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집 살이 하는 남자, 금요일엔 빨간 시골집으로 퇴근합니다

안녕하세요, 용용일기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SNS에서 손 글씨, 손 그림을 쓰고 그리는 용용일기입니다. 지금은 유튜브 '멀리사는 이야기' 채널에서 시골 사는 오도이촌의 삶을 공유하고 있어요.

오도이촌 라이프를 시작하기 전에는 어떻게 지내셨나요?

평일에는 회사 생활을 했고요. 주말에는 주로 야외를 조금 놀러 다니거나, 손 글씨나 손 그림같은 취미 활동을 했어요. 특별히 주말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고, 평범하게 주말을 보내곤 했던 것 같아요. 오도이촌을 준비하기 전에는 자유롭게 술을 마실 수 있는 셀프 바를 운영했는데, 시골 생활에 집중하기 위해서 그만두었죠.

도시 생활 중 아쉬웠던 점이 있나요?

무엇보다도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 컸어요. 주도적으로 움직이지 않아도, 회사 생활이나 약속 등으로 제 시간이 다 소비되더라고요. 가만히 있으면 무료하니까 누구한테라도 연락해서 보자고 한다거나, 잠시도 쉬는 시간 없이 영화라도 틀어 놓고 있거나 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흘러가 버리는 시간에 대해서 '내가 시간을 제대로 쓰고 있나?'이런 고민을 많이 했어요.

두 집 살이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뭐였나요?

'내가 왜 여기에 살고 있을까?'라는 물음에서부터 시작되었어요. 어렸을 때나, 중고등학교, 대학교 다닐 때는 교육을 받는 곳에서 자연스럽게 살게 되잖아요. 취업하거나 결혼을 하면 또 그곳에서 주거지가 정해지고요.

그런데 그 나이가 지난 다음에도 주변 사람들을 보면 이제 자기가 충분히 움직일 수 있는 시기가 되어도 그냥 그곳에서 계속 살고 있더라고요. 나도 그렇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고,'그렇다면 내가 살고 싶은 곳에서 살아보는 건 어떨까?'라는 질문이 떠올랐죠. 그렇게 살고 싶은 곳을 찾아보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실행으로 옮기기 전 고민이 되었던 부분도 있나요?

가장 크게 고민이 됐던 거는 돈이에요. 일단 제가 살고 싶은 곳을 쭉 찾아보았는데, 도시는 아니었어요. 그렇다면 시골집을 사야 했는데, 보통은 너무 노후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리모델링을 무조건 거쳐야 하거든요. 그런 부분까지 금액을 부담해야 하니까 어느 정도 한정된 금액 범위 내에서 선택해야만 했죠.

두 번째로는 경제 활동이 시골에 가서도 가능해야 한다는 부분이었어요. 그래서 오도이촌으로 연습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만약 제가 오도이촌 생활을 마무리한다면 경제적인 기반을 마련해 둔 상황일 거예요.

천천히 적응하는 방법을 선택하셨군요.

네, 천천히 적응해서 귀촌에 도전하려고해요.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결국은 이 일을 잘할 사람인데도 준비가 안 됐을 때 도전하다가, 못하는 채로 평생을 마감하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마찬가지로 시골에 정말 잘 맞는 사람이라도 무턱대고 귀촌했다가 잘 맞지 않는다고 섣불리 판단을 내려 버린다면 너무 아까울 거예요.

PART 2. 시골집을 사다
: 풍경은 세트입니다

집을 고를 때 고려했던 멀리님만의 특별한 기준이 있나요?

일단 저는 집을 구할 때 원하는 조건의 리스트를 만들었어요. 4가지 조건이 있었는데요. 원 거주지에서 2시간 이내의 거리일 것, 바닷가 30분 거리일 것, 집 뒤에 산이나 작은 동산이 있을 것, 마을에 속하지만 앞, 뒤, 옆집이 바로 붙어있지 않을 것 이렇게 조건을 두었어요. 그리고 집을 살 때 단순히 집을 사는 것이 아니라 그 위치를 사는 거라고 생각했지요.

그렇다면 지금 시골 집은 어떤 점이 마음에 들어서 선택했나요?

집과 주변이 어우러지며 만들어 내는 분위기가 한 장의 엽서처럼 멋있었어요. 사람이 옷을 입을 때도, 바지나 양말 하나 예쁘다고 코디 전체가 멋지지 않잖아요. 조화가 중요하니까요. 지금 시골집은 빨간 지붕, 노란색 땅, 파란 하늘, 초록색 나무가 적절히 조화가 되어있었어요. 또, 집까지 향하는 길도 참 마음에 들었어요.

시골집으로 향하는 길은 어땠나요?

같은 시골이라고 해도 분위기가 다 다르다는 것도 임장 다니며 알게 되었는데요. 어떤 곳은 집을 보기 전부터 마음에 들지 않기도 하지만, 어떤 곳은 가는 길부터 설레기도 하더라고요.

지금 시골집은 가는 길에 '보령 호수'라는 되게 큰 호수가 있어요. 그리고 6km짜리 벚꽃 터널이 있고, 그 길을 통과하면 마을이 시작돼요. 그런 것들이 너무 좋더라고요.

두 집 살이를 시작하고 난 후의 일상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금요일에 퇴근 하면 바로 시골 집으로 가서, 월요일 출근 전에 돌아오는 루틴을 가지고 있어요. 거의 사도 삼촌 정도가 되었어요. 너무 좋아서 그렇게 된 건데요. 그렇다고 가서 특별히 '오늘 뭐 해야지' 이렇게 계획을 세우지는 않아요.

도시에서는 오늘 무엇을 할 지 정해도 다 지키기가 어렵잖아요. 그런데 시골에서는 계획과 상관 없이 계속해서 무언가를 하게 돼요. 예를 들어 풀이 자랐는지 모르는 상태로 시골 집에 갔는데, 너무 자라있으면 자연스럽게 뽑게 되는 거죠. 눈이 예상치 못하게 오게 되면 그걸 치워야 하고요. 그런 식으로 자연이 나한테 시키는 일들을 하며 지내요.

두 집 살이에 만족감을 느끼시나요?

저에게 작은 공간이 하나 생겼을 뿐인데, 생각보다 그 공간이 주는 위안이 굉장히 크더라고요. 그동안 원룸부터 아파트까지 여러 공간을 이사 다니며 다양한 공간에 살아봤지만,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어요. 아마 그 이유는 '제가 원하는 곳에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살고 싶은 곳을 찾았다는 데 많은 행복을 느껴요.

아쉽거나 불편한 점도 있으세요?

힘든 거랑 싫은 것은 다르다고 생각하는데요. 지금 말씀드리는 것은 힘들지만 싫지 않은 부분이에요. 아무래도 세컨하우스는 도시와 거리가 있는 곳으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급한 일이 생겼을 때 대처하기가 좀 힘들어요.

그리고 곤충, 뱀, 지네 이런 벌레들이 있다는 점이에요. 그렇다고 문 닫고 집 안에만 있을 수는 없고요. 올해 퇴치했다고 내년에 안 오는 게 아니고, 평생 함께 가야 하는 부분이에요. 이거는 만약 시골살이를 꿈꾸시는 분들이라면 본인 스스로 어떤 방식을 찾아서 매년 적응해 나가야 해요.

PART 3. 시간의 주인은 나
: 내가 움직이는 이곳

시골에서 평온함을 잘 누릴 수 있는 팁이 있나요?

의욕이 넘치게 '무얼 해야지' 이런 것보다는 가만히 흐름에 맡기는 것 같아요. 가만히 있어도 내가 해야 하고, 내가 하지 않으면 아무도 해주지 않을 일들이 보이거든요. 아파트 같은 경우는 낙엽이나 눈을 경비원분들이 다 쓸어주시잖아요. 그런데 이제 그런 걸 다 스스로 하게 되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처음 고민했던 '시간'을 이제는 제가 쓰고 있다는 감각이 생겼어요. 시간을 제가 쓰지 않으면 흐르지 않는 거죠. 나 좀 써달라고 널브러져 있어요.


도시에서는 시간이 나를 끌고 갔지만,
시골에서는 내가 시간을 끌고 가요.

그러다 보니 작은 것들 조차도 다 행복하고, 그러다 보니 되게 많이 행복할 수 있어졌어요.

지금 라이프스타일에서 변화할 계획도 있으세요?

지금은 오도이촌을 2년째 하고 있는데, 제가 시골에 살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스스로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지금 계획은 3년 정도 자금을 마련하고, 이후에 숙박업을 시작해 보고 싶어요. 시골을 꿈꾸는 분들이 덜컥 있는 돈을 투자했다가 실패하지 않도록, 보름에서 한 달 정도 체험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체험해 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군요.

네, 해보고 안 맞는다면 과감히 정리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굳이 즐겁지 않은데 여유로운 척할 필요는 없는 거죠. 로망과 실제 마음은 다를 수 있으니까요. 기회 비용도 크고요. 기본적으로 1억 넘게 깨지는 일이에요. 집 사는 데 5천만 원에서 7천만 원 정도 들고요. 고치는 데 거의 1억 에서 1억 5천만 원 들어요. 그런데 덜컥 시작했다가 팔리지도 않으면 힘드니까요. 천천히 시작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마치며

비슷한 선택을 하고 싶지만, 망설이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나요?

일단 두 집 사이의 거리가 2시간이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게 좋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3개월, 6개월, 1년 넘게 지속할 일이니까요. 일주일을 나눠 쓰며 행복함을 느끼는 게 두 집 살이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오가는 데 너무 부담되지 않는 거리가 중요하죠.

반면에 너무 가까워도 일상생활과의 분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요. 급한 일이 생기면 원래 집으로 와 버리게 되거든요.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사이의 거리로 기준을 잡고 찾아보시면 결정하는 데도 좋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깊이 고민해보시면 좋겠어요. 캠핑이랑은 또 다른 게 두 집 살이거든요. 잠깐의 관심으로 투자했다가 죽을 때까지 내 집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아요. 시골은 매매가 잘 안돼서요. '나중에라도 갈 거야' 정도의 마음가짐이라도 확인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신중하게 진짜 마음을 확인해 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