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대로 씻지도 못해, 한숨 나와요”...가뭄에 고통받는 이 섬
기아차 광주공장, 지하수 취수량 1천t 늘려
완도 지역 일부 섬에선 1일 급수·6일 단수까지
강수량, 평년의 53% 그치며 생활용수도 위기
전남 완도 노화도에 거주하는 김 모씨의 하루는 집에 설치된 물탱크를 살펴보는 일로 시작된다.
이 곳은 가뭄 때문에 지난해 11월 23일부터 ‘2일 급수, 4일 단수’가 이어지고 있다. 먹을 물조차 부족해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빨래감을 한가득 모은 뒤에야 세탁기를 돌린다.
김 씨는 “매년 가뭄이 닥칠 때마다 마실 물 걱정에 고통받고 있다”며 “맘 편히 물 쓰고 사는 것이 평생 소원일 정도”라고 말했다. 마을 몇몇 주민들은 집에 1~2t 규모의 물탱크를 설치하고 있다고 한다. 급수 때 한가득 물을 채운 뒤 언제 올지 모르는 비만 기다리는 것이다.
8일 현재 완도 지역의 제한급수가 이뤄지는 곳은 △금일도 △노화·보길도 △소안도 △넙도 등이다. 이 중 가장 빨리 제한급수가 시작된 곳은 넙도로 지난해 5월 16일부터 1일 급수·6일 단수를 하고 있다.
금일도는 지난해 11월 7일부터 2일 급수·4일 단수, 소안도는 지난해 11월 1일부터 2일 급수·5일 단수가 이어지고 있다.
완도군 관계자는 “지난해 완도지역 강수량은 765㎜로 평년 1425㎜에 비해 53%에 그치며 기상 관측 이래 최악의 가뭄을 겪는 상황”이라며 “완도군 전체 10개 수원지 저수율도 평균 23.4%에 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 부족이 심각한 완도지역 수원지 6곳에는 철부선 4대와 급수차 30대가 투입돼 하루 2000t의 비상 용수를 운반해 물을 보충하고 있다.
물 부족은 대도시 광주도 마찬가지다. 광주 시민들의 주요 상수원인 전남 화순 동복댐이 말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동복댐 유효 저수량은 9200만t 상당으로 최근 저수율을 살펴보면 △지난해 11월 28일 30.76% △12월 30일 25.93% △올해 1월 31일 24.78% 등으로 2000만t 수준에 그치고 있다.
동복댐의 지난 10년간 1월 평균 저수율은 68.4%였다. 1년 사이 동복댐에서 30% 상당의 저수율이 사라진 것이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은 수돗물을 대체하기 위한 지하수 취수량을 하루 2150t에서 3150t으로 늘렸다. 심지어 화장실 209개소의 급수 밸브를 조절해 수돗물 수압을 낮췄다. 또 양변기 427개 수조에 물병 넣기 등 절약 운동에 동참하며 전월 대비 1만7672t(18.5%)의 물을 아꼈다.
광주·전남 지역은 여전히 물 부족이 우려되지만 지난달 13일 최대 74㎜의 단비가 내리면서 급한 불은 끈 상황이다. 광주시도 앞서 3월 초 제한급수 가능성을 예고했지만 단비와 시민들의 물 절약 운동 덕분에 제한급수 우려 시점을 올해 5월로 늦췄다.
동복댐도 단비에 힘입어 359만㎥ 상당의 용수가 유입되면서 21일 가량 공급 가능 일수가 늘어났다.
섬 지역 주민들의 가뭄 고통을 끝낼 근본적인 대책 마련 움직임도 나온다. 전남도는 오는 2030년까지 노화~보길 해저관로사업 등 6건의 광역상수관로 연결사업에 2475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대량의 공업용수가 필요한 광양국가산단은 해수 담수화 설비로 하루 3만t의 공업용수를 절감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시민들의 물 절약 참여에 힘입어 제한급수 위기가 늦춰졌다”면서도 “여전히 동복댐 고갈과 제한급수 가능성이 있는 만큼 큰 비로 동복댐 수위가 완전히 회복되기 전까지는 시민들의 20% 물 절약 운동 동참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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