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특수 기대하고 샀는데 한강 책이 없대요, 어쩌죠?”...밀리의 서재에 갇힌 개미들

강정아 기자 2024. 10.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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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대부분 정기구독서비스에서 거두는데
구독서비스에는 한강 작가 작품 포함 안 돼

국내 최대 도서 플랫폼인 밀리의서재가 이른바 ‘한강 효과’로 최근 주가가 크게 뛰었다가 주저앉았다. 밀리의서재는 이달 10일 노벨문학상 발표 다음 날인 11일부터 14일까지 2거래일 동안 29% 급등했다. 하지만 밀리의서재에서 정작 한강 작가의 책을 서비스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주가는 17일까지 사흘 연속 하락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밀리의서재는 전날 1.82% 내린 1만5140원으로 마감하며 노벨상 발표 직전 수준(10일 1만5110원)으로 돌아갔다. 지난 5거래일간 개인 투자자는 밀리의서재 주식을 166억원어치 사들였다. 만약 11일 장 중 고점인 1만9640원에 주식을 샀다면 5거래일 만에 23% 손실을 본 셈이다.

같은 한강 테마주로 묶인 온라인 서점 예스24는 노벨상 발표 후 3거래일간 78% 올랐다가 2거래일간 17% 하락했다. 밀리의서재보다는 선방했다.

밀리의서재 제공

KT의 손자회사인 밀리의서재는 전자책 구독서비스를 내세워 국내 독서 플랫폼 구독형 서비스 시장에서 약 6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2017년 전자책 정기 구독서비스를 국내에서 처음 시작했다. 현재 밀리의서재는 매출 대부분을 정기구독 서비스에서 거둔다. 올해 6월 기준 밀리의서재 전제 매출에서 전자책 정기구독 매출이 98.6%를 차지했다. 월 구독료는 9900원 수준이다. 교보문고, 예스24, 리디북스 등이 전자책 구독서비스와 단건 판매를 모두 하는 것과 달리 밀리의서재는 구독서비스 외에는 개별 구매가 불가능하다.

현재 밀리의서재 구독서비스에는 한강 작가의 책이 포함돼 있지 않다. 책을 유통하는 방식은 출판사와 작가의 뜻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한강 작가의 책은 관련 출판사들이 인터넷 서점들과 구독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쪽으로 계약을 맺고 유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전자책 플랫폼인 리디북스와 예스24에서도 한강 작가의 책을 개별 전자책 버전으로 구매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 전자책이 구독서비스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예스24 관계자는 “현재 한강 작가의 인기 도서들은 모두 구독서비스가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밀리의서재 관계자는 “구독서비스와 전자책 개별 판매는 유통하는 방식 자체가 다르다”며 “조속히 한강 작가의 책을 서비스하려고 최대한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그래픽=정서희

밀리의서재 주가는 지난해 9월 27일 상장한 후 1년여간 하향 곡선을 그렸다. 상장 당일 종가(4만1600원) 대비로는 64%, 공모가(2만3000원) 대비로는 30% 이상 하락한 상태다. 상장 당일에만 개인들은 밀리의서재 주식을 27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만약 주식을 상장 당일 고점(5만7600원)에 샀다면 74% 손실을 본 채로 물려있을 수 있다.

이번 노벨문학상 테마 때 고점을 잡은 개인투자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실제 종목토론방의 한 투자자는 “예스24와 같은 관련주들이 한꺼번에 상한가로 들어갔길래, 밀리의서재를 서둘러 잡았다”면서 “한강 작가의 책이 없을 것이라곤 생각도 못 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손절매해야 하나”고 하소연했다.

일부 전문가는 비록 밀리의서재 주가가 내림세이긴 하지만, 실적이 좋아지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너무 서둘러 손절하는 것보단 기다리는 것이 나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밀리의서재는 2022년 영업이익 42억원을 내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엔 전년 대비 148% 늘어난 10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올해 상반기엔 6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연간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적과 상반되는 주가 흐름을 놓고 일각에선 기존 사업 한계와 더불어 신사업 난항이 주가에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연초 출시하려고 했던 웹소설 사업은 연기된 상태다. 올해 7월 글을 읽어주는 기술인 인공지능(AI) 음성 자동 변환(TTS) 기능을 도입했지만, 이미 교보문고, 리디, 알라딘 등에서 TTS를 제공 중이라 업계에서는 밀리의서재만의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에 대해 밀리의서재 관계자는 “당사는 이전부터 TTS 기능을 제공했고, 지난 7월 새롭게 도입한 것은 AI 기술을 접목한 고도화된 AI TTS”라며 “기존에 없던 새로운 기능을 추가한 것으로 독자들의 독서 경험을 한층 개선하고자 도입됐다”고 말했다.

밀리의서재는 최근에는 수익 다각화를 위해 출간 플랫폼 밀리로드에서 오리지널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하고 있고, 해외 판권 계약과 2차 저작물 IP 사업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밀리의서재는 예측 가능한 수익구조가 강점으로 부각될 수도 있다”며 “‘독서경험’을 혁신하는 AI 기반의 독서 플랫폼의 진화도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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