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주차장서 골프백 맡기자 로봇이 집 배송”…부산 서쪽에서 벌어지는 일 [서부산이 뜬다]

박동민 기자(pdm2000@mk.co.kr) 2026. 5. 23.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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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델타시티 마지막 공정 한창
자율주행 버스·순찰로봇 도입…
총 12조원 투입, 정주여건 개선
르노코리아, 미래차 수출기지로
대한항공은 드론 공장 건립나서
지난 3월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 스마트시티에서 열린 자율주행 모빌리티 오픈식에서 로봇이 아파트 단지를 순찰하고 있다. [부산시]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해 골프채를 차량 트렁크에서 꺼낸 서부산 씨(가명)는 로봇에 짐을 맡긴 뒤 주소와 연락처를 남긴다. 주소가 입력된 로봇은 스스로 엘리베이터에 오른 뒤 입주민의 집까지 짐을 안전하게 배송한다. 미래에서나 볼 듯한 이런 장면이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 스마트시티에서는 벌써 펼쳐지고 있다.

서부산이 변하고 있다. 해운대와 수영구 등 동부산에 비해 열악했던 서부산의 정주 환경이 개선되고 기업 투자가 늘어나면서 살기 좋은 서부산으로 바뀌고 있다.

서부산 정주 여건 개선의 중심에는 에코델타시티가 있다. 대한민국 최초의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인 에코델타시티는 서부산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

에코델타시티 사업은 2012년 낙동강 하구의 수변 공간을 활용해 주거와 첨단산업이 공존하는 친환경 수변도시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시작됐다. 한국수자원공사와 부산도시공사가 손잡은 이 사업은 2018년 정부의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로 선정되며 전환점을 맞았다. 자율주행, 로봇, 스마트 헬스케어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을 도시 설계 단계부터 도입하는 대한민국 최초의 실험장이 된 것이다.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 스마트시티에서 지난 4월부터 자율주행버스가 시범 운행되고 있다. [부산시]
강서구 일원 11.77㎢에 조성되는 에코델타시티는 2012년부터 2028년까지 총 6조9973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서부산 최대 신도시로 주택 3만가구와 인구 7만6000명을 수용하는 자족형 수변도시를 지향한다. 녹산·화전·신항배후·사상공업지역 산업단지와 인접해 직주근접성이 뛰어나고 강서선과 부전~마산 복선전철 등 교통망 확충도 예정돼 있다. 김해국제공항과 부산항 신항, 가덕도신공항과의 접근성 역시 강점이다. 여기에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 사업이 병행되면서 변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강서구 일원 2.8㎢ 용지에 지난해부터 2039년까지 5조6000억원을 투입해 데이터 기반 도시 운영 등 25개 혁신서비스를 도입한다.

현재 에코델타시티는 전체 3단계 공정 중 마지막 3단계인 세물머리 구역 공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월 사업지 내 122만㎡(약 37만평) 용지가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된 것은 신도시의 자족 기능을 완성할 신의 한 수로 평가받는다.

이번 특구 지정으로 데이터센터, 친환경 에너지 기업 등에 대한 파격적인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가 가능해졌다. 이로 인해 에코델타시티는 단순한 배후 주거지를 넘어 가덕도신공항과 연계된 글로벌 물류 및 데이터 산업의 거점으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

사업의 최종 준공 목표는 2028년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에코델타시티는 대한민국 스마트시티 기술의 집약체”라며 “기회발전특구 지정을 계기로 우수 기업 유치에 총력을 다해 2028년까지 세계적인 수준의 자족형 신도시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시 강서구에 조성되고 있는 에코델타 스마트시티 조감도. [부산시]
서부산에 기업 투자도 잇따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기업은 르노코리아. 르노코리아는 강서구 녹산산업단지에 있는 부산공장 전기 동력차 설비 증설에 나서며 부산이 미래차 생산 거점으로 전환되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내연기관 중심이던 지역 제조업 구조가 하이브리드와 전기차까지 아우르는 유연 생산 체계로 재편되면서 산업 활성화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르노코리아는 미래차 생산기지를 구축하기 위해 내년까지 1조5000억원(2024년 추정)을 투자할 계획이다. 생산유발효과 12조원과 직간접 고용 9만여 명이 기대된다. 올해 2월 기준 부산공장 누적 생산량은 400만대를 넘었다. 생산 물량 중 약 45%가 수출되고 있다.

부산 강서구 르노코리아가 지난해 2월 내연기관 중심의 생산라인에서 전기차까지 생산할 수 있는 혼류생산 라인 전환을 완료하고 부산공장 공개 행사를 열었다. [연합뉴스]
부산시는 지난 3월 르노코리아와 전기 동력차 생산시설 투자협약을 체결하고 글로벌 모빌리티 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협력에 나섰다. 르노코리아는 부산공장에 전기 동력차 설비를 추가 구축해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모두 생산할 수 있는 유연 생산 체계를 확보할 계획이다. 이는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전동화 흐름에 대응하는 동시에 부산 생산기지의 역할을 확대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르노그룹은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 대한 대규모 현대화에 착수하며 해당 공장을 그룹 내 핵심 수출·엔지니어링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니콜라 파리 르노코리아 사장은 “부산공장 현대화 전략과 액션 플랜이 이미 시작됐다”며 “그 일환으로 내년 2분기부터 파일럿 테스트와 엔지니어링 일부를 부산으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시 강서구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 부산테크센터에서 직원들이 항공기 날개 끝에 구조물을 장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항공은 부산 강서구 부산테크센터에 2000억원을 투자해 무인기 공장을 건립한다. 대기업의 대규모 투자 결정으로 가덕도신공항과 연계한 서부산 미래 항공 클러스터 구축도 속도가 날 전망이다.

부산시는 지난 3월 대한항공 부산테크센터에서 대한항공과 2000억원 규모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대한항공은 이번 투자 결정으로 부산테크센터 내 유휴 용지 3만6363㎡에 연면적 5만2892㎡ 규모 항공우주 신규 공장을 짓기로 했다. 신규 공장은 미래형 무인기 제조를 비롯해 차세대 민항기 부품 생산, 군용기 개조와 성능 개량 등 대한항공의 기존 항공우주 사업을 확장하고 신규 사업에 대응하는 다목적 시설로 활용될 예정이다.

부산시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투자하는 2000억원은 지역 항공우주 분야 투자 유치 중 최대 규모다. 특히 무인기 시장은 방산을 비롯해 인공지능(AI), 물류, 레저, 관광, 재난, 농업 등 다양한 산업 부분과 연계해 지속적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미래 유망 산업이다.

대한항공의 신규 공장은 부산시가 서부산 일대에 추진 중인 ‘부산 미래 항공 클러스터’의 핵심 기반이자 구심점으로도 기대를 모은다. 시는 이번 투자를 시작으로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미래 항공우주 산업의 밸류체인을 창출할 기업의 투자 유치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과 추진 중인 ‘대형 모빌리티 부품 조립 복합공정시스템 개발’ 등 대규모 국가 연구개발(R&D) 과제도 더 탄력을 받게 됐다.

대한항공은 용지 규모 71만7355㎡의 부산테크센터에서 민항기 부품 설계·개발과 제작, 무인기 개발·생산, 군용기·민항기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등을 하고 있다.

대기업 물류센터와 식품기업도 서부산에 잇따라 들어서며 산업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준공된 롯데쇼핑 자동화물류센터는 로봇과 AI를 활용한 영국의 ‘오카도 시스템’을 전국 최초로 도입한 시설로 2000억원을 투입해 연면적 4만1000㎡로 조성됐다. 올 하반기 가동 목표인 BGF리테일 물류센터는 2600억원을 투입해 기업 보유 물류센터 중 가장 큰 규모인 연면적 12만8000㎡로 조성할 예정이다. BGF 물류센터는 K편의점 전초기지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8월 준공한 롯데쇼핑 자동화물류센터는 로봇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영국의 ‘오카도 시스템’을 전국 최초로 도입했다. [롯데쇼핑]
쿠팡은 3000억원을 투입해 첨단 물류 시스템을 도입한 연면적 19만8000㎡ 규모의 물류센터를 올 하반기 준공할 예정이다. 올 하반기 K라면 수출 전초기지로 문을 여는 농심 부산 수출 전용공장은 농심의 AI 첨단 자동공장 기술이 집약돼 관심을 끌고 있다. 이곳에서는 연간 5억개의 라면을 생산해 수출할 예정이다.

지방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R&D센터도 서부산에 들어서며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선박용 크레인 전문회사인 오리엔탈정공은 2024년 7월 부산시와 R&D 캠퍼스 건립을 위한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오리엔탈정공은 에코델타시티 연구용지 내 1만1570㎡ 규모 용지에 국내 조선기자재 업체 최초로 자체 R&D센터를 건립할 예정이다. 또 250억원을 투자해 기술 연구인력 등 80여 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개발 기업인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2024년 11월 강서구에 있는 혁신신약연구원(IDC)에 바이오제약 R&D센터를 열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혁신신약연구원은 외국인 자본이 투입된 부산 최초이자 국내 유일의 첨단투자지구 내 바이오 제약 R&D센터다. 5년간 석박사급 95명을 포함해 정규직 100명 이상을 채용할 예정이며 총고용의 50%가량을 지역 인재로 선발할 계획이다.

부산 강서구에 있는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개발 기업인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혁신신약연구원(IDC) 전경. [부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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