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파출소 어쩌나…`경찰 인력 재배치` 두고 갑론을박
현장선 "이슈 때마다 바뀌는 정책에 피로감"
전문가 "치안 공백도 우려…활용 방안 찾아야"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경찰청이 인력 재배치 카드를 꺼내든 후 현장의 반발이 거세다. 특히 인력 감축이 예상되는 도서지역 및 격오지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장을 무시한 탁상행정으로 지방의 치안이 약화하고 실효성 없이 현장 경찰관의 피로감만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 지구대·파출소, 열 중 하나는 `일 평균 신고 1건 미만`
경찰청은 지난달 20일 시도경찰청과 경찰서별로 균형 있게 인력이 배치될 수 있도록 각종 치안지표와 업무량 등을 분석해 인력 재배치 방안을 마련하고 내년 상반기 정기인사 시 재배치를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올해 들어 과도한 업무 부담을 호소하던 경찰관이 숨지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한데다 경남 하동의 한 파출소에서 순찰차에 탄 한 여성이 며칠동안 발견되지 못하고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하루 평균 1건 미만 신고가 접수되는 곳은 10.3%(212개소)에 달했고 1~2건은 246개소(12.0%), 2~5건은 276개소(13.5%), 5~10건은 239개소(11.7%)로 집계됐다. 농어촌 지역은 신고 건수가 적은 반면 번화가, 도심 지역은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신고를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서울 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 경우엔 하루 평균 138건의 112신고가 접수됐다. 결국 신고가 적은 농어촌 지역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경찰관들이 재배치될 가능성이 큰 셈이다.
“지역마다 치안 여건 달라…일괄 적용은 문제”
경찰들 역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미 경남 하동 사고 이후 현장 경찰관들이 2시간마다 순찰차 위치와 정차 사유를 기록하고, 무전으로 수시로 위치·업무 상태를 보고하도록 하는 ‘지역 관서 근무감독·관리체계 개선 대책’을 실행하고 있는데, 현장 경찰관이 내부망에 ‘경찰과 시민을 죽이는 경찰청장의 지시에 대한 탄핵 요청에 관한 청원’을 올리는 등 반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민관기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은 “우선 큰 문제는 각 지역마다 치안 여건이 다른데, 경찰청에서 일괄적으로 정책을 적용시키려는 게 문제”라며 “하동서 건 경우 특이한 사안이었는데 일반화시켜서 바로 조직개편에 반영한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 경찰관은 “2년동안 야간근무하는 사람인데 패턴이 4번 바뀐 사람도 봤다. 야간에 대기하면서 신고 전화만 기다려도 일하는 건데, 위에선 이걸 일하는 게 아니라고 보는 것 같다”며 토로했다.
전문가들 역시 시골 지역 치안 공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초기 대응 인력에 구멍이 나거나, 초기 경찰관 적응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성수 세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역 치안에 대한 고려 없이 순간순간, 이슈마다 반응하는 식의 정책이 일선 경찰관들의 피곤을 불러올 수 있어 장기적으로 보고 시행해야 한다”며 “지구대로만 운영한 적이 있지만 시골 경우 지역이 넓다 보니 결국 파출소를 유지하게 됐는데 지역경찰제라는 건 지역 치안 수요에 맞는 경찰 운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최근 경찰이 강조하고 있는 ‘커뮤니티 폴리싱’을 위해 지구대·파출소를 활용할 방법을 본격 고려하는 정책도 함께 이뤄져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 교수는 “경찰도 이젠 자치경찰, 지역경찰제로 바뀌며 치안수요에 맞는 경찰활동을 위해 일선 경찰관과 지역 주민에 귀 기울여야 한다”며 “획일적 치안이 아니라 현장에서 지역사회, 주민과 치안 서비스 공동생산을 위해 협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의연 (seyye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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