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붉지 않은 내장·두륜·한라산... 전국 ‘지각 단풍’ 속출

박상현 기자 2024. 10. 29.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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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연한 가을 날씨를 보이는 지난 16일 오전 제주 한라산 관음사 코스 장구목 풍경. /뉴시스

10월 말이 닥쳤는데도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단풍이 아직 절정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올해 늦더위 때문에 단풍이 물드는 시기가 한 달 정도 늦어진 여파로 분석된다. 남부 지방에는 아직 단풍이 시작조차 안 된 곳도 있다.

29일 기준 기상청이 단풍 현황을 발표하는 전국 21개 유명 산 가운데 단풍이 절정에 이른 곳은 강원 오대산과 전북 덕유산 단 2곳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단풍의 절정은 산림의 80%가 단풍으로 물들었을 때를 뜻한다. 기상청은 본래 올해 단풍의 절정이 지역별로 10월 20일부터 11월 5일 사이 대체로 찾아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지각 단풍’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단풍 명소로 꼽히는 전북 내장산은 원래 11월 5일에 단풍이 절정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지만, 아직 단풍이 시작도 안 했다. 보통 산림의 20% 이상 물들어야 단풍이 시작된 것으로 본다. 전남 두륜산도 본래 11월 11일 절정으로 예상됐지만, 속도로는 그때 절정을 맞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단풍 절정이 가장 빠르게 나타나는 설악산도 당초 10월 20일이 절정으로 예상됐지만, 기상청 관측 결과 단풍 시작일은 10월 21일이었다. 경남·전남·전북에 걸쳐있는 지리산도 10월 23일이 절정 예상 시기였는데, 10월 25일이 돼서야 산림의 20%가 단풍으로 물들었다. 해발 고도가 높아 남부 지방보다 단풍 절정이 일찍 찾아오는 제주 한라산 역시 절정으로 예고된 10월 28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초록잎이 대부분이다.

올해 이렇게 단풍이 옷을 늦게 갈아입은 것은 여름이 끝나고도 한동안 늦더위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단풍은 통상 9월 말~10월 초부터 물들기 시작해 최저기온이 섭씨 5도 아래로 내려가는 10월 중순부터 빠른 속도로 물든다. 그런데 올해는 9월 더위 여파가 커 단풍이 익을 시간이 줄어들었다.

내장산이 있는 전북 정읍의 경우 지난 9월과 10월의 평균 최저기온이 각각 21.8도와 12.2도였다. 기상학적으로 가을 시작일은 ‘일 평균기온이 20도 아래로 내려가 다시 올라가지 않는 첫날’을 뜻하는데, 정읍은 9월까지 계속 여름이었던 셈이다. 지난 21일에야 일 최저기온이 10도 아래로 떨어졌지만, 아직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다는 ‘섭씨 5도’ 아래로 내려간 적이 올가을 들어 한 번도 없었다.

기상청은 다음 달 4~8일 사이 한반도 기온이 최저 1~14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전국에서 단풍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도 11월 중순이 돼야 올 것으로 보인다.

아열대 기후에 가까워진 남부 지방은 ‘지각 단풍’조차 제대로 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단풍이 알록달록하게 물들기 전에 겨울이 찾아와 초록잎 상태로 낙엽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갈수록 단풍을 즐길 시기가 짧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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