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일본전 버린다고?" 류지현 감독이 고영표를 선발로 내세운 이유

'일본전을 버린다'는 질문에 류지현 감독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2026년 WBC 대비 일본전을 앞두고 나온 전략적 포기론에 대해 그는 명확히 선을 그었다. 한국은 7일 저녁 일본과 맞붙은 뒤 불과 17시간 만에 대만과 경기를 치러야 하는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총력전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는 입장이다.

세계랭킹 1위 일본의 압도적 전력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오타니 쇼헤이가 선취 만루홈런을 터트리며 대만을 13-0으로 완파한 모습은 한국에게도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류 감독은 30명 엔트리 안에서 가장 전략적인 선택을 이미 정해뒀다고 밝혔다.

고영표, 운명의 마운드에 다시 서다

KT의 간판 잠수함 투수 고영표가 일본전 선발 마운드를 책임진다. 5년 107억 원의 비FA 다년 계약 주인공답게 그는 최근 4년간 꾸준히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하며 '고퀄스'라는 별명에 걸맞는 퀄리티스타트를 선보여왔다.

그러나 국제대회에서의 기억은 달콤하지 않다. 2023년 WBC 호주전에서 피홈런으로 인한 충격의 패배, 2024년 프리미어12 대만전에서의 6실점 참사까지. 연이은 악몽 속에서도 고영표는 다시 한 번 운명의 경기 선발 중책을 맡게 됐다.

오키나와에서 오사카로 넘어오기 3일 전 통보를 받은 고영표는 매일 밤 고민에 빠졌다고 털어놨다. 최강팀 일본의 라인업을 보며 어떻게 승부해야 할지 머리가 복잡했지만, 결국 도전자의 마음가짐으로 공격적인 마인드를 다잡았다.

고영표는 일본 타자들의 데이터를 보지 않았다고 밝혔다. 코칭스태프가 준비해준 태블릿 PC 속 베스트와 워스트 영상들을 외면한 채, 본능에 충실해서 간결하게 던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메이저리그에서 50홈런 이상을 치는 최상위 타자들을 상대로 너무 많은 생각보다는 본능적인 피칭을 선택한 것이다.

문동주의 부상으로 대체 선수로 합류한 만큼 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3개 대회 연속 탈락한 한국의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부담보다는 도전자의 자세로 마운드에 오르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한국 타선은 김도영-저마이 존스의 강력한 테이블세터부터 이정후, 안현민, 문보경, 셰이 위트컴까지 한 방을 노릴 수 있는 타자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일본 투수진의 구위는 체코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베테랑 메이저리거 기쿠치 유세이가 선발 마운드에 오르는 만큼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