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조국 대리전…불붙은 재보선 호남 쟁탈전
이재명 "보궐 선거 지면 지도체제 위기" 박찬대 "예산 확보 누가 잘하겠나"
조국 "경쟁 억압하는 게 상하는 길" 김선민 "민주당 5분 대기조 아냐"
[서울·영광=뉴시스] 김지은 김경록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다음 달 재·보궐 선거가 치러지는 전남 영광을 찾아 본격 지원 사격에 나섰다. 이번 재보선은 기초단체장 네 명을 뽑는 작은 선거지만 총선 이후 첫 바닥 민심을 살펴볼 수 있어, 2026년 지방선거의 '전초전'으로도 불린다.
특히 영광군수와 곡성군수를 두고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치열한 호남 민심 쟁탈전을 벌이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조국 혁신당 대표는 이미 지난 13일부터 호남 한 달살이에 나섰고, 이 대표도 이날 지도부와 함께 선거 지역을 훑으며 공을 들였다. '군수 선거'에 야권의 투톱이 총력전을 펼치며 '이·조 대리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영광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장세일 영광군수 후보와 조상래 곡성군수 후보의 지원 유세에 나섰다. 윤석열 정권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동시에 혁신당에 대한 견제 목소리를 높이며 텃밭 사수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그는 장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보궐선거는 이 정권에 국민들이 다시 회초리를 들어 책임을 묻는 의미가 크다"며 "요즘 '금융 치료'라는 말이 유행인데 이 정권에는 '선거 치료'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고 국민의 경고를 무시하면 더 엄정하게 심판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이번 선거는 또다시 정신 못 차리고 과거로 퇴행하는 정권에 엄정하게 회초리를 들어 징계하는 선거라고 생각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권을 겨냥해 "의료대란 문제를 두고도 모든 사람이 걱정하고, 경제정책, 문화산업정책, 민생을 위해 어떤 일을 할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며 "본인들 의사에 반하는 입장이나 세력에 대해 탄압하고 억압하는 게 거의 전부가 아닌가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일방통행에 대해 국민은 엄정한 심판을 했지만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총선 이전보다 더 심해진 것 같다"며 "국민의 경고를 무시하면 더 엄정하게 심판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힘주었다.
혁신당의 선전을 경계하며 지지층 결집에도 주력했다. 이 대표는 영광으로 향하는 길에 진행한 유튜브 생중계에서 이번 재보선을 두고 "2기 민주당 지도부를 맡아서 첫 선거를 치르는 것"이라며 "만약에 결과가 이상하게 나오면 민주당 지도체제 전체에 위기를 들고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동행한 한준호 최고위원도 "그렇다. 다음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공감했다.
이 대표는 회의에서도 "이번에 큰 선거도 아닌데 정신 차리게 할 겸 다른 선택해볼까 생각하시는 심정 이해하지만 압도적으로 승리하게 해달라"고 거듭 지지를 호소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예산 확보를 실질적으로 누가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데, 도지사·군수 힘만으로 하기 어렵다. 정당과 국회의원이 함께 나서야 한다"며 "무소속이나 소수정당이 잘하겠나, 국회 과반의석을 가진 정당이 예산확보를 더 잘하겠나"라고 혁신당을 겨냥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에너지 고속도로'를 내세워 호남을 지원하겠다고 공언했고, 쌀값 안정화를 주제로 정책 간담회를 열며 지역 현안도 챙겼다.
이 대표가 재보선 현장을 찾는 것은 처음이다. 민주당은 애초 당의 오랜 텃밭인 곡성·영광에서 무난한 승리를 점쳤지만 총력 대응에 나선 혁신당의 지지세가 만만치 않자 조직력을 앞세워 중앙당 차원의 선거전에 돌입했다. 호남이 고향인 한 최고위원과 전남 해남·완도·진도를 지역구로 둔 5선 박지원 의원, 이재명 1기 체제 수석최고위원인 정청래 의원 등이 한 달 살이를 시작했다.
조국혁신당도 민주당 견제를 본격화하고 있다. 혁신당은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이 혁신당 일부 의원들이 지난 19일 전남 영광·곡성군수 지원 유세로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불참한 것을 두고 "상한 물"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한 데 대해 "민주당의 5분 대기조가 아니다"며 날을 세웠다.
조국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몇몇 민주당 의원들이 혁신당을 비방하고 있는데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호남에서 민주당은 사실상 집권당이고, 호남에서 정치혁신과 새로운 선택지를 희망하는 분들이 매우 많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오히려 경쟁해야 상하지 않는다. 호남에서 새로운 선택지를 희망하는 분들이 매우 많다"며 "이런 열망을 외면하고 경쟁을 억압하는 것이 바로 상하기 시작하는 길"이라고 했다.
이어 "혁신당과 민주당 난투극을 보면 누가 좋아할까. 답이 뻔하다"며 "경쟁을 하더라도 상대 마음에 상처 주는 언동은 하지 말자. 각 당 지지층을 서로 싸우도록 부추기는 언동은 하지 말자. 분노의 화살은 서로를 향해서가 아니라 윤석열-김건희 공동 정권으로 돌리자"고 강조했다.
김선민 수석최고위원은 "민주당은 영광 곡성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여는 것은 괜찮고, 조국혁신당은 그래서는 안 되냐"며 "조국혁신당은 민주당의 우당(友黨)이지만, 민주당을 위한 '5분 대기조'가 될 생각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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