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7천만 원대?” 구글·마사지·20스피커 갖춘 SUV의 정체

인피니티 QX60, 사라진 이름의 화려한 컴백

한때 렉서스를 위협하며 일본 프리미엄의 자존심을 세웠던 인피니티가 미국 시장에서 2026년형 QX60을 공개하며 다시금 존재감을 드러냈다. 3열 대형 SUV 시장에 던지는 이번 승부수는 꽤나 과감하다. **시작 가격 5만 1,200달러(약 6,900만 원)**로, 전년보다 1,000달러 인상되었지만 여전히 경쟁력 있는 가격이다.

디자인은 확실히 ‘다듬어졌다’. 과거 QX60의 전면부는 밋밋하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이번 페이스리프트에선 조명 엠블럼이 적용된 신규 그릴과 디지털 피아노 키 형태 DRL이 인상 깊다. 야간에도 브랜드 정체성을 강하게 드러내고, BMW나 아우디의 감각과 견줄 만한 ‘프리미엄 룩’을 완성했다.

크기도 넉넉하다. 전장 5,031mm, 전폭 2,184mm, 휠베이스 2,900mm로 실내공간은 성인 3열 탑승까지 무리가 없다. 미국 시장에서 필수 요건으로 꼽히는 대형 SUV 조건은 충실히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실용성과 체격,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

기술 사양은 진화의 핵심이다. 12.3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구글 빌트인이 탑재돼, 스마트폰 연결 없이도 구글 맵스·어시스턴트·플레이스토어를 차량 내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일본 브랜드가 **‘차량용 앱 생태계’**를 적극 수용한 건 이례적이며, 테슬라식 디지털 UX 흐름에 본격적으로 올라탄 모습이다.

여기에 프로파일럿 어시스트 2.1이라는 최신 반자율 주행 시스템과 20스피커 클립쉬 오디오, 마사지 시트, 전동 리프트게이트, 열선 스티어링 휠 등 편의 사양은 트림에 따라 적절히 배치돼 있다. 엔트리 트림도 기본기가 탄탄하고, 최상위 오토그래프 트림은 ‘진짜 럭셔리’를 추구한다.

그러나 결정적 아쉬움은 파워트레인이다. 2.0리터 4기통 싱글터보(268마력, 39.5kg·m) 엔진은 동급 경쟁 모델 대비 출력이 낮다. 대형 SUV에선 V6 이상의 여유로운 힘이 기대되기 마련인데, 이 부분은 확실히 아킬레스건이 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9단 자동변속기와 연비 개선 측면은 긍정적이지만, 미국 소비자들이 이를 매력적으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새롭게 추가된 **스포츠 트림(6만 1,700달러)**은 블랙 그릴과 메시 디테일로 젊은 감각을 더했고, 오토그래프(6만 6,150달러)는 마사지 시트·프리미엄 오디오 등으로 고급감을 극대화했다. 가격은 7천만~9천만 원 사이로 구성되어, BMW X5·렉서스 RX 상위 트림과도 정면으로 경쟁하는 구도다.

결국 QX60은 디자인, 기술, 실내 구성에선 확실한 반전을 보여준다. ‘예쁜 SUV’에 구글, 마사지, 20스피커까지 더했으니 어필 포인트는 충분하다. 하지만 브랜드 파워와 다소 약한 엔진 스펙은 변수다. 과연 미국 소비자들이 ‘잊혀졌던 인피니티’를 다시 쇼룸으로 찾아갈까?

한국 시장에서는 2020년 인피니티 코리아가 철수하면서 QX60 같은 모델을 만나볼 수 없다. 오히려 이런 진화된 모델이 국내 시장에 없다는 점에서 **‘아쉬운 럭셔리’**라는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단종이나 철수 이후에도 브랜드가 주목받는 사례는 많지 않지만, QX60은 그 예외가 될 수 있을까? 조용한 반격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