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력 실체화한 한동훈 "민심따라 당 운영"…`여사 리스크`에 "결단" 시사

한기호 2024. 10. 8.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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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의원 21명과 첫 만찬 회동, 이튿날 원외당협위원장 90여명과 오찬·토론
의료사태와 김건희 여사 리스크·특검론에 "엄중 문제…일선 현장 생각 같아"
당정 긴장 속 "물러나지 않겠다, 따라달라"…지구당 복원 재천명, 地選역할 시사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국 원외당협위원장 연수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국민의힘 제공·연합뉴스>
지난 10월6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마친 후 6선 조경태 의원과 대화를 나누며 차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0월7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국 원외당협위원장 연수에서 발언하고 있다.<국민의힘 제공·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원내, 원외별로 연이어 대규모 모임을 가지면서 당정관계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처음으로 실체를 보인 친한(親한동훈)계 현역 의원들과의 만찬 회동에서 "물러나지 않겠다. 믿고 따라달라"고 했고, 100명에 가까운 원외당협위원장들과는 지구당(중앙당 산하 지역구별 정식 조직) 복원을 약속하며 현안 공감대를 이뤘다. 김건희 여사발(發) 악재와 의료공백 장기화에 대해선 '민심에 따른 행동'을 시사했다.

8일 여권에 따르면 한동훈 대표는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한 중식당에서 친한계 의원 21명 등과 만찬을 함께 하며 여러 정국 현안 대응에 관해 "국민 눈높이에 맞게 당이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 방어를 위한 총공세로 정쟁을 유도하면 '설득력있는 반대'와 함께 적극 대응하자는 인식을 공유했고, 김 여사 의혹 총공세에 관해선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하자"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내가 열심히 앞장서서 하겠다"며 "물러나지 않겠다. 믿고 따라달라"고 참석자들에게 당부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잇단 '여당 대표 패싱' 흐름과 더불어 '원외 당대표 한계, 세력 실체 의문'이란 친윤(親윤석열)계 주류의 공격에 적극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7·23 전당대회 직전 김 여사 심기를 거론하며 좌파 유튜브매체에 '한동훈 공격 보도'를 사주한 녹취가 드러난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 감찰에도 7일 착수했다.

한 대표는 7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포용은 최소한의 기강을 전제로 한다"며 "우리 당은 '서울의소리'같은 극단적·악의적 세력과 야합해 당 소속원을 공격하는 걸 용납하지 않는 정당"이라면서 감찰과 더불어 '법적 조치'를 시사했다. 같은 날 신의진 당 중앙윤리위원장은 당헌당규 위반행위 조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선제 탈당했던 김대남 전 행정관은 보은인사 의혹을 받은 SGI서울보증 상근감사 사직을 표명했다.

7일 반나절 간 원외당협위원장 연수에서도 한 대표 측은 당심 잡기에 나섰다.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 회장인 김종혁 최고위원은 "지구당 부활 법제화 등을 요구"하기 위해 행사를 11월 중순 이후에서 앞당겼다고 밝혔다. 서범수 당 사무총장은 ▲당협별 당원연수 지원 ▲당협 적립금 확보 추진 ▲당원명부 정비 ▲여의도연구원 정책·기획·전략 기능 확보 방침을 공유했다. '핵심당원' 등으로 책임당원 명칭 교체 가능성도 전했다.

총 139명의 원외위원장 중 90여명이 연수에 참여했다. 한 대표는 이들과 여의도 중식당에서 오찬을 하며 지구당 부활 공약 이행 요청에 "이재명 대표와 회담 때도 그 이야기를 했다. 그쪽에서도 하겠다고 한다"며 "이건 해야 하고, 할 거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오찬에 동행한 김 최고위원은 8월부터 요청해온 일정으로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진 말라"면서도 "대표가 원외위원장들과 관계를 돈독히 하는 건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전했다.

한 대표는 오후 중 2시간 동안 진행된 비공개 '자유토론'에서 가감없이 의견을 나눴다. 명품백 수수 면피 논란 등 사법적 이슈와 정무·공천개입 의혹이 가중된 김 여사 리스크를 두고 원외위원장 사이에선 '선출직 공직자가 아닌 김 여사 때문에 국정과 여당이 발목잡혀있다'는 불만이 표출됐다. 한 대표의 63% 가까운 전대 득표율에 근거해 '더 과감히 (당 변화를)해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일부 인사는 김 여사의 특검 수용 발표를 원했다.

반면 김 여사 특검 수사에 공정성을 기대할 수 없다며 원천 반대하는 목소리나, 당정갈등 자제론도 일부 나왔다. 참석자의 대다수는 지역 민심 '위기'를 호소했고, 한 대표는 김 여사 사안을 "엄중하다"면서도 "결정의 순간"이 오고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사태에 관해선 "이 정책 주체자의 인식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 본다"며 여야의정 협의체 필요성을 재론했고, 지구당 부활의 경우 정기국회 내 입법을 시사했다고 한다.

한 대표는 이번 재보궐선거와 차기 지방선거까지 "책임지고 반드시 이기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도 보도돼 눈길을 모았다. 차기 대선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1년6개월 전까지 모든 선출직 당직을 사퇴해야 하는 당헌 조항 때문이다. 한 대표는 2027년 대권을 고려한다면 2026년 6월 지방선거 이전 당대표직을 사퇴해야 한다. 채널A에 따르면 친한계에선 지구당 부활을 통해 수도권에서 이기는 정당을 만든다는 취지란 설명이 나왔다.

한 대표는 연수 마무리 공개발언에선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에 대해 가감없이 많은 얘기들이 나왔는데, 제가 생각한 것이 역시 일선 현장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구나 생각했다"며 ""의료문제에 관한 걱정들, 김 여사 이슈에 관한 민심, 지구당 복원·정상화 얘기 등"의 해법을 찾고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원외위원장들에겐 "결국 정치란 건 '뷰 파인더'로 최대한 많은 대중이 (같은 시각으로) 사안을 보게 하는 것"이라며 의견 개진과 여론전에 적극 나서달라고 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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