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다이스, 8년 만에 제주 다시 노린다…'롯데관광개발 독주' 흔들까

메종글래드 제주(사진) 인수를 추진 중인 파라다이스그룹과 코람코자산운용이 실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인수가 성사될 경우 롯데관광개발과의 복합리조트 경쟁이 본격화될 것 전망이다. /사진 제공=글래드호텔앤리조트

파라다이스가 카지노 영업장이 위치한 메종글래드 제주 인수를 본격 추진하며 제주 시장 내 독자적인 거점 확보에 나섰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카지노 업황이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8년 전 파라다이스의 사업권을 인수해 제주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온 롯데관광개발과의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신제주 연동 중심 상권에서 도보 10분 거리를 두고 영업하게 될 양사의 경쟁이 VIP 고객 유치 경쟁 심화로 이어질지, 혹은 마카오식 시장 확대 효과를 가져올지를 두고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10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파라다이스그룹은 최근 코람코자산운용과 제주 메종글래드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정밀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매각 대상인 메종글래드는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513객실 규모의 5성급 호텔로, 거래가는 2500억원 안팎으로 거론된다. MOU 기한인 오는 8월 안에 인수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이 내려질 전망이다.

파라다이스의 이번 인수 추진은 호텔과 카지노의 연계 효과를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재 파라다이스는 메종글래드 제주 내 카지노를 임차 형태로 운영하고 있어 외국인 VIP 마케팅에 구조적 제약이 따른다. 카지노업계의 핵심 마케팅 수단인 '콤프(Comp)' 운영 과정에서 관련 비용이 외부로 유출될 수 있는 데다, 성수기에는 VIP 고객을 위한 객실을 탄력적으로 확보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제주 외국인 전용 카지노 시장이 엔데믹 이후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파라다이스의 투자 검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2021년 488억원까지 감소했던 제주 카지노 매출은 이후 빠르게 회복했다. 2024년 4589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25년에는 전년 대비 40.8% 증가한 646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종전 최고치였던 2018년(5111억원)을 넘어선 수치다.

/그래픽 제작=이유리 기자

8년 전 넘긴 사업권, 다시 마주한 경쟁자

이번 거래는 8년 전 양사 간 카지노 사업권 매각 이력과 맞물리며 업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메종글래드 인수가 성사될 경우 파라다이스는 과거 매각한 사업권을 기반으로 성장한 롯데관광개발과 신제주 중심 상권에서 호텔과 카지노를 연계한 복합리조트 사업 경쟁을 벌이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제주 외국인 전용 카지노 시장 점유율은 롯데관광개발이 약 80%, 파라다이스가 약 3%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파라다이스는 2018년 인천 영종도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 운영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제주롯데 카지노’ 사업권을 롯데관광개발에 매각했다. 롯데관광개발은 해당 사업권과 운영 인력을 승계한 뒤 2021년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로 카지노를 이전·확장하며 사업 규모를 키웠다.

롯데관광개발 카지노 매출액 및 비중 / 구글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드림타워 카지노는 이후 롯데관광개발 실적을 견인하는 핵심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카지노 매출은 2022년 437억원(매출 비중 23.8%)에 머물렀지만 관광 수요 회복과 외국인 인바운드 증가에 힘입어 2024년 2946억원, 2025년에는 4767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기준 카지노 부문 매출은 1186억원으로 전체 연결 매출의 약 76%를 차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파라다이스의 전략적 철수가 롯데관광개발 카지노 사업 성장의 기반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라다이스를 둘러싼 사업 환경 역시 8년 전과는 달라졌다. 파라다이스시티가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자리 잡으면서 제주 시장에 재투자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추게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과거와 달리 메종글래드 제주의 객실 인프라와 카지노를 연계 운영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VIP 고객 대상 콤프 마케팅의 효율성을 높이고 객실 운영의 유연성까지 확보할 수 있어 호텔과 카지노 간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도보 10분 거리 맞대결...시장 판도 바뀔까

업계에서는 양사의 경쟁 구도 형성을 두고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메종글래드 제주와 제주 드림타워가 도보 8~10분 거리 내에 위치한 만큼 외국인 VIP 고객 유치를 위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카지노 업계 관계자는 "자체 객실 인프라를 갖춘 두 사업자가 가까운 거리에서 경쟁하게 되면 VIP 고객 유치를 위한 콤프 마케팅이 과열될 수 있다"며 "이는 단기적으로 양사 모두에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증권가에서는 양사의 경쟁이 제주 카지노 시장 확대를 이끄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최용현 KB증권 애널리스트는 "두 시설이 인접해 있어 경쟁 심화 우려가 존재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제주 카지노 시장의 외연 확대 효과가 더 클 것"이라며 "마카오 역시 대규모 투자 이후 시장 규모와 방문객 수가 함께 증가한 만큼 제주 카지노 시장도 수요 확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라다이스 관계자는 "메종글래드 제주 인수 추진은 그룹의 복합리조트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제주 관광산업과의 시너지를 확대하기 위한 전략적 검토의 일환"이라며 "제주는 국내 대표 관광지 중 하나이자 외국인 관광객 유치 잠재력이 큰 시장인 만큼 제주 관광·레저 산업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이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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