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 코스닥 기업의 속사정을 들여다봅니다.

아동 도서 'Why?' 시리즈로 알려진 출판사 예림당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회사가 주식시장에서 얼마나 소외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티웨이항공이라는 핵심 자산을 매각해 2500억원의 현금을 손에 쥐었지만, 시가총액은 700억원대에 머물고 있다. 시총의 3배가 웃고는 현금을 쌓아 두고도 저평가 국면이 지속되는 모습이다.
50억 투자로 '2500억' 잭팟
예림당은 1973년 나춘호 전 회장이 '좋은 책을 저렴하게 읽게 하자'는 신념으로 설립했다. 초기에는 외국 서적 번역이 주류였던 시장에서 한국형 아동 콘텐츠 제작에 집중했다. 1989년 '왜?' 시리즈를 시작으로 2001년 'Why?' 시리즈를 선보였다. 2003년 중국·대만 등으로 저작권 수출을 확대하며 아시아 시장에서도 입지를 확보했다.
2009년에는 웨스텍코리아와 합병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우회 상장했다. 당시 ‘Why?’ 시리즈 누적 판매량은 3000만부 수준이었으며, 이후 2022년 기준 8600만부까지 늘었다. 출판사업에서 창출한 현금이 티웨이항공 투자 재원이 됐다.
예림당은 2012년 토마토저축은행 외 3개사와 티웨이항공 주식 2165만6244주(52.24%)를 5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출판업 성장 둔화 속에서 항공업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한 결정이었다. 자본잠식에 빠져있던 티웨이항공은 2017년 영업이익 470억원을 기록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2018년에는 코스피 상장에 성공하며 지분 가치는 4000억원대로 상승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가 항공업을 고사 직전으로 몰아넣으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티웨이항공의 부채비율이 급증했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예림당은 2021년 사모펀드 JFK파트너스를 재무적투자자(FI)로 끌어들였다.
다만 FI 유입은 경영권 구도에 변화를 가져왔다. 대명소노그룹이 제3자배정 유상증자와 FI 지분 인수를 통해 2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지배력 경쟁 가능성이 부각됐다.
결국 예림당은 지난해 6월 나성훈 대표 등 오너 일가가 보유한 티웨이홀딩스 지분 46.26%를 소노인터내셔널에 매각했다. 주당 4776원, 총 2500억원 규모다. 50억원 투자로 50배 가량 수익을 거둔 엑시트(투자금 회수) 신화로 평가된다.
현금자산 2200억…시총은 700억

지분 매각 이후 예림당의 재무구조는 크게 변했다. 지난해 말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현금및현금성자산+단기금융자산)은 2206억원으로 전년(444억원) 대비 5배 가량 증가했다. 반면 16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759억원 수준이다.
보유 현금만으로 회사를 3번 이상 매입할 수 있는 구조다. PBR은 0.30배로 순자산 대비 크게 기업가치가 할인된 상태다. PBR 1배 미만은 자본비용조차 회수하지 못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기업가치 저평가는 본업 부진과 맞물려 있다. 출판업은 구조적 하락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예림당은 저출생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 종이책 시장 축소 등 외부 환경 변화 속에서 'Why?' 시리즈를 대체할 성장 동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실적도 이를 반영한다. 예림당은 2023년 27억원, 지난해 1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가 이어졌다. 티웨이 매각 차익은 일회성 이벤트지만, 본업 경쟁력 약화는 지속되는 리스크다.
예림당은 아직까지 보유 현금의 구체적인 활용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여기에 최근 2년간 현금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다만 올해 주주총회에서 주식발행초과금 152억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해 배당가능이익을 확보했다.
회사 측은 배당과 신사업을 모두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예림당 관계자는 "배당도 준비하고 있고 신규 사업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며 "여러 제안을 받고 검토 중인 단계"라고 말했다.
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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