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 보관 68억 도난" 신고…사라진 자리엔 "알아도 모른척 해" 메모
창고 관리자 40대 남성 검거…빼돌린 40억 원 압수
6시간 동안 돈 담아 옮긴 정황…부천 건물 은밀 장소서 발견
돈 사라진 장소엔 A4 용지 메모…"누군지 알아도 모른 척 하라"
피해자 "나는 자영업자" 진술…경찰, 현금 출처 파악 계획
서울 송파구 잠실역 인근의 무인 임대형 창고에서 보관되던 '68억 원이 사라졌다'는 신고를 받고 사건을 수사해 온 경찰이 이 돈을 훔친 혐의로 40대 창고 관리자를 검거해 40억여 원을 압수했다.
워낙 거액이라 돈을 빼돌리는 데에만 약 6시간이 걸린 것으로 파악됐으며, 현금이 들어있던 캐리어에 A4용지를 대신 채우고 돈을 가져가는 방식으로 범행이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A4용지에는 "내가 누군지 알아도 모른 척 하라"는 메모도 적혀 있었다고 한다. 도난 당한 피해자는 자신이 '자영업자'라고 진술했는데, 경찰은 현금 출처 등도 살펴볼 계획이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창고 관리자 40대 남성 A씨를 야간방실침입절도, 업무방해, 재물손괴 혐의로 지난 5일 구속해 수사하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A씨는 오는 11일 오전에 검찰에 송치될 예정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입건한 피의자는 총 3명이다. A씨, 장물죄 혐의를 받는 60대 여성 B씨, 그리고 무인 임대형 창고 출입 기록이 남아있어 절도죄 혐의로 입건된 30대 여성 C씨다.
경찰은 지난달 27일 임대형 창고에서 현금 68억 원을 도난 당했다는 피해자의 신고를 접수해 지난 2일 경기도 수원에서 A씨를 검거했으며, 현금 40억 1700만 원을 압수했다.
A씨는 무인 임대형 창고의 중간 관리자로 지난달 12일 저녁 7시 4분부터 이튿날 새벽 1시21분쯤까지 피해자가 빌린 창고에 들어가 캐리어 6개에 나눠 보관 중이던 현금을 빼돌려 달아난 혐의를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씨는 일단 자신의 캐리어 4개를 직접 준비해 6시간에 걸쳐 같은 창고 건물에 있는 아내 명의의 다른 창고에 돈을 옮긴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갑자기 정전 현상이 발생했고 CCTV 기록도 모두 삭제됐는데, 경찰은 해당 창고 회사에서 기획, 운영, 개발, 보안 업무 등을 담당한 A씨가 주도면밀하게 범행을 준비했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A씨는 그렇게 옮겨 놓은 현금 다발을 지난달 15일 밖으로 빼돌린 것으로 파악됐다.
그가 빼돌린 돈 다발은 경기도 부천의 한 건물의 은밀한 장소에서 발견됐는데, 이곳은 A씨 어머니 B씨의 지인이 관리하던 건물이었다. B씨도 경찰 수사선상에 오른 이유다. A씨는 창고 관리 업무를 수행하던 중 우연히 캐리어에 보관된 현금을 발견하고 이를 훔쳤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입건자 C씨는 피해자의 지인으로, 피해자의 지시를 받아 창고에 출입한 기록이 남아있어 절도죄로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C씨가 현금을 직접 절도한 정황은 없으나 진술이 명확하지 않은 만큼 공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C씨는 지난달 26일쯤 피해자의 지시를 받고 돈이 보관돼 있던 서울 송파구의 임대형 창고를 찾았지만, 현금이 들어있어야 할 캐리어에 A4용지로 가득한 것을 확인하고 이를 피해자에게 알려 신고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A4 용지에는 "내가 누군지 알아도 모른 척 하라. 그러면 나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메모가 적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훔친 현금의 5~6천만 원 정도를 빚을 갚는 데 사용하고, 남은 현금을 생활비로 쓰려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 A씨가 채무변제로 지인에게 건네준 금액은 9200만 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는 자신이 자영업자며, 작년 가을부터 창고를 임대해 현금을 보관해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왜 거액의 현금을 창고에 보관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설명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신고액이 68억 원이었던 만큼 남은 20여억 원의 행방을 추적하는 등 절도 사건 수사를 마무리 한 뒤 피해금의 출처 등도 확인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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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나채영 기자 nana@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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