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보 기로]② 당국과 어긋난 시각…핵심은 자본의 '질'

서울 중구 롯데손해보험 사옥 /사진=박준한 기자

보험회사의 손실흡수력, 지급여력비율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롯데손해보험과 금융당국 간 시각차가 확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단순히 이 비율의 기준을 넘었다고 해도 당국의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지 못하는 양상이다. 이는 숫자보다 자본의 구조, 즉 '자본의 질'이 당국에서 제시한 판단의 근거로 부상한 데 따른 결과다.

13일 롯데손보 등에 따르면 최근 회사가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경영개선계획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신지급여력제도(K-ICS) 비율 자체보다는 가용자본 중 기본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핵심 판단 요소가 되고 있다. 숫자상 비율개선이 아니라 위기상황에서 실제로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 자본구조인지가 관건이라는 의미다.

K-ICS비율은 기본자본과 보완자본을 합산한 가용자본을 기준으로 산출된다. 이 때문에 외형상 비율만 보면 보완자본 확충으로도 일정 수준의 개선이 가능하다. 그러나 당국은 위기대응력과 지속가능성을 판단할 때 손실흡수력이 가장 높은 기본자본을 별도로 들여다보고 있다.

납입자본금과 이익잉여금 등으로 구성된 기본자본은 만기상환 부담이 있는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과 달리 상시적으로 손실을 흡수할 수 있어 자본의 '질'을 가르는 핵심 지표로 꼽힌다. 당국이 유상증자를 바탕으로 한 자본확충에 의미를 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자본건전성 압박을 받았던 일부 보험사들은 모회사의 유증으로 기본자본을 확충하며 감독 리스크를 조기에 해소했다. 지난해 푸본현대생명(7000억원)과 KDB생명(5000억원) 등이 이를 이용해 기본자본을 크게 늘렸다. 따라서 유증 결과가 실적에 반영되는 지난해 4분기부터 자본구조와 K-ICS비율 모두 안정된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당국의 추가 경영개선 요구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유상증자를 단행한 보험사의 주요 건전성 지표(기본자본·K-ICS) 추이 /그래픽=생성형AI(구글,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롯데손보의 행보는 사뭇 다르다는 평이 나온다. 경과조치 이후 회사의 지난해 3분기 기본자본은 -2953억원으로 가용자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다.

이에 보완자본에 의존해 K-ICS비율을 방어해왔지만 손실흡수력 측면에서는 구조적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반복됐다. 금융감독원은 이에 착안해 지속적으로 경고의 뜻을 전했다.

롯데손보의 주요 건전성 지표(기본자본·K-ICS) 추이 /그래픽=생성형AI(구글,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당국은 K-ICS비율이 몇 %인지보다 위기상황에서 실제로 버틸 수 있는 자본인지 여부를 본다"며 "기본자본이 부족한 상태에서 보완자본 위주의 확충은 감독당국을 설득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국에서 기본자본 K-ICS비율 도입을 공식화한 만큼 이 부분이 개선될지를 중점적으로 살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의 시선은 이 기준의 파급 효과다. 결론적으로 롯데손보의 경영개선계획 승인 여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계획서에 담긴 자본확충 방안이 가능성 제시에 그칠 경우 당국이 추가 보완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대로 금액·시기·방식이 구체화된 유증 계획이 제시될 경우 자본구조 개선의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롯데손보 사례는 자본구조 자체가 감독 이슈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른 관계자는 "같은 200%대의 K-ICS비율이라도 기본자본 비중에 따라 감독당국의 시선은 완전히 달라진다"며 "롯데손보 경영개선계획의 관건은 결국 기본자본 확충의 실행력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준한, 김지영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