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익여신, 기업 2조·가계 1조 이상…총여신 대비 비중도 계속 증가
시중은행의 기업과 가계 부실 대출 규모가 역대 최대치인 3조원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깡통 대출'이 가뜩이나 취약한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지난해 말 무수익여신 잔액은 총 3조1787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15.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수익여신은 연체 여신과 이자 미계상 여신을 합한 수치로, 소위 '깡통 대출'로 불린다. 연말 기준으로 무수익여신 잔액이 3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대 은행 무수익여신 잔액은 지난 2022년 말 2조2772억원, 2023년 말 2조7525억원 등으로 매년 급속히 불어났다. 같은 기간 무수익여신이 전체 여신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 말 0.18%에서 2023년 말 0.20%, 2024년 말 0.22%까지 확대됐다.
작년 말 기준 기업 무수익여신 잔액은 2조1465억원으로, 전년 말(1조8867억원)보다 13.8 % 급증했다. 연말 기준으로 기업 무수익여신 잔액이 2조원을 상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전체 기업여신에서 무수익여신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3년 말 0.24%에서 2024년 말 0.25%로 증가했다.
가계 무수익여신 잔액의 경우, 작년 말 1조321억원으로 전년 말(8660억원)보다 19.2%나 급증했을 뿐만 아니라 사상 첫 1조원을 돌파했다. 가계 무수익여신 비중은 0.15%에서 0.17%로 확대됐다.
기업의 무수익 여신이 급증한 것은 경기침체로 경영난을 겪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법원이 접수한 법인 파산 사건은 총 1940건으로, 전년(1657건)에 이어 또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특히 취약·영세 기업을 중심으로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월 "경기 하방 리스크가 증대된 가운데 내수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저신용 자영업자, 지방 소재 중소기업에 금융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관련 특별지원을 확대했다.
대기업들도 상황이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일부 업종은 실적이 호전됐지만 건설, 배터리·석유화학, 철강 등 상당수 업종은 부동산 경기 침체, 원자재 가격 급등, 고환율 등으로 실적 부진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26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2024년 지정 500대 기업의 결산보고서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지난해 석유화학의 영업익은 2조9202억원으로 전년 대비 62.3%(4조8165억원) 급감했다. 같은 기간 건설·건자재도 31.1%(1조8882억원) 감소한 4조1851억원에 그쳤으며, 철강(30.4%↓) 유통(12.3%↓) 등도 감소폭이 컸다.
가계 부채 상황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작년 12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저소득자를 중심으로 부채 의존도가 심화하면서 중장기적인 시계에서 소득·자산 가격 충격 등에 취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령자의 부채 축소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지 않은 점도 잠재 리스크"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단기간에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날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4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를 조사·발표한 결과 88.0으로 집계, 2022년 4월(99.1) 이래 37개월 연속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BSI가 기준치인 100보다 높으면 전월 대비 경기 전망이 긍정적이고 100보다 낮으면 부정적인 것을 의미한다.
최근 관세·보호무역 확대 등 글로벌 교역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주요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