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타이거(TIGER) 인공지능(AI)소프트웨어톱(TOP)4플러스(Plus) 가격이 올해 들어 두 달 동안에만 20% 넘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앤스로픽이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대체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 클로드 코워크를 출시하면서, AI 성장에 올라타려던 상품이 오히려 AI에 직격당하는 역설에 직면했다.
10일 한국거래소의 마켓데이터 자료를 토대로 국내 증시에서 거래된 ETF 상품 1073개를 전수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미래에셋운용이 운용하는 TIGER AI소프트웨어TOP4Plus의 수익률은 마이너스(-)25.8%로 인버스와 레버리지를 제외한 모든 ETF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TIGER AI소프트웨어TOP4Plus는 지난해 9월 9일 상장했다. 기초지수는 AI를 접목해 ETF 지수를 개발하는 아크로스(Akros)테크놀로지스의 Akros 미국 소프트웨어Top4Plus를 추종한다. 미국 상장 기업 중 AI소프트웨어 산업 관련도를 기준으로 상위 10개 종목을 선별했다. 그중 △팔란티어 △피그마 △오라클 △앱러빈 등 4개의 종목이 핵심으로 담겼다.
하락의 배경에는 이른바 사스포칼립스(SaaSpocalypse) 공포가 자리한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와 아포칼립스(apocalypse·종말)를 합성한 신조어로 AI의 확산이 소프트웨어 산업 전체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담고 있다. 미국 월가를 중심으로 AI 에이전트가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무용지물로 만들 것이란 전망이 번지면서 지난주 오라클·세일즈포스·어도비 등 주요 소프트웨어 기업의 주가가 일제히 급락했다.
TIGER AI소프트웨어TOP4Plus가 이들 종목을 70% 편입한 구조상 주가 하락 충격이 ETF 수익률에 그대로 반영됐다. 지난해 말 종가 대비 2월 주요 종목들의 수익률은 △팔란티어 -22.8% △피그마 -21.4% △오라클 -22.9% △앱러빈 -35.5%를 기록했다.
불씨를 당긴 것은 미국 AI 기업 앤스로픽이 지난달 공개한 AI 에이전트 클로드 코워크다. 클로드 코워크는 대규모 데이터 분석, 스프레드시트 생성, 파일 정리 등 다단계 업무를 스스로 수행하는 업무용 AI 비서다. AI 에이전트의 특화 기능이 기존 소프트웨어 회사가 판매하던 고가의 SaaS 제품을 대체할 것이란 우려가 증폭됐다.
업계에선 클로드 코워크 같은 AI 에이전트가 전통적인 구독형 소프트웨어 제품이 점유하던 복잡한 업무 시스템(워크플로우)을 대체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투자자들은 이제 AI가 소프트웨어를 단순히 강화하는 수준을 넘어 대체할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면서 "앤스로픽의 자율형 AI 에이전트 출시는 법률·금융 등 고부가가치 소프트웨어가 선점하던 경쟁 우위를 무력화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신호로 해석된다"고 평가했다. 하나증권도 같은 시기 발간한 보고서에서 "미국 증시가 소프트웨어 종말론 우려로 혼조세를 보였다"고 진단했다
미래에셋운용 관계자는 "AI 고도화로 소프트웨어 기업이 잠식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으나 최근에는 오히려 AI 에이전트의 핵심 도구로서 보완재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AI 소프트웨어 산업은 경쟁력을 입증한 소수 기업 중심으로 수혜가 집중될 가능성이 높아 압축형 포트폴리오인 TIGER 미국AI소프트웨어TOP4Plus의 강점이 더욱 부각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황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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