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지도를 보라. 광주 시내에서 광주송정역(KTX)은 차로 약 20~30분, 거리로는 8km 정도 떨어져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 곳곳에 KTX 정차역이 도심과 떨어져 있는 경우가 있는데.

다음 달 설을 앞두고. 지방으로 가려는 왱구님들 중 KTX 타고 빠르게 도착했는데, 정작 역부터 집까지 다시 한참을 이동해야 해 불편했던 경험 한 번쯤 있을 거다. 마침, 유튜브 댓글로 “KTX 역은 왜 이렇게 불편한 곳에 있는지 궁금하다”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우선 KTX 정차역 중 몇 개 정도가 외곽에 있는지 분석해 봤다. 2025년 11월 한국철도공사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현재 KTX는 총 69개 역에 정차하고 있다.

KTX 정차역과 시청·군청 간 거리가 10km 이상이면 멀다고 볼 때 69개 중 20개 내외의 역이 도심에서 떨어져 있다.

특히 공주역을 비롯해 경주역·천안아산역·오송역·김천구미역 등 지방 주요 역들은 시내까지 이동하는 데 오래 걸릴 뿐 아니라, 기존 철도와의 환승도 어려워 예전부터 꾸준히 불만이 제기돼 왔다.

지방 사는 왱구님들도 ‘기차 타고 온 시간만큼 역에서 집까지 또 이동하고 있네’라는 생각, 종종 했을 거다.

이런 KTX 역들, 왜 이렇게 시민들 이용하기 불편한 곳에 만들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KTX 선로가 직선으로 깔려야 했기 때문.

KTX가 등장하기 전까지 우리나라 철도는 일제강점기 때 건설된 경부선·호남선·중앙선 등 일반철도가 대부분이었다. 해방 이후에도 일부 노선을 제외하면 철도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고, 새로운 선로를 짓는 계획 역시 사실상 고려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2004년, 고속철도 KTX가 개통하면서 ‘새로운 선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교통 전문가 이야기를 들어보니.

기존 선로는 굴곡져 있어 시속 60km에서 80km밖에 못 달리는 반면, 직선으로 낸 새 선로에선 시속 200km에서 300km 이상 달릴 수 있다고 한다.

KTX는 목적지까지 빠르게 이동하려고 만든 기차인데, 기존 선로에서는 고속철도 답게 달리기 힘들었을 거라는 거다. 결국 도심 접근성을 포기하더라도, 속도 유지를 위해서는 곧게 뻗는 직선 선로를 새로 만드는 게 필요했을 거라는 얘기.

물론 모든 KTX 역이 외곽에 있는 건 아니다. 어느 정도 곡선이 생기는 것을 감수하고도 접근성을 위해 시내와 가까이에 설치한 경우도 있다.

서울역·대전역·동대구역이 대표적이다. 이들 역은 일정 구간 속도가 낮아지는 걸 수용하면서라도 기존 선로 옆에 고속선을 붙인 경우다.

전북 정읍역같이 기존 선로에 곡선이 별로 없어서 바로 옆에 고속선을 세워도 무리가 없었던 운 좋은 역도 드물게 있다고 한다.

취재하다 궁금해진건데. 그럼 KTX 정차역 위치는 어떻게 정할까? 교통평론가에게 들었는데 고속철도·일반철도·광역철도의 경우 국가철도공단이, 도시철도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사전타당성조사’를 한다고 한다.

이후 ‘예비타당성조사’까지 거치면서 역의 개수와 위치가 점점 구체화된다. 이 과정에서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보는지 물었는데 그런 건 딱히 없고 이용 수요와 역 간 거리·비용·시내 접근성·기술적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고 한다.

여기에 시민들 편의와 지자체 의견까지 다 보고, 고속철도 전체 노선의 효율성을 기준으로 결정하는 거 같다.

그런데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고속철도 정차역이 유독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경우가 많은 건 왤까. 이건 오랫동안 철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않다가,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한꺼번에 고속철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노태우 정부에 들어 철도에 대한 관심이 생겼는데 당시 단기간에 경부고속철도 건설을 밀어붙이려다 보니 기존 철도를 고쳐 쓰는 것보단 고속 주행이 가능한 전용 선로를 새로 건설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거라는 판단이 오갔을 거다.

만약 우리도 일본이나 유럽처럼 오랜 시간에 걸쳐 꾸준히 철도에 투자해 왔다면, 기존 노선과 고속철도 신선이 분리되는 ‘이원화 구조’가 아닌, 기존 선로를 조금씩 개선하면서 새 선로를 따로 만들지 않을 방법을 찾았을 지도 모른다.

KTX 역이 도심과 떨어져 있는 건 불편하지만, 우리나라 철도 역사와 고속철도 효율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거 같기도 하다. 앞으로 확충되는 철도에서라도 시민들 이동 루트와 편의에 대한 고민이 좀 더 담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