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본코리아의 역발상…일본 직행한 '마라백', K푸드 지도 바꾼다

더본코리아가 일본 도쿄 신오쿠보에 오픈한 마라탕 전문점 ‘마라백’에서 식사 중인 고객들 /구글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더본코리아가 국내를 거치지 않고 일본 시장을 겨냥한 현지 전용 브랜드 ‘마라백’을 선보이며 글로벌 확장 전략의 틀을 깨고 있다. 연간 330억원에 달하는 상생 비용 지출로 사상 첫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수익성이 한계에 직면하자 강력한 ‘백종원 IP(지식재산권)’를 레버리지 삼아 해외에서 직접 승부수를 띄우는 모양새다. 해외 전용 브랜드라는 새로운 실험이 내수 가맹 사업 의존 구조를 완화하고 글로벌 사업 확장의 발판이 될지 주목된다.

20일 더본코리아에 따르면 최근 도쿄 신오쿠보에 문을 연 ‘마라백’은 초기 기획 단계부터 일본 현지 맞춤형으로 설계된 브랜드다. 사골과 닭고기 육수를 베이스로 해 향신료 중심의 정통 중국식과 차별화했으며 마라 떡볶이와 김말이 등 한국식 토핑을 결합해 ‘K-식문화’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설명이다. 일본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 중인 마라탕 수요를 겨냥해 ‘한국식 마라탕’이라는 세분화된 카테고리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일본 선진출은 더본코리아의 기존 확장 공식을 벗어난 이례적 행보다. 그간 새마을식당, 홍콩반점0410 등 해외 14개국에 진출한 브랜드들은 모두 국내 성공을 기반으로 확장해왔다. 해외에만 매장이 남은 백’s비빔밥, 백철판0410 역시 국내 사업의 연장선에 있다. 반면 마라백은 국내 론칭을 거치지 않고 현지 시장을 직접 겨냥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332억 상생의 역설…적자 전환에 해외 진출 ‘절실’

더본코리아가 이처럼 해외로 눈을 돌린 배경에는 국내 가맹 사업의 수익성 악화라는 구조적 한계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회사는 가맹점주와의 갈등 관리와 이미지 쇄신을 위해 가맹점 프로모션 및 상생 지원 비용으로 전년 대비 8.7배 증가한 332억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지출은 실적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해 연결 기준 23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문제는 막대한 비용 투입에도 불구하고 국내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22.2% 감소했으며 핵심인 가맹 사업 부문 매출 역시 18.6% 줄었다. 국내 외식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다다른 상황에서 내수 확대 전략이 오히려 비용 부담만 키우는 구조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해외 매출 비중이 3%에 그쳐 글로벌 사업 확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에 가까운 과제로 떠오른다.

특히 마라탕 시장의 경우 국내는 이미 레드오션이다. 탕화쿵푸(494여개), 라홍방(130여개) 등 1세대 프랜차이즈가 골목 상권을 선점했고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관련 업체만 100여개에 달한다. 반면 일본은 젊은 여성층을 중심으로 마라탕 수요가 빠르게 확산되는 초기 성장 국면으로, 한국식 마라탕의 선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시장으로 평가된다.

‘흑백요리사’ 낙수효과 적기…왜 일본인가

일본은 더본코리아가 전략적 반전을 모색하기에 적합한 시장으로 꼽힌다. 미국(43개), 인도네시아(21개)에 이어 세 번째로 큰 해외 시장(20개 매장)으로 일정 수준의 사업 기반이 구축돼 있다. 특히 도쿄 신오쿠보는 새마을식당·홍콩반점·본가 등이 모여 ‘백종원 거리’로 불릴 만큼 브랜드 인지도가 형성돼 있다. 더본코리아는 2012년 현지 법인 설립 이후 직영점과 가맹점 운영 경험을 축적해온 만큼 추가 출점을 통한 외형 확장 여력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2025년 12월 말 기준 더본코리아 해외 프랜차이즈 진출 현황 /구글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확인 과정을 거쳐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지난해 12월 방영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2’의 글로벌 흥행은 백 대표의 인적 IP가치를 끌어올리는 계기로 작용했다. 해당 콘텐츠가 일본에서도 장기간 ‘TOP 10’에 오르며 인지도가 확산되자 백 대표는 마케팅 전면에 나섰다. 최근 마라백 1호점에서 팬 사인회를 진행하는 등 현장 행보를 통해 초기 브랜드 안착 비용을 낮추는 효과를 거뒀다.

이번 행보는 가맹사업 중심으로 성장해 온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 수익 모델 전환을 본격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내 가맹 사업은 출점 규제와 상생 비용 등 사회적·제도적 부담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구조다. 반면 해외 시장에서의 마스터 프랜차이즈(MF) 계약이나 현지 전용 브랜드는 본사의 직접 투자 부담을 줄이면서 로열티 수익을 확대할 수 있는 모델로 평가된다. 교촌에프앤비, BHC, 제너시스BBQ 등 주요 외식 기업들이 MF 방식을 통해 해외 매출 비중을 늘리는 흐름도 같은 맥락이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더본코리아는 가맹점주와의 상생 협력과 추가 마케팅 비용 지출이 불가피해 수익성이 제약되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며 “백종원 IP의 글로벌 인지도가 높아진 현 시점이 해외 매출 비중을 끌어올릴 적기”라고 평가했다.

더본코리아는 마라백의 안착을 발판으로 오사카·교토 등 일본 주요 거점 도시로 확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연내 커피 전문 브랜드 ‘빽다방’의 일본 1호점도 선보이며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선다. 회사 관계자는 “마라백은 일본 소비자 특성을 반영해 기획한 현지 맞춤형 브랜드”라며 “성장성이 높은 일본 시장에서 경쟁력을 검증한 뒤 글로벌 전반으로 확장 전략을 구체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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