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저커버그, AI 복제인간 만든다...막오른 ‘AI 클론’ 시대

미국의 빅테크 기업 메타는 요즘 곱슬머리에 회색 티셔츠를 즐겨 입는 인공지능(AI) 클론(clone·복제 인간)을 개발하고 있다.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 AI 클론이다. 단순히 외형을 넘어 말투와 몸짓, 그동안 저커버그가 한 주요 발언과 전략적 사고까지 기억하는 AI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실사 같은 AI 기반 3D 캐릭터”라며 “저커버그는 이 AI 클론이 자신을 대신해 직원들과 소통하며 긴밀히 연결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사람의 목소리와 얼굴 형태를 구현한 아바타를 넘어 특정인의 생각과 지식, 판단력까지 학습한 ‘AI 클론’ 시대가 열리고 있다. 넘쳐나는 업무에 허덕이는 기업 최고경영진 등이 자신과 같은 노하우와 판단력을 가진 AI 클론을 현장에 하나둘씩 활용하는 것이다. AI 에이전트가 ‘이 일을 처리하라’는 지시를 받아 움직이는 AI라면 AI 클론은 ‘진짜 사람이라면 어떻게 판단할까’를 학습하고 전문성과 판단력을 갖춘 AI라는 점에서 앞으로 고위 사무직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진짜 CEO처럼 평가 내려주는 AI 클론
메타가 개발하는 AI 클론은 저커버그의 말투와 행동 방식, 공개 발언, 최근 마련한 경영 전략 등을 학습한다. 목표는 직원들이 AI 클론과 대화하며 저커버그와 실제로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저커버그는 직접 자신의 음성과 사진, 영상 데이터를 제공하며 훈련을 돕고 있다고 FT는 보도했다. 저커버그는 자신이 불가피하게 참석하지 못하는 화상회의에 AI 클론이 대신 참석하고, 미리 학습시킨 전략에 따라 AI 클론이 간단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메타는 또 AI 클론 기술을 발전시켜 인플루언서가 자신의 AI 클론을 만들어 팬들과 소통하는 방식 등에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AI를 생산성 도구를 넘어 실제 인물의 존재감을 대체하는 하나의 인터페이스로 확장하려는 것이다.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의 직원들은 CEO인 다라 코스로샤히의 특성을 재현한 AI 클론을 만들었다. 직원들이 CEO에게 대면 보고를 하기 전 이 AI 클론과 예행연습을 하고 지적 사항을 보완한다. 스웨덴의 핀테크 업체인 클라르나는 작년 5월 실적 발표 때 CEO 모습을 AI로 만든 AI 클론 영상으로 주요 내용을 설명했다. 클라르나는 또 세바스티안 시에미아트코프스키 CEO의 목소리와 경험, 통찰력을 학습시킨 AI 클론 ‘AI 세바스찬’을 만들어 전화 상담 핫라인에 배치했다. 이 AI 클론은 CEO의 경험을 바탕으로 클라르나의 비전과 사명에 대한 질문에 답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미국의 스타트업 델파이는 AI 클론을 만들어주는 사업을 한다. 메모와 회의록, 프레젠테이션을 바탕으로 회사 임원의 지식을 유지하는 AI 클론을 만들어준다. 직원이 AI 클론에 질문하면 해당 임원 스타일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미국 텍사스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이그나이트테크도 올 1월 열린 CES에서 실제 인사 담당자를 복제한 AI 클론이 신입 직원 교육과 적응을 돕는 기술을 선보였다.
◇AI 클론이 고위 사무직 자리 뺏을까
실제 AI 클론 시장 규모는 아직 산출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초기 단계다. 시장조사 업체 마케츠앤드마케츠에 따르면 AI 클론과 비슷한 AI 아바타 시장 규모가 작년 8억달러(약 1조1800억원)에서 연평균 33.1%씩 성장해 2032년엔 59억3000만달러(약 8조78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AI 클론이 미칠 영향은 크다. AI 클론은 업무 효율을 높이고 조직 결속을 강화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창업자 커뮤니티인 사스트(SaaStr)는 12개월간 창업 관련 상담 전문가를 복제한 AI 클론 ‘디지털 제이슨’을 운영한 결과 총 275만건의 대화가 이뤄졌고, 한 대화당 평균 45분이 걸렸으며, 창업자들이 궁금해하는 6만5000개 이상의 질문에 AI 클론이 답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AI 클론이 고위 경영진이나 임원까지 대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올 1월 카네기멜런대와 에모리대 공동 연구팀이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올린 ‘당신의 상사가 AI 봇일 때’라는 논문에 따르면, 연구 참가자들은 “고차원적 의사 결정, 창의적 판단, 관계 형성 능력은 AI로 자동화하기 어렵다”고 주장하면서도 AI 클론이 자신의 업무 일부를 대신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최고경영자의 철학을 고스란히 학습한 AI 클론이 중간 관리직까지 대행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AI 클론이 실수를 했을 때의 책임 소재 문제, 데이터 보안 문제 등도 지적된다. 미 경제 매체 패스트컴퍼니는 “경영진의 리더십이나 창의성을 의미 있게 만드는 요소는 ‘존재감’인데 AI 클론은 이를 희석시킬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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