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尹정부 들어 벤처기업 악화일로”…기술보증기금 사고금액, 지난해 ‘1조’ 돌파

변문우‧구민주 기자 2024. 9. 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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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부터 보증사고율‧금액 급증…‘만기연장 종료’ 2025년 9월 관건
기보 “코로나19, 글로벌 경기 침체가 원인…보증 심사, 사후 관리 강화”
서왕진 혁신당 의원 “한국경제 기초 약해진 증거…尹정부는 대책 실종”

(시사저널=변문우‧구민주 기자)

ⓒ게티이미지뱅크

기술보증기금(기보)에서 보증을 받은 국내 창업‧벤처기업의 사고금액이 윤석열 정부 출범 후인 지난해 '1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는 최근 5년 새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으로 확인됐다. 사고율도 2022년 2.7%에서 2023년 4.2%로 1년 만에 급증했다. 해당 지표들은 중소‧벤처기업 경영 악화의 지표로 꼽히는 만큼, 한국경제의 기초가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정부가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공기관인 기보의 '보증 제도'는 담보 능력이 부족한 중소‧벤처기업을 대상으로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무형의 기술을 평가해 기술 보증서를 발급한 후 자금을 지원받도록 하는 제도다. 대출보증을 받고 있는 기업에서 보증서에 기재된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연체나 부도, 회생 절차 신청, 폐업 등이 발생하면 이를 '보증사고'라고 칭한다. '보증사고율'은 전체 보증액 중 보증사고 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결국 보증사고율과 사고금액의 증가는 기업 경영이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소속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실에서 기보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0년 4월 시행된 만기연장 조치 이후 감소세였던 기보 보증사고율과 사고금액(아래 그래프)은 2022년부터 다시 증가세로 전환된 후 2023년에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2020년 3.4%(8611억원) ▲2021년 2.5%(6693억원) ▲2022년 2.7%(7197억원) ▲2023년 4.2%(1조1832억원)를 기록했다.

올해도 8월까지 보증사고율이 3.3%를 기록한 만큼 연말에도 4%대를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고금액 역시 8월 현재 9340억원으로, 연말에는 1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결국 보증사고율과 사고금액 모두 최근 5년 중 최다치를 기록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일각에선 정부의 대출보증 만기연장 조치가 종료되는 2025년 9월 이후 일선 기업들에 충격이 가해질 경우, 사고금액이 폭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보 측에선 사고금액 증가 원인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적 불가피성과 '세계적 경기 침체' 기류를 꼽고 있다. 기보 관계자는 통화에서 "코로나19 당시 정부 지시로 유동성 공급을 많이 했었다"며 "여기에 코로나19 당시 금리가 1~2%대였다가 최근 올라간 부분도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적 상황으로 경기가 전체적으로 안 좋아진 부분이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고금액이 많아지니 사고율도 자연히 높아진 것인데, 사고 예방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사실상 금액을 줄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보증해서 잘 되면 좋은데 여러 상황으로 인해 '아직 사업이 좋지 않다'고 하면 보증을 안 해줄 수는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전 심사를 철저히 하고 보증이 나간 후 사후 관리도 촘촘히 하고 있는데, 이 부분을 더 보강해나가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시사저널 양선영

여기에 기보가 제공한 보증 중에서 아직 상환되지 않고 남아있는 금액인 '보증잔액'도 최근 5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25조4453억원 ▲2021년 26조2684억원 ▲2022년 26조5029억원 ▲2023년 27조9176억원 ▲2024년 28조4238억원으로 집계됐다. 기보 보증잔액이 무작정 늘어날수록 보증여력에 문제가 생기는 만큼, 향후 중소기업 지원에 빨간불이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다.

관련해 다른 기보 관계자는 통화에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신규 지원이 늘어나면서 늘어난 부분이 있는데, 지금 다시 조정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내년 목표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조금씩 줄여나가 다시 정상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확실한 타개책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왕진 의원은 시사저널에 "기술보증기금 보증사고 금액이 늘어난 것은 대한민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얼마나 약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며 "만기연장 조치에도 기업의 자금 상황은 악화하고 있지만, 윤석열 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서 의원은 "더 큰 문제는 만기연장 조치가 종료되는 2025년 9월 이후"라며 "정부는 기술보증기금 보증사고 금액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내년 9월 만기연장 조치 종료 이후 기업들이 겪을 충격을 최소화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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