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대 재요청한 한동훈…독대보다 무서운 건 ‘빈손 독대’

서영지 기자 2024. 9. 27.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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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의 '독대 여부'를 두고 일주일 가까이 여의도가 시끄러웠다.

심지어 제1야당 대표도 아니고, 대통령과 집권 여당 대표가 독대하는 것을 두고 여당 내에서 친한동훈계와 친윤석열계가 '거친 말'까지 주고받으며 감정싸움을 벌였다.

계파색이 옅은 한 수도권 의원은 "시일은 좀 걸리겠지만, 대통령 입장에서도 한 대표와 독대를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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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만찬 뒤 한동훈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 대통령실 참모진과 산책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의 ‘독대 여부’를 두고 일주일 가까이 여의도가 시끄러웠다. 심지어 제1야당 대표도 아니고, 대통령과 집권 여당 대표가 독대하는 것을 두고 여당 내에서 친한동훈계와 친윤석열계가 ‘거친 말’까지 주고받으며 감정싸움을 벌였다. 결국 지난 24일 만찬에서 윤 대통령은 한 대표와 독대를 하지 않았고, 한 대표는 그 자리에서 홍철호 정무수석을 통해 독대를 재요청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묵묵부답이다. 한 대표가 홍 수석을 통해 독대를 요청하면서 “드릴 말씀이 있다”고 했는데, 그 드릴 말씀은 이미 언론을 통해 일부 공개했다. 만찬 당일 한 대표는 ‘대통령과 비공개로 논의할 게 김건희 여사 관련 사안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여러가지 중요한 사안들이 많이 있다. 그중에 그것도 하나”라고 말했다. 친한계를 중심으로는 윤 대통령이 독대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당 지도부 의원은 “대통령이 옹졸하게 불편하다고 독대를 피해서 되냐. 독대해서 서로가 어떤 입장인지 확인을 해야 정리할 건 정리할 거 아니냐”며 “대통령도 김건희 여사 문제를 언제까지 피할 수만 있겠느냐”고 말했다.

국민의힘에 우호적인 대구·경북에서조차 김 여사를 둘러싼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전국 만 18살 이상 1005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NBS,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 15.2%)에서 ‘김건희 특검법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65%, 반대한다는 응답은 24%로 나타났다.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에서도 특검법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58%로 반대(36%, 30%)를 크게 앞질렀다.

김 여사 특검법에 반대하는 윤석열 대통령 입장에선 한 대표의 발언이 불편하기만 할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 때문에 윤 대통령이 한 대표를 독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윤 대통령을 겨누고 있는 채 상병 특검법과 김 여사 특검법은 아직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상태다.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 시한은 다음달 4일까지인 만큼 민주당은 국정감사 시작일인 10월7일 전에 본회의를 열고 재의결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해당 법안이 재의결되려면 200석이 필요한데, 여기에 부족한 숫자가 8석이다. 국민의힘 108석에서 8명이 이탈하면 해당 법안이 통과되는 셈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은 악법이라고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 친한계 의원을 중심으로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계파색이 옅은 한 수도권 의원은 “시일은 좀 걸리겠지만, 대통령 입장에서도 한 대표와 독대를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독대를 계속 거부할 경우 불통의 이미지도 부담거리다. 친윤계 의원은 “안 만난다고 하면, 불통이라고 계속 언론플레이를 할 텐데 계속 무시할 수만 없는 거 아니겠냐”고 말했다. 다만 당내에서는 우여곡절 끝에 독대가 이뤄졌는데도 김 여사 문제, 여야의정 협의체 문제 등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을 경우 또 다른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이 “독대보다 무서운 게 빈손 독대”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서영지 정치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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