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석루] 인생의 내비게이션- 장참미(작가)

knnews 2026. 5. 21.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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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심각한 길치다. 다행히 지금은 내비게이션이 존재하는 시대라 조금 헤매고 늦을 수는 있어도 결국 목적지에는 도착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얼마 전, 남편의 출장을 배웅하기 위해 공항까지 차를 몰았다. 탑승 시간에 맞춰야 한다는 생각에 평소보다 긴장한 탓이었을까. 신경을 썼음에도 중간에 한 번 길을 잘못 들고야 말았다. 순간 당황했지만 내비게이션 덕분에 곧바로 다른 경로를 찾았고, 무사히 남편을 공항에 내려다 줄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조금 전 아찔했던 순간을 떠올리자 익숙하게 여겼던 내비게이션에 새삼스럽게도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동시에 망설임 없이 다음 절차를 밟던 기계적인 침착함이 내게도 있기를 바랐다.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이 당연한 명제를 우리는 자주 잊는다. 그래서 실패나 패착 앞에서 매번 새롭게 주저앉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평소 스스로를 계획형 인간이라 자부하면서도 변수와 실수 앞에선 늘 약해진다. 그래서일까. 나는 언제나 극복의 서사를 좋아했다. 난관 앞에서도 다시 일어나는 사람들, 포기가 당연해 보이는 순간에도 ‘한 번 더’를 외치는 이야기. 어쩌면 내가 동경하는 건 실패하지 않는 사람이 아닌, 실패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 같다.

삶에서 예상하지 못한 길에 들어설 때, 잘하고 있다고 믿었지만 한참 뒤에야 그것이 엉뚱한 방향이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에 인생의 내비게이션이 되어줄 존재가 있을까. 인생은 운전과 달라서 현재 위치를 알려주는 화면도 없고 남은 시간을 알려주지도 않는다는 걸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로를 이탈한 순간 함께 새로운 길을 찾아준 안정적인 동반자가 있다면 좋을 것이다.

인생의 내비게이션을 하나 장착하는 마음. 나는 그런 마음으로 책을 읽는다. 책은 정답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책에는 많은 사람들이 길을 잃어온 과정이 있다. 오래 사랑받는 책은 대부분 실패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 또한 내겐 위로가 된다. 어디로 가든 계속해서 내 인생을 함께 탐색해 줄 동반자가 있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절반은 목적지에 도달한 기분이다.

장참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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