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닫기
나아가는 속도에 정답이 없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남들보다 반 박자 느리게 걸어가는 길 위에서 불안함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전국구 에이스의 타이틀을 달고 고교무대를 누빌 것이라고 기대했던 김영우의 발목을 잡았던 부상. 그리고 맞이한 두 번째 고등학교 3학년은 마음속 기대감의 크기만큼 조급함을 키워 냈다. 동갑내기 친구들의 화려한 프로 무대를 바라보며 묵묵히 준비해야 했던 한 해, 그 인고의 시간은 스물하나 김영우에게 도약대가 돼 줬다. 시작이 늦었던 건 아무래도 상관없으니, 앞서가는 친구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김영우는 긴 도움닫기 덕에 누구보다 높이 날고 있다.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Hahyun Son Location Jamsil Baseball Stadium

지난 147호(24년 5월 호)에 이어 1년 만에 다시 만났어요. 프로 선수가 돼 촬영하게 된 소감이 어때요? (7월 17일 인터뷰)
그때는 지금 KT 위즈에 있는 (김)동현이랑 같이 찍었는데, 이번에는 단독으로 찍게 됐어요. 다시 기회를 주신 게 감사하죠. 오히려 단독으로 찍으니까 더 편해요. 둘이서 하면 서로 말도 나눠서 해야 하는데, 혼자서는 편하게 할 수 있으니까요. (어느 쪽 얼굴로 찍고 싶어요?) 상관없긴 한데… 그래도 한 번뿐인 촬영이니까 왼쪽 얼굴로 하겠습니다.
1년 새에 프로 데뷔도 하고, 많은 일이 있었죠.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요?
그때는 아직 프로 선수가 아니라서 불안정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궁극적으로 프로 선수가 되기 위해서 야구하는 건데, 목표에 가 있지 않으니 항상 불안한 마음이 컸죠. 지금은 프로 구단에 입단하고, 1군에서 꾸준히 뛰고 있어서 그런지 마음이 훨씬 편해요. 물론 지금도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게 노력하고 있지만요.
#반전 매력
입단 첫해에 올스타전 행사에 참여하게 됐어요. 소식을 듣고 기분이 어땠나요?
성적이 그리 좋지 않던 시기여서, 아예 예상을 못 했어요. 호텔 조식을 먹고 있는데 매니저님이 오셔서 축하한다고 말해 주시는 거예요. 축하받을 일이 없어서 ‘뭐 때문에 그러시지?’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올스타에 선정됐다고 하시더라고요. 제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는데 프로 첫해에 이룰 줄은 몰랐죠. 선발해 주신 감독님께 정말 감사했습니다.
KT 권동진이 올스타전 참가 축하 영상을 보냈잖아요. 만나서 얘기도 나눴나요?
마침 로커룸에서 제 옆자리에 계셨어요. 제가 낯을 가리지는 않는 편인데, 선배님이다 보니까 먼저 말을 걸지는 못하겠더라고요. 말씀을 따로 드리진 못했는데 그 영상은 여러 번 봤어요. (지금이라도 답장을 전해 볼까요?) 거의 초면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축하 메시지를 남겨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날 마운드 위에서는 EXO의 ‘으르렁’ 춤을 췄잖아요. 어쩌다 그런 퍼포먼스를 기획했어요?
퍼포먼스를 무조건 하나는 해야겠는데, 마케팅팀이랑 얘기하다가 팬분들 추천으로 늑대랑 관련된 걸 하면 괜찮겠다고 의견이 모였거든요. 의상이랑 춤, 노래까지 마케팅팀에서 골라 주신 거였어요. 늑대니까 ‘으르렁’은 어떻겠냐고 하셔서 해 보겠다고 했죠. 음원도 올스타전 당일에 받기로 해서, 전날 호텔에서 급히 연습했어요. 실제 무대에선 음원이 잘못 나와서 아쉬웠죠. (연습을 도와준 사람은 없었어요?) 호텔이 1인 1실이라서, 혼자 거울도 보고 영상도 찍어 가면서 30분 정도 연습했어요. 오래 하려고 해도 안 되더라고요. 처음 해 보는 퍼포먼스라 못하긴 싫은데, 너무 노력한 모습을 보이자니 그것도 조금 웃겨서 ‘틀리지 않을 정도로만 하자’는 각오로 임했어요.
무대 마치고 영상을 다시 본 적도 있어요?
찾아보려고 한 건 아닌데, 스토리에 태그를 엄청나게 해 주셨어요. 그날 스토리 태그 알림이 100개 넘게 왔는데, 들어가 보니 다 춤추는 영상이라 갑자기 정신이 확 들더라고요. 심지어 음원이랑 달라서 틀렸잖아요. 그래도 팬분들은 귀엽게 봐 주셔서 다행이었어요. (추구미는 귀여움이 아니라고 하지 않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게 저도 좋다는 거죠.
비하인드 영상을 보니 한화 이글스 김서현이 “넌 에겐남(에스트로겐 성향의 남성)이지”라고 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에겐남은 진짜 아니에요. 성향 자체가 테스토스테론이 가득한 남자 느낌이거든요. 제 입으로 말하기는 웃기지만, 에겐남은 확실히 아니에요. (김서현의 눈에는 왜 그렇게 보였을까요?) 아무래도 서현이 형 눈에는 제가 어리니까요. 동갑이나 후배들한테는 그렇게 안 보이겠지만 형한테는 제가 의지하기도 했고, 밥도 자주 사 줬거든요. 그래서 저를 아기처럼 보는 거죠.
그럼, 본인이 테토남(테스토스테론 성향의 남성)인 이유는 뭐예요?
일단 MBTI가 ‘T’(사고형)거든요. T가 거의 테토남이 많잖아요. (누가 그래요?) 그렇지 않아요? 저 혼자만의 생각인가요? (웃음) 아무튼 제가 현실적이기도 하고, 남의 시선에도 신경을 안 쓰면서 오히려 그 시선들을 즐기기도 해요. 칭얼대거나 애교를 부리는 편도 아니고요. (보통 인스타그램에 감성 사진을 올리는 사람은 에겐남으로 분류하지 않나요?) 아, 그건 그렇죠. 근데 제가 사진을 찍어 달라고 먼저 포즈를 취하진 않아요. 모르고 있다가 찍혔는데 그중에 괜찮게 나온 걸 올리는 겁니다.


#에이스 막둥이
5월 29일 한화와의 경기에서 첫 세이브를 기록했어요. 세이브 상황을 의식하고 있었는지 궁금해요.
등판 전에 코치님이 오늘 마무리로 던질 거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스코어도 2 대 1이었는데, 8회 말에 점수가 나서 1점 더 차이가 벌어진 걸로 기억해요. 한 점이 나서 다소 편안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세이브 상황이었던 건 의식하고 있었죠. 마운드에서 내려올 때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프로 첫 세이브였기도 하고, 그날 단상 인터뷰랑 방송사 인터뷰도 했거든요. 그때 홀드, 승리는 있었는데 세이브가 없었거든요? 첫해에 하나씩은 다 기록을 올리고 싶었는데 예상보다 빠르게 성공해서 더 기뻤어요.
6월 6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는 송성문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았죠. 경기 끝나고 마인드 컨트롤은 어떻게 했나요?
버스 옆자리가 (김)현수 선배였어요. 그런 날도 있는 거고, 너는 잘했는데 상대가 잘 친 걸 어떡하냐고 위로해 주셨어요. 로커룸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형들이 다 ‘너는 잘못한 거 없어’라고 해 주셔서 마음이 좀 풀렸죠. 옆자리에서 현수 선배님이 ‘고기 먹을래?’라고 물어보셔서 ‘… 네’라고 했더니 엄청 맛있는 소고기를 사 주셨어요. 홈런을 맞은 게 당장은 너무 슬프고 힘들었지만,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하는 만큼 그 상황에서 배운 것도 많았죠. 긍정적으로 풀어서 생각하려고 했어요.
다음 날 경기에서 끝내기 홈런을 의식이라도 한 듯 초구를 157km/h의 강속구로 기록했어요. 어떤 마음가짐으로 경기를 풀어 나가려고 했는지 궁금해요.
마운드에 올라가던 순간부터 코치님이 ‘가서 복수하고 와, 그러라고 올리는 거야’라고 하셨거든요. 그 말을 들으니까 다시 데뷔전을 하는 것처럼 아드레날린이 올라왔어요. 송성문 선배는 무조건 잡아야겠다는 각오로 초구부터 전력으로 던졌는데 구속도 잘 나오고 범타 처리가 되면서 좋은 결과를 만들었죠. 코치님이 일부러 만들어 주신 기회인 만큼 기대에도 부응했고, 개인적인 복수(?)도 성공해서 짜릿했습니다.
주자를 두고 내려온 상황에서 김광삼 코치와 이야기하는 장면이 엘튜브에 잡혔어요. 주로 어떤 얘기를 하나요?
제가 주자를 두고 내려온 적이 두어 번 되는 걸로 기억하는데, 항상 코치님은 미안하다고 먼저 말씀해 주세요. ‘너를 못 믿는 게 아니라, 팀이 이겨야 하는 상황이니까 바꾼 거야’라고 설명을 해 주시죠. 한화전에서 그런 상황이 있었는데, 주자를 내준 상태에서 노시환 선배님 타석이었어요. (6월 14일 대전 한화전) 근데 (박)명근이 형이 노시환 선배님한테 상대 전적이 우세했거든요. 그래서 바뀌었는데, 저는 항상 제가 안타를 맞은 것에 스스로 아쉬워하는 편이라 실망하지 않았어요. 코치님도 오히려 이런 상황에 독기를 품으라고 항상 말씀해 주시고요.
아쉬움이 남는 경기의 후유증은 얼마나 가요?
아무래도 당일은 힘들어요. ‘왜 그렇게 했지?’라는 후회도 되고요. 잘 던지든 못 던지든 모든 경기는 항상 복기하는 편인데, 아쉬움을 못 떨치겠더라고요. 그러다가도 다음 날 운동을 나가고, 새로운 해가 뜨고 나면 남은 경기를 잘 준비해야겠다고 각오하죠. 잘 던지면 계속 기분이 좋아요.

LG 투수 중 등판 횟수가 김진성 다음으로 많아요. 체력이나 심적인 부담은 없나요?
체력적인 부담을 걱정하셔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전반기 마지막 시리즈 세 개 중에 두 시리즈는 아예 출전하지 않았어요. 트레이닝 파트 코치님들이 꼼꼼히 관리해 주시니까 체력적인 문제는 별로 못 느껴요. 부상이나 아픈 곳도 없고요. 심리적인 부담도 별로 안 느끼게 되는데, 뒤에 워낙 믿음직한 선배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자신 있게만 경기를 풀어 가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무더운 날씨에서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들어보고 싶어요.
고등학교 때도 항상 더운 날에 훈련해 왔어요. 물론 이제 매일 경기가 있으니까 처음에는 좀 힘들었죠. 코치님들이 더울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 주셔서 매뉴얼을 성실하게 따라가려고 하고 있어요. 물도 자주 마시고, 하루 10시간은 무조건 자려고 하고 있고요. 특히 이번 올스타 브레이크에도 따로 하루 더 쉴 수 있게 해 주셨어요. 그래서 몸 상태에 이상은 전혀 없어요. 비가 이렇게 와서, 오늘까지 쉬면 최고겠네요.
2025 KBO리그 신인드래프트 날로 돌아가 볼게요. 1라운드 마지막 순번으로 이름이 불렸죠. 그때의 기분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드래프트장에 들어가기 전에 부모님이랑 나눈 이야기가 있어요. 초청을 받아서 드래프트장에 가게 된 만큼 프로에 가는 건 확실하니까, 다른 결과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으니 즐기고 오자고요. 저는 솔직히 좀 더 빠른 순번에 갈 줄 알았는데, 10번에 불린 게 LG 트윈스여서 훨씬 기뻤어요. 어렸을 때부터 보기도 했고, LG가 좋은 팀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LG가 마지막 10번으로 지명해 주신 게 제게 행운이라고 느꼈어요.
순번에서 오는 아쉬움보다는 팀에 대한 반가움이 큰 거네요.
더 빨리 지명되면 좋았겠지만, 좋은 팀에 왔으니까요. 고등학교 때도 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었는데 지금도 스트라이프 유니폼이잖아요. 제가 워낙 줄무늬를 좋아하거든요. 운 좋게 계속 입게 돼서 오히려 좋은 거죠. (코쓱)
당시 서울고 친구들도 당당하게 프로 무대에 진출했어요. 서로 무슨 이야기를 나눴어요?
제가 제일 형이었잖아요. 우리 다 잘해 왔고 열정도 강한 선수들이니까 연락 잘하고, 프로에서 다 함께 만나자고 했죠. (최)민석이도 1군에서 선발을 하고 있고, (김)동현이도 지금은 아프지만 금방 프로 마운드에서 맞대결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정말 재밌을 거라 기대하고 있어요.
어릴 때부터 잠실야구장에 자주 방문했다고 들었는데, LG에 지명된 기분이 남달랐겠어요.
아버지, 할아버지, 남동생 다 LG 트윈스 팬이에요. 그중에서도 아버지가 MBC 청룡 때부터 팬이었거든요. 아버지가 팬으로 찾아오시던 잠실야구장에 제가 선수로 나오고, 또 그런 저를 보면서 지금의 아버지 같은 팬이 생겨날 거라는 사실이 뿌듯해요.
드래프트 이후 잠실야구장에서 인상적인 시구로 팬들과 첫 만남을 가졌어요. 시구 이후에 주변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해요.
당일에 시구를 마치고 핸드폰을 딱 봤는데, 친구들을 포함해서 DM이 너무 많이 와 있는 거예요. 친구들은 장난삼아 ‘뭐 하냐, 야구선수 맞냐?’라고 놀렸죠. 다음 날 일어났는데 릴스가 올라와 있는 거예요. 팬분들도 보내 주시고 많이들 연락해 주셔서 재밌었어요. 던지고 내려온 순간은 아쉬웠는데, 다음 날 영상으로 보니까 웃기더라고요. 핑계를 지금이라도 대자면 공이 조금 미끄러웠어요. 하나의 웃긴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러브기빙데이’ 행사에서도 파격적인 춤 실력을 뽐냈죠. 어떻게 준비하게 된 무대였어요?
마무리 캠프를 추세현, 박시원, 김종운이랑 함께하게 됐어요. 저는 ‘러브기빙데이’라는 행사에 대해서 잘 몰랐었거든요. 처음에는 보통 노래나 춤을 준비한다고 설명해 주시더라고요. 저는 춤을 거의 안 춰 봤거든요. 치어리더분들이 오셔서 가르쳐 주시긴 했는데, 몇 시간 배우고 무대에 올라가야 한다고 해서 너무 막막했어요. 어떡하냐고 다들 한탄하면서도 숙소에서도 연습하고, 노래를 틀어 놓고 영상도 찍어 보면서 연습했어요. 그렇게 준비하는 과정이 참 재밌었어요.
같이 춤을 춘 추세현만 치어리더 의상을 입었어요. 어떻게 된 일이에요?
의상을 정하는 과정에서 가위바위보를 했어요. 아마 제가 제일 먼저 이겼던 걸로 기억하는데, 제일 무난한 브루노 마스 의상을 골랐죠. 숏팬츠 입은 모습을 보니까 안쓰럽기도 하고, 한편으로 저는 무난한 옷을 골라서 너무 다행이었어요. (흑기사로 대신 입어 줄 생각은 없었어요?) 전혀 없었죠. 아까도 말했듯이 저는 테토남이라, 숏팬츠를 입고 춤을 추는 제 모습이 상상이 안 가서…
걸그룹 ‘아이들’의 멤버 미연을 이상형으로 꼽았는데, 바로 시구하러 와서 만남이 성사됐어요.
아마 프로에 오고 첫 시리즈쯤에 했던 걸로 기억해요. 공식 계정에서 홈경기 이벤트라고 띄워 주셔서 봤는데 미연 님이 있더라고요. ‘드디어 만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고등학교에서 재활할 때부터 엄청 팬이었거든요. 그래서 너무 기뻤는데 마침 시구 지도도 할 수 있어서 재밌었어요. (시구 지도는 어떻게 하게 된 거예요?) (임)찬규 선배님이 정리를 해 주셨거든요. 이날 누구, 이날은 영우 이런 식으로요. 마침 미연 님 차례에 제가 있어서 더 열심히 가르쳐 드려야겠다고 생각했죠. 근데 지금은 더 잘 가르쳐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때는 처음이어서, 너무 이상하게 가르쳐 드린 듯하거든요. 아쉽긴 한데 그래도 좋았던 기억뿐이죠. 실물이 훨씬 예쁘십니다.
신인 첫해부터 1군 스프링캠프에 바로 합류했죠. 고교 시절의 전지훈련과 느낌이 달랐을 것 같은데 어땠어요?
아마추어 때는 해외 전지훈련을 간 적이 없어요. 심지어 미국으로 가다 보니까 시차 적응부터 선배들과 친해지는 것, 동시에 운동하는 것까지 걱정이 너무 많았어요. 근데 막상 도착해 보니까 시차 적응도 하루 만에 마쳤고, 형들도 너무 잘해 주시고, 코치님들도 편하게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오히려 재밌게 즐기고 왔어요. 고등학생 때랑 다른 점이 있다면 그때는 코치님들이 잡아놓고 시키는 편이지만, 프로에 와서는 혼자서 할 일을 찾아야 해요. 코치님들도 적극적으로 도와주시고 혼자 찾아서 부족한 부분들을 채우다 보니 그 기간에 기량이 훨씬 향상됐다고 느껴요.
또래보다 한 살 많은 맏형이었는데, 이제 다시 투수조 막내가 됐어요. 느낌이 어때요?
처음에는 적응이 안 되긴 했어요. 마무리 캠프 때는 여전히 제가 맏형이었거든요. 뭔가를 하자고 먼저 나서는 스타일이었는데 막내가 돼서 지시를 받아야 하니까 어색하더라고요. 지금은 형들이 시켜 주시는 걸 열심히 하다 보니까 나름 편해졌어요. 막내라고 귀엽게 봐 주시기도 하고, 형들도 챙겨 주려고 하다 보니 그 느낌이 되게 좋아요.

#Team서울고
LG에 서울고 선배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어떤 선배가 가장 잘 챙겨 주나요?
일단 (장)현식 선배랑 1군에 가장 오래 있어서 되게 잘 챙겨 주세요. (정)우영이 형도 스프링캠프 때부터 시범 경기까지 데리고 다녀 주시고, 먹을 것도 자주 사주시더라고요. 역시 서울고 출신이 최고예요.
KT 강백호를 상대해 보고 싶다고 했는데, 아쉽게도 부상으로 무산됐어요. 내심 하반기에 상대하기를 기대하고 있을 듯한데요?
엄청나게 기대하고 있었죠. 지금 부상이셔서 아쉽긴 한데, 야구장에서 인사드린 적은 있었거든요. 따로 인사드렸더니 커피도 주시고… 서울고가 이렇게 끈끈합니다. 어떻게 승부할지 저는 미리 계획도 짜 뒀어요. 홈런을 맞더라도 직구 위주로 정면승부에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물론 접전 상황에 올라가면 절대 그러지 않겠지만요. (웃음)
임찬규가 휘문고등학교 자랑을 굉장히 많이 했잖아요. 김영우의 ‘서울고 부심’도 들어보고 싶어요.
일단… (숨 고르고) 야구계에 서울고 출신이 엄청 많아요. 은퇴하신 분들도 그렇고, 레전드로 남으신 선배님들도 많으시고, 학교 자체도 강남 8학군인 방배동에 위치하고 있고요. 학교가 일반고지만 테니스부도 있고, 공부도 워낙 잘하는 학교고, 역사와 전통이 있는 학교이기 때문에 제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 알 거라고 생각해요. 휘문고도 명문고지만, 저는 서울고가 전혀 뒤처진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NC 다이노스의 박건우 선배님도 올스타전에서 인사했는데, 거기 서울고 선배들이 많이 계시더라고요. 그 속에서 저도 모르게 생기는 안정감, 끈끈함이 서울고에는 있죠.
스스로 귀여운 이미지는 아니고 날카로운 이미지라고 했는데, 선배들도 동의하는 부분인가요?
동의하지 않을까요? 물론 저랑 나이 차이가 어느 정도 있는 선배들이 보시기에는 뭘 해도 귀엽게 여기시겠지만요. 저도 나이를 먹고 열 살 정도 차이 나는 후배가 생기면 귀엽다고 생각하겠죠. 그래도 나이 차이가 별로 안 나는 형들이 보기에는 귀여운 이미지로 보이진 않을 거예요.

마루 유니폼의 모델로 촬영도 했죠. 날카로운 이미지와는 약간 다른 유니폼이었는데 어떻게 소화했어요?
저는 오히려 좋았어요. 이미지를 떠나서, 모델로 맡겨 주셨다는 건 제가 그만큼 괜찮게 하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이왕 찍는 거 조금이라도 더 잘 나오게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피드 감성이 남다른 편이에요. 사진을 찍거나 인스타그램을 꾸미는 걸 즐기는 편인지 궁금해요.
꾸미는 걸 즐긴다기보다는 깔끔함을 추구하는 편이에요. 제가 MZ니까 인스타그램을 안 할 수가 없잖아요. 이왕 하는 거 괜찮게 좀 하자 싶었죠. 제일 친한 친구가 삼성 라이온즈의 육선엽이거든요. 그 친구랑 얘기하면서 인스타그램 얘기도 하고, ‘이 사진 괜찮지 않냐?’라고 물어보기도 하면서 꾸미곤 해요.
맛집이나 유명한 카페는 어떻게 찾아보고 방문하는지 궁금한데요?
이왕 카페를 가는 거, 괜찮은 데를 가자 싶어서 가는 거죠. 친구들 만나면 거의 다 선수들이라서 그런지 야구 얘기만 하거든요. 그러면 얘기를 편하게 나눌 카페를 찾아야 해요. 편하게 얘기하려면 또 대형 카페를 찾게 되고,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예쁜 카페들이 많아서 그렇게 된 거죠. ‘느낌 좋은’ 카페를 직접 찾아서 가는 편은 전혀 아니에요. (감성 사진도 의도하지 않고 찍는 건가요?) 가서 선엽이가 사진 좀 찍어 달라고 하면 찍어 주죠. 근데 저만 찍어 줄 수는 없잖아요? 카메라를 맡기고, 그렇게 제 사진도 완성됩니다. 선엽이랑 그런 카페를 자주 가긴 하지만 그런 걸 좋아한다기보다는… (좋아한다고 해도 되는데…) 절대 예쁜 카페를 찾아서 다니는 건 아닙니다. 제가 또 테토남인데.
지난 170호(25년 6월 호)에서 임찬규가 김영우는 아직 야구 실력도, 외모도 저점이라 앞으로 계속 올라갈 거라고 이야기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맞는 말이죠. 찬규 선배가 하는 말은 다 맞는 말이에요. 지금 최저점이고, 올라갈 일밖에 없다고 항상 말씀을 해 주십니다. (외모가 저점이라는 말에도 동의해요?) 그럼요. 아직 여드름도 있고, 사춘기 남자아이의 혈기 왕성함이 보이니까요. 이런 모습이 가라앉고 나면 더 괜찮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상반기를 같이 달려 준 팬들에게 인사하며 인터뷰 마무리하겠습니다.
전반기에 부상 없이, 팀이 2등까지 하면서 좋은 결과를 내고 마무리했어요. 후반기에는 다시 1등을 탈환하고 싶고, 가장 높은 곳에서 정규 리그를 마무리할 수 있게끔 기여하고 싶습니다. 저희도 최대한 노력할 테니까, 예쁘게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5년 172호 (8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 www.dugoutmz.com
페이스북 www.facebook.com/DUGOUTMAGAZINE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dugout_mz
유튜브 www.youtube.com/@DUGOUTMZ
네이버TV tv.naver.com/dugoutmz
<더그아웃 매거진>은 대단한미디어가
제작, 제공하는 콘텐츠입니다.
포스트 내 모든 콘텐츠의 저작권은
대단한미디어와 표기된 각 출처에 있습니다.
잡지 기사 전문을 무단 전재, 복사, 배포하는 행위를 금하며,
적발 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음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