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오션플랜트 M&A에 사모펀드 주저하는 이유는

/사진 제공=SK오션플랜트

SK에코플랜트가 SK오션플랜트의 경영권 매각을 소수 기업 간 제한적 경쟁 입찰로 진행하면서 그 배경에 시선이 쏠린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사모펀드(PEF) 운용사들 역시 관심을 보여 왔지만 이들이 인수하기엔 걸림돌이 많은 매물이라는 평가가 짙어지면서, 관련 사업을 갖고 있는 대기업 중심으로 논의가 집중되는 분위기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잠재적 투자자로부터 계열사에 대한 인수합병(M&A) 제안을 받아왔다. 이에 PEF를 포함한 다양한 투자자들이 SK에코플랜트 산하에 있는 자회사를 리스트에 올려놓고 인수를 저울질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유동성 악화로 위기를 겪고 있던 롯데그룹에 롯데렌탈 매각을 제안한 것과 유사한 맥락이다.

올해부터는 재무 부담으로 SK에코플랜트가 SK오션플랜트를 포함한 자회사 매각에 더 적극적인 스탠스로 돌아섰다는 후문이다. 현재 SK에코플랜트는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수익성, 건전성 개선 작업을 강행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프리 IPO로 액 1조원의 자금을 조달했는데, 이 중에서도 6000억 규모의 전환사채는 내년 7월까지 상장해야 하는 상황이다. 상장에 실패할 경우 이자 부담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 이미 SK에코플랜트는 2조원 규모의 폐기물 처리 자회사 리뉴어스(지분율 75%)와 리뉴원(지분율 100%)의 지분 매각에도 나선 상황이다.

SK오션플랜트를 포함한 자회사 매각은 모두 소수의 후보간 제한적 경쟁입찰을 통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PEF 업계에서는 그간 SK오션플랜트가 사모펀드가 인수하기에 적절치 않은 매물이라는 시각이 나왔다. SK오션플랜트의 지난해 연간 설비투자(CAPEX) 규모가 1514억원에 달해 PEF 운용사로서는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는 매물이라는 설명이다.

SK오션플랜트의 연간 CAPEX 규모는 연간 상각적영업이익(EBITDA)이 711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2배에 달하는 규모다. CAPEX 투자란 기업이 생산 설비나 건물, 차량 등의 자산을 구입하거나 개선, 확장하는데 지출하는 비용을 말한다.

통상 CAPEX 투자가 많은 기업은 현금 흐름이 불안정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개 모기업 산하의 그룹 차원의 대규모 CAPEX 자금을 지탱하는 기둥 역할이 있어야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하다. 대개 대규모 레버리지를 일으켜 인수를 하는 PEF 운용사 입장에서는 차입 상환 부담에다가 CAPEX 투자 부담까지 동시에 발생하면 자금 운용 자체도 까다롭다. 이에 업계에서는 SK오션플랜트를 인수할 만한 체력을 갖춘 전략적투자자(SI)가 나서는 방안이 더 적합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해상 풍력과 연관 사업을 꾸리는 한화그룹과 HD현대그룹을 초청해 두 기업간 경쟁구도를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 모두 SK오션플랜트 매각가로는 5000억원이 거론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인수를 위한 자금 마련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사업보고서 상 한화그룹의 한화오션은 기타유동금융상품 등을 포함해 6342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HD현대그룹의 HD현대중공업은 1조3888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모두 SK오션플랜트의 주력 사업인 해상 풍력 사업 경쟁력 강화에 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통상 해상풍력 구조물은 해양 환경을 고려한 설계·제작 기술이 필요한데, 해양 설비 제작 경험이 있는 조선사들에겐 이 시장이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한화오션은 최근 싱가포르의 해양플랜트 상부 구조물 제조업체 다이나맥홀딩스 지분(21.5%) 인수를 마무리짓는 등 해상풍력 관련 투자를 활발히 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기존 조선해양사업부를 상선을 담당하는 조선과 해양플랜트, 신재생에너지 등을 총괄하는 해양에너지 사업부로 분리하고 해상풍력 사업에 진출했다.

SK오션플랜트는 풍력 하부구조물, 해양플랜트, 특수선 건조, 후육강관, 선박 수리·개조 등의 분야를 주요 사업을 삼는 해상풍력·조선·해양 전문 회사다. 이 가운데 해상풍력 발전기를 위한 하부 구조물 사업 부문이 지난해 9월 기준 매출액 비중 41.7%를 차지한다.

IB 업계 관계자는 “(SK오션플랜트를) 팔기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한화그룹의 경우 추후 상속세 등 승계 자금을 마련이 우선인 데다 HD현대그룹은 더 큰 빅딜(큰 거래)를 노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만, 최근 국내에서 에너지 대전환을 위해 전남 목포 등을 해상풍력의 메카로 만들려는 데다 해상풍력특별법이 통과되며 모멘텀(성장동력)은 확실한 상황”이라며 “TSMC, 폭스콘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소재한 대만에서 관련 전력 수요가 지속적으로 있는 상황이기에 SK오션플랜트 매각이 어떻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남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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