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항아리에 담은 40년, 강신봉의 ‘불완전 미학’
4월 포항 남천갤러리 초대전·작가와의 대화 개최

도예가 강신봉은 조선 백자의 상징인 달항아리를 현대의 언어로 다시 빚어내고 있다. 겉으로는 단순하고 절제된 형태지만 그 안에는 40여 년의 시간과 사유가 켜켜이 쌓여 있다.
그의 달항아리는 완벽한 원형이 아닌 미묘한 비대칭과 흐트러짐을 품고 있다. 그는 이 불완전함 속에서 오히려 인간적인 온기와 깊이를 발견한다.

강신봉 작가는 한국중요무형문화재 기능보존협회 회원으로 30여 년을 달항아리 작업에 몰두해 왔다. 여주에 위치한 공방 '소우재'에서 전통 방식 그대로 상부와 하부를 따로 빚어 접합하는 과정을 고수한다. 이 방식은 조선시대 백자의 제작 방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재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를 단순한 기술이 아닌 미학으로 받아들인다.
달항아리는 제작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비대칭을 낳는다. 접합선이 남고 소성 과정에서 형태가 미묘하게 뒤틀린다. 강신봉 작가는 이러한 특징을 '추의 미학'이라 말한다. 완전하지 않기에 더 자연스럽고 인위적이지 않기에 더 깊다는 것이다. 그의 작품은 매끈한 완성보다 살아 있는 흔적을 중시한다.

작업의 중심에는 '소우재'라는 이름이 있다. 꾸밈없고 우직한 태도를 뜻하는 이 이름처럼 그의 달항아리는 과장된 기교를 배제한다. 흙을 고르고 형태를 잡고 접합하는 모든 과정이 손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 과정에서 형태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그 변화 자체가 작품의 일부가 된다.
그는 전통을 따르되 그대로 반복하지 않는다. 순백의 달항아리에 철분을 더해 어두운 빛을 띠는 새로운 색감을 시도한다. 전통의 형식을 유지하면서도 오늘의 감각을 더하려는 시도다. 이는 과거를 재현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현재의 미감을 담아내려는 태도이기도 하다.
강신봉 작가가 달항아리를 선택한 이유는 '고유한 것'에 대한 탐색이었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우리만의 형태를 통해 자신의 작업 세계를 구축하고자 했다. 초기에는 기술적 한계로 수많은 실패를 겪었지만, 그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만들어냈다.

그는 여전히 완성을 말하지 않는다. 달이 매일 다른 모습으로 떠오르듯 자신의 작업도 변화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본다. 미학과 철학에 대한 탐구를 이어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작품은 고정된 결과가 아니라 계속해서 확장되는 과정이라는 인식이다.
"아름다움을 하나의 기준으로만 보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의 말처럼 강신봉의 달항아리는 완벽을 향하기보다 스스로의 결을 따라간다. 균일하지 않은 형태, 미세한 흔들림,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시간의 밀도. 그 모든 것이 어우러져 그의 달항아리는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만들어낸다.
한편 강신봉 작가는 오는 4월 1일부터 4월 7일까지 포항시 남구 장기면 남천갤러리에서 봄 초대전을 연다. 이번 전시에서는 달항아리를 중심으로 한 주요 작품들을 선보이며 작가의 작업 세계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특히 4월 4일 오후 2시에는 '작가와의 대화'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이 자리에서는 강신봉 작가가 달항아리에 담아온 작업관과 작업 과정, 주변 이야기를 관람객과 공유할 예정이다. 작품과 작가의 사유를 함께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