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추천 여행지

호랑이가 산허리를 세웠다는 이야기가 남은 사찰이 있다. 강줄기가 태극을 그린 뒤 연꽃 모양으로 퍼진 자리의 중심에 놓인 곳이다. 8월의 뜨거운 기운 속에서도 이곳의 시간은 차분하게 흐른다.
천 년을 버틴 전각이 있고, 수백 년을 견딘 배롱나무가 그늘을 선사한다. 전해 내려오는 왕의 일화가 남아 있고, 그 흔적을 보여 주는 글도 보관돼 있다. 계곡 앞 너른 반석과 물길은 공간의 윤곽을 또렷하게 만든다.
석탑은 시대와 양식을 넘나드는 요소를 품고 있다. 사찰 이름에 깃든 의미 또한 단순하지 않다. 체험과 휴식을 나눠 설계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여름의 한가운데에서 유서 깊은 풍경과 구체적 기록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호랑이 기운과 오래된 흔적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사찰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백화산 및 반야사
“폭 50m 석천계곡과 망경대, 천 년 역사의 전각과 템플스테이까지”

충청북도 영동군 황간면 백화산로 652에 위치한 ‘반야사’는 백화산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산허리를 태극문양으로 감아 돈 뒤 연꽃 모양의 지형을 만들고 그 중심에 자리한 사찰이다.
신라 성덕왕 27년인 728년에 원효대사의 10대 제자 상원화상이 창건했다고 전한다. 고려 충숙왕 12년인 1325년에 학조대사가 중수했고, 1464년 세조의 허락을 받아 크게 중창했다. 극락전의 중건 시점은 확실치 않다.
다만 근래 보수와 단청을 거쳐 단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동북쪽에는 백화산이 솟아 있고, 사찰 앞 석천계곡에는 폭 50미터의 큰 냇물이 반석과 어우러져 망경대로 이어지는 경관을 형성한다.
세조와 관련한 기록도 전한다. 속리산 법주사 복천암 법회 후 반야사를 찾은 세조 앞에 문수동자가 나타나 가까운 약수 샘을 알려 주었다는 이야기다. 세조가 망경대에서 쉬고 떠난 뒤 그 만남을 뜻깊게 여겨 글을 남겼다고 한다.

현재 그 글은 사찰에서 보관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사찰 이름을 반야사라 한 이유도 이 일화와 맞닿아 있다. 문수보살이 상주한다는 신앙을 배경으로 문수의 반야를 상징해 이름을 붙였다고 전한다.
경내의 유무형 자원은 뚜렷하다. 백화산 기슭의 반야사 호랑이 형상은 파쇄석이 산허리에 쌓여 만든 자연 지형으로 알려져 있다. 꼬리를 세운 호랑이를 닮은 모습으로 높이 80미터 길이 200미터 규모다.
오랜 세월 흘러내린 돌무더기와 주변 수목이 함께 만들어 낸 형상으로 설명된다. 사찰 안에는 보물로 지정된 반야사 삼층석탑이 있다. 원래는 반야사 북쪽 석천계곡의 탑벌에 있던 석탑으로 1950년에 현재 자리로 옮겼다.
전체 양식은 고려 전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백제계와 신라계 석탑 요소를 절충한 점이 특징이다.

식생 자원으로는 수령 500년을 넘긴 배롱나무가 알려져 있다. 계절에 따라 다른 표정을 보여 주는 나무로 지역의 역사성과 함께 언급된다. 사찰의 시간과 더불어 전각과 나무, 석탑과 지형이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반야사는 다양한 템플스테이를 운영한다. 위로의 체험형 프로그램이 있고, 스스로를 다독일 지혜를 찾도록 돕는 휴식형 프라즈나 템플스테이가 있다. 참여 형식과 일정, 요금은 안내 채널을 통해 확인하는 방식이 권장된다.
반야사는 연중 쉬는 날 없이 방문할 수 있다. 개방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입장료는 없다. 주차 공간이 마련돼 있어 차량 이용이 편리하다. 템플스테이는 유료로 운영되며 세부 요금과 일정은 사찰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8월의 한가운데에서 호랑이 형상과 천 년 사찰의 기록을 함께 살피러 반야사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