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은 조선일보를 원망했다
'박근혜 회고록'에서 '정윤회 풍문 칼럼' '우병우 의혹 보도' 거론
우병우 의혹 부인하면서도 "우 수석 지키기 위해 큰 출혈"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박근혜 회고록'에는 정윤회 풍문 칼럼, 우병우 의혹 보도 등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 드러난다. 정윤회 리스트를 보도한 세계일보 기사는 오보라고 주장했다. 탄핵의 계기가 된 최순실 태블릿PC JTBC 보도에는 조언을 구하기 위해 연설문을 보여준 것일 뿐이라고 했다. 최순실의 여러 문제는 “일탈”로 규정했다.
지난 5일 중앙북스는 중앙일보 기자들(김정하 논설위원·유성운 부장·손국희 기자)이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인터뷰한 유료콘텐츠를 재구성한 '박근혜 회고록'을 발간했다. 이 책은 출간 이후 정치·사회 분야에서 줄곧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회고록에는 언론에 대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생각을 드러낸 대목들이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4년 4월16일 벌어진 '세월호 참사'를 두고 “내 재임 중 벌어졌던 일들 가운데 가장 처참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 회고록을 빌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시 세간에서 나와 관련해 제기됐던 온갖 의혹이나 추문에 대해서 일일이 해명하려고 애쓰지 않았다”면서도 “사실이 아닌 것들이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그게 또다시 사회를 분열시키고 혼란스럽게 만드는 악순환이 발생했다”며 언론 보도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최보식 조선일보 선임기자가 쓴 <대통령을 둘러싼 風聞(풍문)>(2014년 7월18일) 칼럼을 비판했다. 칼럼은 “대통령을 둘러싼 루머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증권가 정보지나 타블로이드판 주간지에 등장했다. 양식 있는 사람들은 입에 올리는 것 자체를 스스로 격을 떨어뜨리는 걸로 여겼다”면서도 “그런 대접을 받던 풍문들이 지난주부터 제도권 언론에서도 다뤄지기 시작했다. 때마침 풍문 속 인물인 정윤회씨의 이혼 사실까지 확인되면서 더욱 드라마틱해졌다”고 썼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 당일 내가 정윤회(최 원장의 전 남편)씨와 한 호텔에서 만났다는 것인데, 너무나 기가 막혔다. 아무리 언론 자유가 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이야기까지 써도 되는 건가 싶어서 청와대에서 공식 대응토록 했다”며 “청와대 시스템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다면 이런 칼럼은 쓸 수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참사 당일 7시간 행적이 불분명하다는 의혹에 관해 “오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회고록에선 세월호 참사 직후 언론에 대한 과잉 대응 문제는 찾을 수 없었다. 세월호 참사 직후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해경의 구조 난항을 비판한 보도를 거론하며 외압을 행사해 방송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JTBC의 다이빙벨 관련 인터뷰에 중징계를 결정했으나 대법원은 제재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책에는 '조선일보와 우병우' 챕터가 있다. '우병우 처가-넥슨 부동산 거래 의혹' 보도에 관한 입장을 밝힌 내용이다. 조선일보는 1면 <우병우 민정수석의 妻家(처가) 부동산 넥슨, 5년전 1326억 원에 사줬다>(2016년 7월18일) 기사에서 “우병우(49) 청와대 민정수석의 장인인 이상달 전 정강중기·건설 회장이 자신의 네 딸에게 상속한 서울 강남역 부근 1300억 원대 부동산을 넥슨코리아가 매입해줬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우병우 수석은 조선일보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를 구하는 조정을 신청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시 상황에 관해 “우 수석은 보도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펄쩍 뛰었다. 나는 우 수석의 해명을 믿는 쪽이었다. 나도 예전부터 오보에 워낙 많이 시달려 봤기 때문에 언론 보도에 대해 피해 의식이 적잖았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 나는 우 수석에게 사실관계를 정확히 해명해서 오해를 풀라고 지시했던 것 같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사건은 가라앉지 않고 계속 파장이 커졌다. 언론에선 우 수석 주변의 여러 가지 추가 의혹을 제기했고, 우 수석은 거기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며 “조선일보를 위시해 상당수 언론 매체들도 우 수석에게 화살을 퍼부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언론에서 문제를 삼았던 처가 부동산 거래 등 개인 비리 문제는 결국 아무것도 사실로 판명 난 게 없다고 들었다”고 했다.
당시 판단은 옳았을까. 그는 “돌이켜 보면 우 수석을 지키기 위해 정권이 큰 출혈을 겪었다고 생각한다”며 “억울하겠지만 민정수석이 워낙 민감한 자리이니 일단 그 자리에서 물러난 뒤 민간인 신분에서 결백을 입증했으면 어땠을까. 물론 당시엔 나도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 수석 문제로 오히려 언론과의 거리가 더욱 멀어지게 됐다”고 했다.
JTBC의 국정농단 보도 당시 상황도 기술돼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JTBC가 입수한 연설문에 관해 “나는 최 원장에게 가끔씩 연설문을 보여주고 일반 국민의 눈높이에서 볼 때 이해가 잘 되는지 물어본 적은 있다”고 했다. 조언을 구한 것이지 국정을 맡긴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른바 최순실 관련 의혹들에는 “의혹들은 내가 전혀 모르는 일들이었다”며 “지근거리에서 도와준 사람이었기에 최 원장에 대한 경계심의 문턱이 낮아졌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최순실 일탈, 보고 못 받고 못 살핀 것 모두 내 잘못”이라고 했다.
비선 실세 의혹을 처음 제기한 세계일보 보도로 인해 잊고 지냈던 정윤회라는 이름을 다시 듣게 됐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1면 <정윤회 '국정 개입'은 사실>(2014년 11월28일) 기사에서 “속칭 '증권가 찌라시'에 떠돌던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교체설'은 정윤회씨가 자신의 비선라인을 활용해 퍼트린 루머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 박근혜 대통령 핵심 측근으로 불리는 '문고리 권력' 3인방이 포함된 청와대 안팎 인사 10명이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세계일보 보도를 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나는 기사를 보는 순간 '이것은 완전히 사실이 아닌 게 보도됐구나'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나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정윤회 실장은 이미 오래전에 내 곁을 떠난 사람이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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