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워치] "우린 자회사 아냐" 이솔, 중복상장 정면돌파

/사진 제공=이솔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극자외선(EUV) 반도체 장비 기업 이솔과 주관사가 중복상장 논란에 '관계회사' 논리를 내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지분율이 50% 미만이라는 점을 들어 '쪼개기 상장' 논란을 돌파하겠다는 계산이지만, 실질적 지배력을 보겠다는 금융당국의 기준과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회사는 IPO 실무 베테랑 인력 채용을 추진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에프에스티-오로스테크놀로지' 중복상장 이슈

27일 <블로터> 취재를 종합하면 이솔 IPO 주관 계약을 협의 중인 미래에셋증권은 이솔의 지배구조가 중복상장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내부 판단을 내린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말 기준 이솔의 최대주주는 코스닥 상장사 에프에스티(지분율 28.66%)다. 여기에 계열사 오로스테크놀로지가 상장돼 있어 추가 상장 시 '쪼개기 상장'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구조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에프에스티가 이솔을 관계회사로 분류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회계 기준상 지분율 50% 이하 기업은 통상 관계기업으로 분류된다. 주관사단은 이를 근거로 '알짜 자회사 분할 상장'과는 다른 케이스라는 논리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이솔의 최대주주가 에프에스티인 것은 맞지만, 양사는 모회사-자회사 관계가 아닌 '관계회사'로 분류돼 있다"며 "중복상장 이슈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수는 규제 환경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자본시장 체질개선 대책을 통해 중복상장 금지 원칙을 물적분할을 넘어 인수·신설 계열사 전반으로 확대했다. 판단 기준 역시 지분율이 아닌 '실질적 지배력'으로 명확히 했다.

모회사가 경영권과 의사결정권을 행사하는 수직적 구조라면 지분율과 관계없이 중복상장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IB(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중복상장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범으로 지목한 상황에서, 관계회사로 규제를 피하겠다는 것은 기술적 회피에 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불확실성은 주관 계약 지연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솔은 지난해 말 복수의 증권사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배포한 뒤 지난 2월 프레젠테이션(PT)까지 마쳤지만 아직 주관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통상 IPO 계약이 PT 이후 빠르게 계약으로 이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주관사로 거론된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블로터>와의 통화에서 "이솔과 주관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며 "선정이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상장 대행사 관계자는 "보통 PT 이후 빠르게 계약이 진행되는데, 일정 기간 계약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발행사와 증권사 간 리스크 조율이 길어지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 가이드라인 역시 변수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현재 중복상장 규제 세부 기준을 마련 중이며 △경영 독립성 △투자자 보호 △모회사 주주 동의 여부 등이 핵심 요건으로 포함될 전망이다.

자본잠식 속 RCPS 변수…베테랑 인력 채용

생성형 AI(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확인 과정을 거쳐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재무 구조도 부담이다. 이솔은 지난해 매출 10억원, 영업손실 159억원, 당기순손실 238억원을 기록했다. 결손금은 609억원, 자본총계는 -398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부채도 적지 않다. 전환상환우선주(RCPS)와 파생상품부채를 포함한 금융부채는 1360억원 규모다. 기업가치 상승에 따른 파생상품 평가손실이 부채를 키우는 구조다.

FI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압박도 변수로 꼽힌다. RCPS(전환상환우선주) 투자자는 IPO 실패 시 상환권을 행사할 수 있어, 상장 추진 압력이 높을 수밖에 없다. RCPS는 보통주로 전환돼야 자본으로 인정되는 만큼, IPO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필수 요소로 거론된다.

현재 실적 기준으로는 일반 상장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기술특례상장 가능성이 거론된다. IB 업계 관계자는 "재무 구조만 보면 기술특례상장이 현실적인 선택지로 보인다"며 "FI 지분 조정이나 부채 성격 완화 작업이 병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자본잠식은 상장전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과 함께 자연스럽게 해소가 되는 이슈"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솔은 최근 '6~12년 차 IPO 실무' 채용 공고를 내며 대응에 나섰다. 주요 업무는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 작성, 주관사 협업, FI 대응 등이다. 주관사 확정 전 실무 책임자부터 확보하려는 움직임은 이례적이다.

이솔 관계자는 "관련 업무 수행을 위한 채용은 맞다"라면서도 "상장 예비심사 청구를 준비하는 단계까지는 아니다"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중복상장 및 자본잠식 이슈에 대해서는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블로터>는 에프에스티 IR실 측에도 관련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최종원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