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과 밤에 잰 키가 각각 다르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키는 밤이 되면 1~2㎝ 작아진다. 이는 착각이 아니라 인체 구조와 물리학이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운 생리 현상으로, 여러 실험을 통해 밝혀진 사실이다.
키 변화의 핵심은 척추다. 사람의 척추는 척추뼈 24개로 구성된다. 각 뼈의 사이에는 추간판, 즉 디스크라는 연골 조직이 들어가 있다. 스펀지처럼 수분을 많이 포함한 디스크는 충격을 흡수하고 관절의 움직임을 돕는다.
사람은 낮에 활동을 하기 때문에 중력과 체중의 영향을 받아 척추가 지속적으로 눌리면서 디스크도 조금씩 압축된다. 그 결과 척추 전체 길이가 미세하게 짧아지고 키도 줄어든다.

이 현상은 과학적으로도 관찰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 소속 비행사 겸 공학자 존 영은 1960년대 우주비행사의 척추 변화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지구에서 생활하는 사람은 하루 동안 척추 디스크가 압축되며 키가 줄어든다고 전했다.
성인 남녀를 모아 하루 동안 키 변화를 측정한 영국 러프버러대학교 연구에서 피실험자 대부분이 아침에 키가 가장 컸고 저녁에는 평균 약 1~1.5㎝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팀은 낮 동안 디스크 내부의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두께가 감소하는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점은 밤사이 척추 디스크 상태가 원상복구된다는 사실이다. 사람이 누워서 잠을 자면 척추에 가해지는 압력이 크게 줄어든다. 디스크가 다시 수분을 원활하게 흡수하면서 원래 두께를 회복하고, 다음 날 아침 키도 회복된다.

누구나 겪는 이 현상은 스포츠과학에서 중요하게 다룬다. 농구나 배구 등 키에 민감한 종목의 선수 신장을 정확하게 측정하려면 아침 시간을 이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루 중 키 변화가 실제 기록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올림픽 같은 국제 경기에서 선수들은 무척 신경을 쓴다.
우주 환경에서는 반대로 키가 커지는 현상도 나타난다. 중력이 거의 없는 우주에서는 척추 디스크가 지구상처럼 압축되지 않아서다. 실제로 NASA의 선행연구에 따르면 우주비행사는 임무 기간 최대 3㎝까지 키가 늘어날 수 있다.
엄밀하게 말해, 사람의 키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하루 동안 끊임없이 변하는 동적인 신체 수치로 봐야 한다. 아침에 가장 크고 밤에 조금 작아지는 키의 변화는 척추 디스크와 중력이 만들어내는 작은 물리학적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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