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분, 59분… 땡! 드디어 여섯 시다. 부랴부랴 회사를 나와 몸을 실은 곳은 변함없이 인산인해인 퇴근길 지하철. 하지만 어쩐지 오늘만큼은 그 길이 설렌다. 오늘의 특별한 목적지 종합운동장역에 내리면, 분명 지쳐 있던 시야 속 사람들이 어느새 밝은 표정으로 유니폼을 입고 긴 행렬을 이루고 있다. 그들을 따라 내야 광장까지 들어서면, 더욱 가까이서 들려오는 응원 소리에 왠지 마음이 급해진다. 하지만 양손 가득 먹거리를 장착하는 일을 빼먹을 수는 없는 노릇. 그렇게 모든 준비를 마치고 경기장으로 향하는 마지막 경사로를 오른다. 한 발짝 한 발짝 걸음을 옮길 때마다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광활한 연둣빛 그라운드. 두근대는 박동 소리를 잠시 느끼다 자리에 앉아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켜면, 어느새 찾아온 잠실의 보랏빛 저녁놀이 또 한 번 마음을 묘하게 흔든다. 남들은 어쩌냐고 걱정한 오늘의 선발 매치업. 하지만 마음이 이렇게나 설레는 건, 왠지 이길 것도 같은 느낌 때문일까? (5월 14일 작성)

에디터·사진 전윤정

#위치 정보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 19-2 서울종합운동장 야구장
한강에서 탄천이 갈라져 나오는 모퉁이에 자리 잡은 서울종합운동장. 이곳은 서울올림픽 주경기장과 보조경기장, 실내체육관과 수영장 등이 들어선 스포츠 종합 단지로, 우리가 대개 ‘잠실야구장’이라 부르는 야구장 역시 같은 공간에 속해 있다.
잠실야구장은 단지 내 시설 중 2호선과 9호선이 지나는 종합운동장역과 가장 가깝다. 특히 5·6번 출구로 나오면 곧바로 매표소에 줄을 설 수 있을 정도라, 방문 시 웬만하면 지하철을 이용하는 게 좋다. 더구나 경기 개시 시각이 평일엔 퇴근 시간대, 주말엔 나들이 시간대와 겹치므로 강남과 잠실을 잇는 테헤란로와 올림픽로의 교통 체증을 경험하고 싶지 않다면 맘 편히 지하철을 타자. 지방에서 방문할 때도 고속버스나 시외버스를 타고 동서울터미널이 있는 강변역에서 내려 2호선을 타거나 고속터미널역에서 9호선을 타면 된다.
자가용을 선택했다면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6,000원을 선불로 내고 주차할 수 있다. 그러나 잠실야구장은 유독 주차난을 겪는 날이 많은데, 인근 시설에서 타 스포츠 경기나 각종 콘서트 및 행사가 동시에 열리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종합운동장 주차장에서 공간을 찾는 데 실패했다면 근처 탄천주차장에 주차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문자로 주차 혼잡 사전 공지가 온 날에는 웬만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자.

#내 직관 유형은?
어디에 앉더라도 아름다운 경치에 기분이 좋아지는 잠실야구장. 하지만 좌석마다 가진 매력은 모두 다르고, 야구를 관람하는 타입에 따라 추천할 만한 구역도 달라진다. 우선 당신이 열성적인 응원을 선호하는 팬이라면, 1·3루 응원단상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오렌지석이 단연 1순위 선택지가 될 것이다. 다만 인기 구역인 만큼 오렌지석은 유료 회원 선예매에서 이미 매진돼 버리는 경우가 부지기수인데, 그럴 땐 오렌지석 바로 뒤의 네이비석도 비슷한 분위기니 일반 예매자라면 이곳을 노려보자.
반면 응원하기보다는 그라운드를 넓게 조망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중앙 네이비석을 추천한다. 응원을 통해 야구에 입문한 팬이더라도 잠실야구장의 가장 깊고 높은 이곳을 처음 찾는다면 새로운 직관의 세계에 눈을 뜰지도 모른다. 이곳에서는 불펜에서 몸을 푸는 투수, 수비 시프트 등 그라운드의 모든 상황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말 그대로 ‘관람’만을 즐기러 온 팬에게는 최고의 자리다. 좌석 대부분에 야구장 지붕이 덮여 있어 뜨거운 햇빛과 비를 피할 수 있고, 타 팀 팬과 함께하기도 자유로운 것은 덤.
선수들을 좀 더 가까이서 보고 싶다면 블루석에 가 보자. 더그아웃 뒤편 구역이라 줌을 당기면 더그아웃을 드나드는 선수들의 얼굴까지도 스마트폰 화면에 담긴다. 안전망이 함께 나오긴 하겠지만… 금전적으로 여유롭다면 좀 더 중앙으로 들어온 테이블석도 아주 좋은 선택이다. 구장 내 최상급 시야와 더불어 먹거리까지 쏟을 위험 없이 편하게 즐길 수 있다. 또, 재치 있는 문구를 적은 스케치북을 세워 놓거나 응원하는 선수의 유니폼을 거는 용도로도 테이블을 활용할 수 있으니, 혹여나 TV 출연을 원한다면 도전해보자.

#낭만과 가성비 사이
3루 게이트 경사로 부근에 길게 줄을 선 팬들. 이들이 기다리는 것이 바로 SNS에서 유명한 야구장 ‘인싸’ 메뉴, ‘잠실원샷’의 ‘원샷치킨’이다. 맥주잔 위로 먹음직스러운 치킨이 올라간 비주얼을 맑은 하늘 아래 탁 트인 그라운드와 매치해 보자. 컵 위에 치킨을 올려야 하는 메뉴 구조상 그 양이 많진 않지만, 야구장의 낭만을 만끽하는 덴 최고의 아이템이 될 것이다.
내야 광장에는 부산 깡통시장 떡볶이 맛집으로 유명한 ‘이가네 떡볶이’가 입점해 있다. 지난 시즌에는 3루 야외 광장에서만 운영했지만, 올해부터는 1루 실내 광장 안쪽에도 점포를 늘렸다. 야구장 프리미엄으로 본점보다는 가격대가 높지만, 어묵과 삶은 달걀, 주먹밥을 곁들일 수 있어 분식 애호가에게는 좋은 선택지다.
2층 광장에서 3층으로 올라가는 길목에는 삼겹살 도시락을 판매하는 ‘통밥’이 있다. 도시락은 삼겹살 1인분과 김치, 쌈장, 청양고추, 무쌈, 파채가 담긴 구성으로, 퀄리티에 대한 호평이 꽤 나오는 편이다. 도시락과 면류가 같이 나오는 ‘삼겹살 세트 C’가 인기가 많은데, 면 메뉴는 김치말이 국수가 단연 베스트셀러. 다만 경기 초반 방문하면 약 1시간의 대기까지도 발생하지만, 번호표를 받아 두면 대기 시간 동안 경기를 보다 오는 것도 가능하다.
입점 매장과 메뉴를 늘어놓으면 크게 모자람이 없어 보이지만, 맛과 가격대를 고려하면 구장 내 식음시설 평가가 좋지만은 않은 편이다. 이에 경기 전 여유시간이 있는 팬들은 잠실새내역에서 음식을 미리 사 오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새마을 전통시장의 ‘깻잎닭강정’과 만둣집 ‘파오파오’가 유명하고, 종합운동장 사거리의 ‘잭슨피자’도 평이 좋다. 다만 맛집으로 정평이 난 매장들이니만큼 이곳들 역시 웨이팅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니 주의.


#동거하는 두 가족
OB 베어스(현 두산 베어스)의 연고지 이전으로 MBC 청룡(현 LG 트윈스)과 OB는 1985년부터 잠실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두 구단이 함께 홈으로 사용하는 구장으로서, 특별한 일이 없다면 잠실야구장은 시즌 내내 쉬는 날 없이 바쁘게 돌아간다. 따라서 외부 현수막, 광장의 굿즈 스토어와 이벤트 시설, 선수 브로마이드, 더그아웃 벽면, 전광판 위 깃발 등 야구장 모든 공간은 각 시리즈의 홈팀에 맞춰 매번 다시 꾸며진다. 시리즈 마지막 날에 방문했다면 경기 막바지쯤부터 이미 탈바꿈을 시작한 모습을 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잠실야구장은 특정 구단의 색채에 맞게 꾸며지기보다는 매 시리즈 최소한의 구색만 맞추는 편이다. 독자적인 홈구장의 부재에 아쉬워하는 팬들도 다수라, 두 팀은 여러모로 ‘불편한 동거’를 40년 가까이 이어 온 셈. 덕분에 두 팀 선수단뿐 아니라 팬들 역시 잠실시리즈가 열릴 때마다 더욱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KBO 역시 매년 어린이날 시리즈에 잠실시리즈를 편성하면서 두 팀의 맞대결을 흥행 보증 수표로 활용하고 있다.
어린이날 시리즈의 승패만큼이나 두 팀 팬들의 신경을 곤두세우는 부분이 있으니. 바로 잠실 홈 개막전이다. 개막 시리즈는 기존까지는 두 해 전 순위, 2024시즌부터는 전년도 순위를 바탕으로 상위 5팀의 홈구장에서 개최된다. 여기서 맹점은, 같은 구장을 사용하는 LG와 두산이 모두 5위권 안에 든 경우에는 둘 중 더 높은 순위를 기록한 팀이 개막전에 잠실을 차지한다는 것. 어찌 보면 둘의 라이벌 구도에 제도까지 합세한 듯한 모양새다. 규정에 따라 2017년부터 2023년까지(코로나19로 개막이 연기된 2020시즌 제외)는 두산이 홈에서 개막전을 치렀으나, 올해는 지난해 통합우승을 거둔 LG가 홈 개막 선언의 영광을 되찾아왔다.

#번외 – 사실은 세 가족?
사실 잠실야구장에는 한 가족이 더 세 들어 산다. ‘팅커벨’이라는 귀여운 별명을 가진 하루살이 식구들이다. 이름과는 달리 별로 마주치고 싶지 않은 비주얼의 이 하루살이들은, 한강과 탄천을 낀 구장 위치 특성상 매년 초여름에 기승을 부린다. 정도가 심한 날에는 중계화면으로도 잔뜩 보일 정도며, 선수들이 벌레를 쫓아내는 장면들도 종종 포착된다. 이들은 조명탑 근처에서 우글거리다 관중석으로 낙하하기 시작하니, 벌레나 곤충에 악연이 있는 사람이라면 방충용품을 준비하거나 습도가 높은 날 방문은 재고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4년 158호 (6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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