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강국 대동맥 ‘K-북극항로’ 태동…기술력·노하우 갖춘 수혜기업 조명

얼음 뚫는 쇄빙선, 길 여는 해운사, 닻 내릴 항만거점…북극항로 따라 신분상승 가능성
[사진=연합뉴스]

이재명정부의 역점 사업인 ‘북극항로 프로젝트’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증권가에선 정책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들이 투자자들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북극항로 개척에 필요한 쇄빙기술을 보유한 기업, 해운사, 항만 물류 기업 등이 수혜주로 분류되고 있다. 특히 해외에서도 북극항로 정책에 주목하며 한국에게 실질적인 경제효과를 야기할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어 ‘북극항로 테마주’에 대한 관심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미국 유력 매체도 주목한 ‘K-북극항로’…한화오션·HMM·동방 등 주식 가치 재평가

북극항로 개척은 이재명정부의 역점 사업 중 하나다. 이재명 대통령은 과거 후보 시절부터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가진 우리나라에겐 새로운 항로 개척이 절실하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혀왔다. 대통령 취임 후에는 ‘북극항로 개척 프로젝트’에 속도를 높였다. 현재 수에즈 운하를 경유하는 항로는 약 2만㎞에 달하지만 북극항로는 1만3000㎞에 불과하다. 만약 북극항로로 이동한다면 약 60일 가량 걸리는 수에즈 운하 경유 항로에 비해 약 20일 정도 단축이 가능하다.

▲ 이재명정부의 북극항로 정책이 최근 중동 전쟁발 물류 위기가 맞물리면서 국제적인 관심 사안으로 떠올랐다. 사진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대규모 훈련 중인 이란 혁명수비대(IRGC). [사진=연합뉴스]

최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에 전쟁 발발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대신할 해상 루트를 찾는 움직임이 늘면서 해외에서도 우리 정부의 북극항로 개척 움직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세계 4대 통신사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 UPI는 지난 3일(현지시간) 북극항로 정책을 상세히 다룬 내용을 보도했다. 보도에선 북극항로 정책에 대한 효과 등이 구체적으로 언급됐으며 2030년대에 상업적으로 실현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더불어 해외의 관심까지 더해지자 국내 증권시장도 즉각 반응하고 있다. 벌써부터 실질적인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을 찾는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다. 장기적으로 강력한 정책 모멘텀이 형성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현재 증권가와 투자자들 사이에서 ‘북극항로 테마주’로 분류되는 분야로는 쇄빙선 제조, 해운, 항만물류 등이 있다. 우선 쇄빙선 제조의 경우 상당한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데다 북극항로 개척을 성공을 결정짓는 핵심 사안이라는 점에서 정책 수혜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에서 쇄빙선 개발에 경쟁력을 갖춘 대표적인 기업으론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이 우선적으로 꼽힌다. 한화오션은 지난 2008년부터 현재까지 약 21척에 달하는 쇄빙선 건조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다. 특히 극지 항해의 난제로 꼽히는 저온 환경에서의 내구성 확보와 쇄빙 성능 극대화 부문에서 독보적인 노하우를 축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중공업 역시 러시아 야말(Yamal) LNG 프로젝트에서 쇄빙 LNG선 15척을 수주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점이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조선업계에서는 두 기업 모두 고부가가치 선박인 쇄빙선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은 만큼 이번 북극항로 국책 사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핵심 포지션을 차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북극항로 프로젝트 사업 분야별 종목 현황.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쇄빙선의 핵심 부품인 극저온 보냉재를 공급하는 기자재 업체들도 함께 주목을 받고 있다. 북극항로를 통과하는 쇄빙 LNG선은 영하 163도에 달하는 액화가스를 안전하게 보존하는 동시에 외부의 극심한 한기와 얼음을 깨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강력한 진동과 충격을 견뎌내야 한다. 이 때 필요한 것이 극저온 보냉재다. 국내에서 극저온 보냉재로 유명한 기업으로는 한국카본과 동성화인텍 등이 있다.

한국카본은 LNG 저장탱크의 핵심 소재인 강화 폴리우레탄 폼(R-PUF)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기업이다. 최근 탄소섬유 등 신소재 사업을 통해 북극항로용 특수선박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동성화인텍은 보냉재 생산부터 초저온 보냉 시스템 설계 및 시공까지 일괄 수행할 수 있는 통합 솔루션 역량을 갖추고 있다. 앞서 삼성중공업의 야말(Yamal) 프로젝트 등 대규모 쇄빙선 건조 사업에도 참여했다.

실질적인 항로 운영의 핵심 기업인 해운사들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북극항로 개척에는 가혹한 기상 환경을 뚫고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숙련된 해운사의 역할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국적 선사인 HMM은 이번 사업의 가장 직접적인 수혜자로 거론된다. 북극항로가 본격 가동될 경우 압도적인 선단 규모를 바탕으로 아시아와 유럽 간에 물류 일감을 가장 빠르게 흡수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HMM은 최근 해수부의 2026년 업무계획에 발맞춰 부산~로테르담 구간 컨테이너선 시범 운항 전담 선사로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도 전해진다.

현대글로비스의 경우 과거 북극항로 시범 운항을 성공적으로 마친 경험이 있어 극지 항해 데이터와 노하우 측면에서 타 선사 대비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향후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물류망과 연계한 북극해 거점 물류 사업 확대 사업에서 결정적 역할을 해낼 것이라는 기대감도 적지 않다. 이 밖에 철광석·석탄·곡물 등 대형 원자재 화물을 장거리로 운송하는 벌크선 사업을 핵심으로 하는 팬오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LNG 벙커링 사업을 확대한 대한해운 등도 북극항로 개척 수혜 가능성이 기대되는 종목으로 분류되고 있다.

▲ 전문가들은 이재명정부의 국가 주력사업인 ‘북극항로 프로젝트’가 가시화되면서 실제 사업 연계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중심으로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사진은 뱃길을 내기 위해 얼음을 깨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 소속 쇄빙선. [사진=연합뉴스]

항로의 시작과 끝을 담당하는 항만 물류 분야도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이재명정부가 북극항로의 핵심거점으로 부산항을 직접 지목함에 따라 부산항을 중심으로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한 기업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동방과 KCTC 등이 꼽히고 있다. 동방은 항만 하역과 중량물 운송, 프로젝트 물류 등에 강점을 가진 종합 물류기업으로 부산항 신항과 포항 영일만항 등을 중심으로 항만 하역 및 물류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KCTC 역시 컨테이너·벌크 화물 운송, 창고 운영 등을 수행하는 항만 물류 기업으로 부산항 신항 양곡부두 민간투자사업 등에 참여하며 항만 인프라 사업을 확대해 왔다.

부산항을 기반으로 종합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지스 역시 북극항로 활성화에 따른 인프라 수혜주로 분류되고 있다. 인터지스는 동국제강그룹 계열의 종합 물류기업으로 항만 하역, 육상 운송, 보관·창고 운영, 해상 운송 주선 등 해상 물류 분야와 관련된 다양한 연계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덕분에 향후 북극항로 물동량이 확대될 경우 기존에 인프라를 구축해 놓은 인터지스가 가장 먼저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의 강력한 육성 의지와 미국 등 국제 사회의 관심이 맞물린 만큼 관련 기업들의 실질적인 수혜는 일시적인 테마를 넘어 장기적인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극지 항해의 특성상 고도의 기술력과 운영 노하우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쇄빙 역량을 갖춘 조선사와 풍부한 운항 경험을 가진 해운사 등 핵심 경쟁력을 확보한 종목을 중심으로 선별적인 투자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글=김성원 르데스크 기자

☞ 기사 속 Q&A
Q1. 북극항로가 기존 수에즈 운하 경유 항로와 비교했을 때 가지는 전략적 장점은?
A. 가장 큰 장점은 운송 거리와 시간의 단축이다. 기존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면 부산에서 로테르담까지 약 2만km를 운항하며 30일이 소요되지만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거리는 1만3000km로 줄어들고 운항 시간은 약 20일 정도로 단축된다. 최근 중동 분쟁 등으로 불안정한 호르무즈 해협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해상 루트로서의 가치도 높게 평가받고 있다.

Q2. 북극항로 개척에 있어 ‘쇄빙기술’'이 핵심 경쟁력으로 꼽히는 이유는?
A. 북극해는 연중 상당 기간 두꺼운 유빙으로 덮여 있어 일반 상선은 운항이 불가능하거나 사고 위험이 매우 높다. 따라서 스스로 얼음을 깨며 전진하는 쇄빙 기술이 항로 운영의 성패를 결정한다.

Q3. 정부의 북극항로 추진 의지에 대한 국제 사회의 반응은?
A. 미국 UPI 통신 등 외신은 북극항로 정책이 한국에 실질적인 경제효과를 가져올 것이라 보도했다. 또 2030년대 상업적 실현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Copyright © ⓒ르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