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70·80대 노인들에게 40세 김정은 찬양곡 부르게 해”

김명진 기자 2024. 9. 19.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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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메아리'에 게재된 북한 선전가요 '친근한 어버이' 영상 갈무리. /유튜브

북한이 지난 4월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우상화한 노래 ‘친근한 어버이’ 보급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8일 보도했다. 70·80대 노인들이 여가를 보내기 위해 모이는 장소에서도 이 노래를 틀어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고 한다.

RFA에 따르면 북한은 김정은을 ‘위대한 영도자’ ‘친근한 어버이’로 칭하는 이 곡을 지난 4월 발표한 이후, 매주 학습, 강연회 시작 대목에서 이 노래를 부르게 한다. 방송차가 거리를 돌며 하루 종일 이 노래를 틀기도 한다.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이달 들어 당에서 ‘친근한 어버이’ 노래를 보급하는 데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면서 “연령과 관계없이 전체 주민들을 대상으로 강제 보급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이 매체에 전했다.

1984년생으로 올해 40세인 김정은을 찬양하는 이 곡을, 70·80대 노인들이 모여 노는 장소에서도 강제해 빈축을 사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평소 민요를 틀고 노래를 따라 부르며 춤을 추는 행사에서 ‘친근한 어버이’를 틀게 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며칠 전 역사관리소 관리원이 공원서 울리는 민요를 꺼버리고 노인들에게 ‘친근한 어버이’를 틀도록 지시했다”면서 “증폭기를 통해 울리는 민요에 따라 추던 춤을 멈추고 김정은을 칭송하며 춤을 추라고 강제했다”고 했다.

이어 “이런 관리소의 처사에 노인들은 춤추던 것을 멈추고 거의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면서 “하나둘 다 빠져나간 빈 공원에 ‘친근한 어버이’의 노래가 울려 퍼지면서 노인들로 흥성이던 공지는 삽시에 썰렁하게 변해 버렸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70대, 80대 노인들이 아들뻘인 40대의 김정은을 ‘친근한 어버이’로 부를 것을 강요받고 있는 셈”이라면서 “이제는 날이 밝으면 모이던 노인들의 모습을 더는 찾아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선대 김일성과 김정일 때도 당국이 나서서 보급하는 대표적인 찬양 노래가 있었지만 그때보다 지금이 더 강제적으로 보급하는 것 같다”며 “당시에도 가끔 방송차에서 노래를 틀긴 했지만 지금처럼 학습, 강연회 시작마다 매번 노래를 부르게 하거나 노인들에까지 강요하진 않았다”고 했다.

‘친근한 어버이’는 북한이 지난 4월 17일 새로 공개한 김정은 우상화 노래다. 북한은 이 노래에서 김정은에 대해 “슬하의 천만 자식을 한 품에 안고 정을 다해 보살피신다” “베푸신 그 은정이 바다 같고, 주시는 그 믿음이 한결같다” “언제나 우리 곁에 함께 계시며 모든 소원을 꽃피워주신다” “창창한 우리 앞날을 열어주시고, 더 좋은 우리 행복을 안아오신다”고 했다.

이 곡은 공개 이후 틱톡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며 국내외에서 화제가 됐다. 속도감 있게 편집한 뮤직비디오 연출과 경쾌한 멜로디 라인 등으로 일종의 ‘밈’처럼 화제가 되며 이 노래를 배경으ㅏ로 춤을 추는 틱톡 영상 등이 만들어졌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국가정보원 민원에 따라 지난 5월 ‘친근한 어버이’ 틱톡 영상 총 29건에 대해 접속차단을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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