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정말 생각지도 못한 신작이 등장했습니다. 엘리멘타의 오픈월드 신작 '실버 팰리스'가 그 주인공이죠. 이미 그 전에도 차세대 서브컬쳐 오픈월드를 표방한 '이환', '무한대'가 유저들을 깜짝 놀라게 했지만, '실버 팰리스'도 그에 못지 않은 퀄리티와 색다른 매력을 선보이며 어느새 또다른 기대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깜짝 등장한 신작 '실버 팰리스'는 중국 본토에서도 갑자기 등장한 다크호스인 만큼 그 정보가 아직 많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번에 한국어 더빙이 적용된 PV와 게임플레이 트레일러가 나오기도 했고 언리얼 엔진5를 쓴 또다른 서브컬쳐 오픈월드 RPG를 직접 해본 경험도 있는 터라, 이를 바탕으로 '실버 팰리스'를 분석해볼까 합니다.

'해피엘리먼츠'는 서브컬쳐 유저들 사이에서 앙상블 스타즈!!의 개발사로 친숙한 곳입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남성향 게임과 퍼즐류를 개발해왔지만, 남성향 게임들은 앙스타 같은 큰 성과를 유지하지 못하고 결국 서비스 종료하고 일본 지사는 앙상블 스타즈!!를 비롯한 여성향 게임에, 본사는 퍼즐 및 캐주얼에 주력해왔죠. 그러다가 그리모어를 인수한 뒤 합작한 '리버스 블루X리버스 엔드'를 선보이면서 그 스펙트럼을 다시 확장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산하 스튜디오가 개발 중인 '실버 팰리스'로 서브컬쳐 오픈월드에 본격 도전하는 셈이죠.
이러한 행보는 그간 서브컬쳐 오픈월드 게임을 만들었던 회사와 다소 결이 다릅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경험이 '실버 팰리스'의 색채를 기존의 오픈월드 게임과 다소 결이 다르게 만든 원동력처럼 보입니다. 순정만화를 연상케하는 섬세하고 디테일하게 다듬어낸 빛의 처리와 복잡다단한 빅토리아풍 양식의 각종 장식, 그리고 집요할 정도로 세밀하게 다듬어낸 눈동자의 미를 보면 그간 보아왔던 애니메이션풍과는 또다른 면이 보이거든요. 앞서 말한 걸 좀 더 부연설명하자면, 순정만화의 스타일을 바탕으로 대중성도 챙기면서 퀄리티를 극도로 끌어올린 그런 또다른 유파라고 해야 할까요? 한편으로는 눈동자의 디테일이나 화풍이 '리버스 블루X리버스 엔드'의 느낌도 살아있어 여성향에만 쏠리지 않고 균형을 잡고 있는 느낌입니다.




강철로 된 말을 타고 드리프트를 하는 시점에서 그런 고증이 다소 무색해질 것 같긴 한데, 어쨌거나 빅토리아 시대 양식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유럽풍의 여러 요소들을 고풍스럽게 집어넣은 것이 '실버 팰리스'의 세계로 보입니다. 그것을 그저 밋밋하게 넣은 것에 그치지 않고, 레이트레이싱과 섬세한 광원 배치로 카툰풍의 밋밋함을 최소화하고 도시를 한층 더 입체적으로 보이게 만든 것도 '실버 팰리스'를 기대하게 하는 요소였죠.




어쨌거나 실버니아에 돌아온 주인공은 다시 탐정 업무를 재개합니다. 게임플레이 트레일러를 보면 현상수배범의 리스트를 보고 이를 추적한 뒤, 그 인근에서 스캔해서 대상을 찾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수배지에 적힌 특성과 100% 일치하는 대상을 발견하면 선제 공격을 할 수 있고, 그 즉시 전투 페이즈로 넘어가죠.


그래서 이번 게임플레이 트레일러에서 보여줬듯 사람들 사이에 숨어있는 늑대인간을 파악해서 사냥한다던가, 혹은 밤에 일부 구간을 비밀 조직들이 점거하고 있고 그 구역에서 싸움이 벌어지는 양상이 벌어질 것이라 예상합니다. 주인공 탐정이 가면을 쓴 수상쩍은 조직원을 뒤에서 제압해서 심문하고, 그러던 가운데 갑자기 도시 한복판에서 그 조직원들과 싸움을 붙는 장면들이 연출됐거든요.


처음 PV만 봤을 때도 사실 신데렐라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주인공과 함께 다닌 그 소녀가 넝마주이를 입고 있었던 것과 마차를 의도적으로 자꾸 보여주는 것, 12시가 되고 나서 그 밤에 모든 걸 끝내겠다는 대사와 함께 불타는 마차가 나오는 장면까지. 그리고 게임플레이에서 아예 '신데렐라'라고 보여주면서 확인사살을 했죠. 물론 그 '신데렐라'는 우리가 알고 있는 신데렐라와는 전혀 다른 인상입니다. 유리 구두 같은 걸 신고 있긴 한데, '신데렐라'라는 그 이름의 유래를 보여주듯 모든 걸 다 재로 만들 것처럼 불타오르고 있죠.



사실 유저의 분신인 주인공을 험하게 굴리는 건 서브컬쳐 게임에서 드물지는 않습니다. 당장 블루 아카이브에서는 선생이 배에 총알구멍이 나기도 했고, 소녀전선의 지휘관은 일일이 다 적기에 지면이 부족할 만큼 고생을 겪었죠. 소녀전선2에서는 바랴그단에게 붙잡혀서 얻어맞기도 했고요. 그렇지만 그것을 서술하는 정도지, 직접 그렇게 험난하게 당하거나 혹은 험한 일을 하는 과정을 일일이 연출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실버 팰리스'는 이런 장면을 초반부터 보여주면서 이 게임만의 차별화된 '색채'를 바로 제시했습니다. 낭만적인 도시의 이면에 숨겨진 잔혹한 싸움, 그리고 일그러진 동화라는 테마가 사전 지식이 없더라도 바로 그 장면만으로도 각인이 되게끔 말이죠.




그 게이지를 쓰는 방식도 캐릭터마다 제각각인 것으로 보입니다. 주인공은 리볼버를 쏠 때마다 일정 칸만큼 소모하지만, 그외에 방패를 든 2번째 파티원 캐릭터와 의사 가운을 입고 등 뒤에 태엽 달린 심장을 매고 있는 4번째 캐릭터는 게이지를 전부 소모해서 방패로 적을 밀치거나 주변 적을 날려버렸기 때문이죠. 유저들에게 친숙한 쿨타임 방식 대신 게이지 방식을 채택한 것은, 아마 주인공처럼 특수기를 여러 차례 나눠서 쓰는 케이스가 더 있어서 그런 것 아닐까 싶습니다. 아이콘에 횟수가 써있는 것보다 더 쉽게 특수기를 몇 번 더 쓸 수 있을지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아마 이런 방식에서 '명조'가 떠오를 텐데, 실버 팰리스의 패링은 명조와 또 다릅니다. 명조는 일반 공격 몇 타나 공중 공격, 변주 스킬 등 몇몇 공격에만 패링 판정이 붙어있어 연속 패링이 상당히 까다로운데, '실버 팰리스'는 적의 파상 공세를 전부 패링으로 받아쳐내는 모습이 보였으니까요. 그래서 아마 대전 격투 게임이나 '나라카' 같은 게임처럼 적의 공격 타이밍에 맞춰 일반 공격을 하면 패링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
다만 '명조'는 패링하면 아군은 그대로 공격 태세를 유지해서 멍하니 있는 적을 일방적으로 때릴 수 있는데, '실버 팰리스'는 아군도 약간 튕겨나가서 곧바로 공격을 맞추기가 어렵습니다. 즉 패링이 비교적 쉽고 잦아서 그로기 시키기도 비교적 쉽지만, 리턴도 그만큼 작은 셈이죠. 게다가 회피도 구르기라 여타 서브컬쳐 액션 게임의 회피보다 판정이 썩 좋지 않을 것 같으니, 이를 패링으로 보완하는 그런 설계가 엿보입니다. 그로기 다음에 피니셔로 이어지는 시퀀스가 일반 적들에게도 사용되는 만큼, 이 부분은 아마 그런 의도로 설계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앞서 언급한 오브젝트 중 아마 빨간색 공중전화 박스가 워프포인트 같은 장치인 것으로 보입니다. 밤거리 전투 중에 공중전화 박스가 잠깐 비치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X자 표시가 되어있거든요. 적을 기절시켜서 뭔가를 찾은 뒤에 비슷비슷한 적과 싸우는 장면에서 그런 표시가 나온 만큼, 아마 중요한 스토리 전투 중이라 워프를 일부러 막아뒀다고 추정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게 질주하는 것 외에도 말에 날개를 펼쳐서 도시를 누비는 장면도 있는데, 지상 도로에서 바로 날지 않고 굳이 옥상 위로 올라가서 사용하는 걸 보면 '활강'을 진화시킨 버전으로 보입니다. 보통 '활강'은 스태미나를 쓰거나 혹은 별도의 게이지를 쓰곤 했는데, 이번엔 그런 거 없이 쭉 날아다니는 걸 봐서는 이동의 편의성을 한층 더 강화하기 위해 이를 의도적으로 배제하지 않았을까 싶고요. 그리고 그렇게 옥상으로 올라가는 과정에서 집라인과 그래플링 훅을 사용하는 걸 보면, 아마 벽타기는 지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 자유도는 다소 줄인 대신, 활강과 질주의 자유도를 높여서 광활한 도시를 누비는 재미와 숨어있는 포인트를 찾는 식으로 변주한 것이라 볼 수 있겠죠.



의뢰를 한 차례 처리하고 도시를 질주하고 난 뒤, 주인공은 카페에 들어가서 붉은 장미 댄서와 접선을 합니다. 그 전에 카페 건물과 그 앞에 있는 레스 빌딩의 시세를 보고, 바로 건물을 사들이죠. 그렇게 건물을 사들인 뒤에는 조수들을 해당 건물에 배치, 재화를 일정 시간마다 벌어들일 수 있게 됩니다. 그 상한선이 정해진 만큼, 다 차기 전에 회수하는 것도 '실버 팰리스'의 주요 루틴으로 보이고요. 보통 이런 게임에서는 음식점에서 혹은 직접 요리를 해서 버프 음식을 확보하는 것도 있는데, 이 부분은 아직 조명이 안 된 터라 확인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 외에도 장비 파밍이나 기타 코어 요소들까지는 공개가 되지 않았는데, 이 부분은 현재 사전등록을 시작하고 있는 만큼 조금 더 지나서 테스트나 다른 기회를 통해서 밝혀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다른 오픈월드 다크호스 '실버 팰리스', 관건은 최적화
어쩌다 보니 실버 팰리스에 대한 분석이 상당히 길어졌는데, 그만큼 이 '실버 팰리스'는 경이로웠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서브컬쳐 게임들의 발전을 보면서 놀랐는데, 이번에는 처음부터 레이트레이싱까지 각잡고 깔면서 압도적인 비주얼을 보여줬으니까요. 특히 수면에 비친 도시의 모습이나, 도시 곳곳의 섬세한 빛 효과 그리고 눈동자의 그 투명한 표현은 지금도 눈에 아른거립니다.
게다가 그간 서브컬쳐 오픈월드 게임들이 주목하지 않았던, 빅토리아풍 시대를 주목한 것도 눈에 띕니다. 사실 이 소재도 게이머들에게는 로망 그 자체긴 하니까요. 거기다가 갑자기 늑대로 변하는 사람들이라던가, 피부를 검게 만드는 게 소사가 아니라 또 뭐가 있는데 끔찍해서 믿기 힘들어 한다는 그 발언에서 개인적으로 또 기대감이 차올랐습니다. 마치 '블러드본'의 야수병, 'P의 거짓'의 화석병 같은 그런 설정이 떠올랐거든요.

다만 실버 팰리스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금방 나올 게임 같지는 않습니다. 일단 최적화가 눈에 밟힙니다. 당장에 PV, 그리고 게임플레이 트레일러만 봐도 전투 장면에서 프레임드랍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죠. 통상 이런 트레일러들은 유저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최대한 잘 된 것을 뽑아서 보여주는 걸 생각하면, 아마 어지간한 환경에서는 이 게임플레이 트레일러만큼 구동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PC에서도 이러는 마당이니, 모바일은 더 말할 것도 없겠죠.
레이트레이싱을 켰기 때문에 꺼서 플레이한다고 쳐도, 최적화 문제는 검증이 한 번 더 필요할 겁니다. 개발사는 다르긴 하지만, 어쨌거나 언리얼 엔진5로 만든 '이환'의 CBT에서 한 번 그 문제를 제대로 겪어봤기 때문이죠. 도시를 고스란히 구현할 만큼 오브젝트 밀도도 높고 필드 규모가 방대해지면, 결국 연산 처리할 게 많다는 뜻이니까요.

그외에도 캐릭터와 세계관의 매력을 살리는 스토리와 중간중간 관심을 환기시키고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이벤트, 안정적인 업데이트와 운영 등 게임사의 역량까지 제대로 보여줘야만 할 겁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는 레드 오션이 바로 서브컬쳐 오픈월드의 세계니까요.
한 가지 확실한 건, '실버 팰리스'는 다음 세대 오픈월드 경쟁작 못지 않은 임팩트를 전해줬다는 겁니다. 아니, 그들과는 다른 소재와 거침 없는 연출을 채택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경쟁 구도가 아닌 공존으로까지 이어질 확률도 있죠. 더 나아가 서브컬쳐에서 다루지 않았던 파격적인 폭력 연출은 아마 다른 작품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주인공이 구르거나 혹은 그렇게 폭력을 좀 격조 없게 쓰는 장면은 그간 기술적인 문제 등으로 서술식으로만 보여줬는데, 이번에는 그냥 그 틀을 깨버리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으니까요. 과연 최적화라는 현실의 장벽을 깨고 언제쯤 그 파격을 즐길 수 있을지, '실버 팰리스'의 앞으로 행보가 기대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