다. 지도부만 제거하면 아래가 무너질 거라고 봤는데, 이란은 전혀 다른 나라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 전복을 너무 쉽게 성공시킨 것이 화근이었어요. 너무 쉽게 성공하니까 미국 군사력에 대한 과신이 생겼고, 이란도 비슷하게 될 거라고 본 겁니다.”

그는 “이란은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나 카다피의 리비아, 북한과도 다르다”고 말했다.
“그 나라들은 지도자 한 명이 무너지면 체제가 무너집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만 무너지면 끝납니다. 하지만 이란은 하메네이 가문이 무너져도 무너지지 않아요. 한 10년 전 하메네이가 아들 모즈타바를 후계자로 만들려 한다는 소문이 돌았을 때, 당시 대통령 하산 로하니가 공개적으로 ‘우리 이러려고 혁명 한 거 아니다’라고 발언했습니다. 북한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에요.”
◇모즈타바는 살아있나...이란 권력의 역사, 잊혀진 인물 몬타제리
알리 하메네이 사망 후 이란은 10일 만에 그의 아들 모즈타바를 새 최고 지도자로 선출했다. 박 교수는 “전쟁으로 부상을 입었음이 공식 인정된 상황에서 무리하게 모즈타바가 선출된 배경에는 혁명수비대의 입김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모즈타바는 살아있는 것이 맞을까?
“최근 이란의 성지 도시 마슈하드에 이번 전쟁 순교자 벽화가 걸렸는데, 호메이니와 나란히 모즈타바의 그림이 포함돼 논란이 됐습니다. 산 사람을 순교자 그림에 넣은 게 실수인지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민감한 시기에 나온 일입니다. 그러나 모즈타바의 생사 여부는 현재로선 큰 의미가 없습니다. 현재 혁명수비대가 주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 교수는 이란 현대사에서 가장 안타까운 인물로 그랜드 아야톨라 몬타제리를 꼽았다. 호메이니와 함께 이란 이슬람 혁명의 주역이자, 공식적인 후계자였던 인물이다. 호메이니가 “내 인생의 열매”라고 불렀을 만큼 신임이 두터웠고, 혁명 성공 후 사실상 2인자였다. 그러나 1988년 이란 이라크 전쟁 말기 정치범 대규모 처형에 강하게 비판하며 호메네이와 대립했다. 이로 인해 몬타제리는 후계자 지위를 박탈당했고 가택연금을 당한 상태로 사망했다. 박 교수는 “몬타제리가 후계자가 됐으면 이란이 지금과는 다른 모습일 것”이라고 말했다.
몬타제리가 물러나면서 생긴 후계자 공백을 메우기 위해 호메이니는 최고 지도자 자격 기준을 낮췄다. 그렇게 발탁된 것이 하메네이다. 컨트롤할 수 있는 인물로 봤기 때문이었다. 박 교수는 “호랑이를 키운 것으로, 하메네이는 최고 지도자실과 혁명수비대를 중심으로 권력을 공고히 했다”며 “이란의 하메네이 가문을 대체할 성직자는 차고 넘친다”고 말했다.
/이혜운 객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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