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서민금융]② '저축은행 사태' 기시감…부동산PF발 230조 '시한폭탄'

금융기관에서 대출 실행 중인 금융소비자 /사진 제공=뉴스 1

#. "솔로몬저축은행에 1000만원 정도 예금을 넣어놨는데요. 내일부터 예금 입출금을 전면 중단한다고 하더군요. 예금자보호법이 적용돼 있어서 큰 걱정은 없지만 당장이라도 빼내고 싶습니다" (2012년 5월 6일 모 인터넷 커뮤니티)

30여개 저축은행이 폐업한 '저축은행 사태'가 13년 만에 재현될 위기감이 감돈다. 이번에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원인이다. 공급 과잉으로 인한 부동산 버블은 금리 인상 이후 붕괴됐고 금융기관에 부실 채권을 안겼다.

24일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회장은 "올 초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계기로 부동산 PF에 대한 전수 조사 후 살릴 수 있는 건 살리고 가망이 없는 건 과감히 처분했어야 했는데 결국 용두사미로 끝이 났다"며 "정부와 은행 등 비전문가 말고 독립된 회계·법무법인이 참여한 전문가 테스크 포스(TF)가 나서야 이 긴 터널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 PF 관련 저축은행 익스포저는 약 230조원이다. 저축은행 사태 발발 이전에 부동산 PF가 최고점에 있던 2009년 금융위기 당시 익스포저(103조원)의 2.2배다.

'저축은행 사태'는 부실 채권을 떠안은 저축은행이 2011년부터 3년간 영업정지를 맞은 사건으로 금융위기 때마다 회자된다. 이 사건으로 100개가 넘던 저축은행이 지금의 79개로 축소됐다.

오 회장은 "'제2의 저축은행 사태'가 금융권을 덮칠 가능성이 있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일부 저축은행은 문을 닫을 것으로 본다"고 우려했다.

13년 전 잊었나…삼화부터 솔로몬까지 영업정지 '도미노'

2011년 1월 14일. 삼화상호저축은행의 영업정지 이후 부산·제일·프라임·토마토·솔로몬저축은행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 2013년까지 도미노 퍼즐이 넘어가듯 30개가 넘는 저축은행이 영업을 중단했다.

매매 과열로 인한 고분양가, 이후 미분양 물건의 적체가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최근 부동산 시장 정체와 PF발 금융위기 우려와도 유사하며 심지어 공통적인 패턴을 그렸다.

이 패턴은 ①저금리 정책→②부동산 경기 호황→③버블(인플레이션)→④금리 인상→⑤부동산 경기 냉각(버블 붕괴)→⑥금융사 연체율 상승과 건설사 재무 악화로 한 사이클이 끝이 난다.

저축은행 사태는 '닷컴 버블(dot-com bubble)' 붕괴에 따른 저금리 정책에서 시작됐다. 2001년 2월 5.00%였던 기준금리는 2004년 11월 3.25%까지 하향 조정됐다.

2001년 말 어렵게 출제된 수능시험 문제도 변수였다. 학원가가 밀집한 강남 대치동 아파트 가격 중심으로 급등, 전국 부동산 가격을 치켜올렸다. 높은 수익성에 부동산 PF 대출잔액 총액은 2008년엔 83조원까지 급증했고 그중 저축은행 익스포저는 11조5000억원이었다.

/그래픽=최주연 기자

금융당국의 금리 인상과 부실 사업장에 대한 관리 감독에 은행 등 금융기관의 총 PF 익스포저가 2010년을 기점으로 감소(83조→66조)했다. 반면 저축은행 PF 잔액은 오히려 12조2000억원까지 올라섰다. 문을 닫는 그날까지 PF 대출이 행해졌고, 2011년 저축은행 사태가 터졌다.

당국 '뒷짐'에 부실화 점검 시스템 구멍

일각에서는 PF발 저축은행 위기를 금융회사 오너의 도덕적해이에서 찾는다. 부동산으로 큰 수익을 내기 위해 부실화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미비한 내부통제 시스템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라인과 부실 점검 라인이 독립돼야 하는데 저축은행 등이 시스템 구축이 안 돼 있다"며 "또 자재비와 인건비가 오르는 상황에서 건설사가 손해 안 보게끔 적정 수준에서 집값도 올라야 하는데 무조건 올리지 못하게 하면서 공급이 줄었고 이 사달이 났다"고 비판했다.

지금으로서는 신속한 부실 해소가 관건이다. 과거 사태는 금융당국이 타업권과 달리 저축은행에 대한 부실 정리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에 피해가 확산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자 비용은 누적되고 부실은 심화한다.

김수진 우리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부실 PF 정리를 미룰 때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재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사업성과 채권 가치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최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