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리핀이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F-16V 대신 한국의 FA-50 Block 20을 선택했습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6월 4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필리핀 국방부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간 FA-50 경공격기 12대의 추가 수출 계약이 체결됐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필리핀의 FA-50 도입에는 미국의 많은 압력이 있었습니다.
"미국이 F-16V를 사라고 하지만 제안 내용이 너무 비싸서 공군은 다른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 2019년 필리핀 국방장관의 이 한 마디가 모든 것을 말해줍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한 2025년, 미국은 다시 한 번 필리핀에 F-16V 20기를 55억 8천만 달러에 팔겠다고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필리핀의 반응은 더욱 냉랭했죠. "F-16 구매설은 언론의 상상"이라며 아예 선을 그어버렸습니다.
그런데 바로 며칠 후, 한국항공우주산업은 필리핀과 7억 달러 규모의 FA-50 Block 20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무려 8배 가격 차이가 나는 이 선택의 배경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요?
전투기 없는 나라가 된 필리핀의 딜레마
필리핀은 2005년 노후화된 F-5A/B 전투기를 퇴역시킨 후 무려 20년 가까이 순수한 전투기 전력 없이 지내왔습니다.

이는 동남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었죠.
남중국해에서 중국과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군력 재건은 필리핀에게 절대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습니다.
필리핀 정부는 'Horizon'이라는 군 현대화 프로그램을 통해 고급 멀티롤 전투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기종 선정이나 입찰 일정은 아직 공식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FA-50 도입을 통해 조금씩 공군력을 재건해나가고 있는 상황이죠.
미국의 일방적인 F-16V 판매 제안
흥미롭게도 미국은 필리핀의 요청도 없이 먼저 F-16V 판매를 제안해왔습니다.

1차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9년, 미 국무부는 필리핀에 F-16V 12기를 최대 24억 3천만 달러에 판매할 가능성을 승인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필리핀 측의 요청에 따른 것이 아니었죠.
당시 델핀 로렌자나 국방장관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F-16을 사라고 하지만 제안 내용이 너무 비싸서 공군은 다른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이미 이때부터 필리핀은 미국의 제안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였던 것입니다.
2차 트럼프 행정부의 더욱 공격적인 제안
2025년 트럼프가 재집권하자 미국은 더욱 공격적으로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F-16V Block 70/72 20기를 약 55억 8천만 달러에 판매하겠다고 제안했죠. 하지만 필리핀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기만 했습니다.

길베르토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장관은 올 5월에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샹그릴라 회의에서 "아직 미국으로부터 정식 제안을 받지 못했다"며, "가령 제안이 있다 해도 필리핀 국방부가 F-16을 필요로 하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더 나아가 "언제 멀티롤 전투기를 도입할지, 어떤 기종을 선택할지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며 "필리핀이 F-16을 구매한다는 소문은 언론의 상상"이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죠.
한국 FA-50의 현실적인 매력
이런 상황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발표한 소식은 매우 의미심장했습니다.
6월 4일 KAI는 필리핀 국방부와 FA-50 추가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계약 규모는 기체와 지원 서비스를 포함해 약 7억 달러, 2030년까지 12기의 FA-50을 납품하는 조건이었죠.
이번에 도입되는 FA-50 Block 20은 단순한 훈련기가 아닙니다.
공중급유 능력으로 항속거리가 확장되고, AESA 레이더가 탑재되며, 공대공·공대지 무기 탑재 능력이 대폭 향상됩니다.
사실상 경전투기 수준의 성능을 갖추게 되는 것이죠.
가격 대비 성능의 압도적 우위
필리핀이 FA-50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경제성입니다.

미국이 제안한 F-16V 20기의 가격은 55억 8천만 달러로, 기당 약 2억 8천만 달러에 달합니다.
반면 FA-50 12기는 7억 달러로 기당 약 5천 8백만 달러 수준이죠.
더욱 중요한 것은 필리핀 군 전체의 현대화 예산이 6억 1천만 달러(여유 자금 발생 시 6억 9천만 달러 추가)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F-16V 한 기 값으로 FA-50을 5기나 살 수 있는 상황에서, 어떤 선택이 더 현실적인지를 필리핀이 보여준 것입니다.
정치적 고려사항과 미래 전망
필리핀의 선택에는 정치적 고려사항도 작용했습니다.
두테르테 정권 시절 마약 단속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 문제로 서구 국가들과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스웨덴의 그리펜 도입 협의도 진전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마르코스 대통령 취임 후 스웨덴과 방산 협력 협정을 체결하는 등 관계 개선은 점점 개선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필리핀이 FA-50 Block 20 도입 후에도 본격적인 멀티롤 전투기 도입을 추진할지, 그리펜 도입 협상을 계속 진행할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입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록히드마틴의 실적을 위해 계속 F-16V 판매를 밀어붙인다면, 결국 미국 정부가 대외군사융자기금(FMF)을 통해 구매 자금을 지원하는 방법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결국 필리핀의 선택은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판단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화려한 최첨단 무기보다는 당장 필요하고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전력 증강을 택한 것이죠.
앞으로 필리핀의 멀티롤 전투기 도입사업에서 KF-21을 도입할 지도 관심사이므로, 필리핀의 군 현대화 사업을 지속해서 주목해야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