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래연의 요리조리] 파 송송, 계란 탁!... 서민대표음식 라면 한그릇 몰고가세요

정래연 2023. 11. 12. 13:4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꼬불꼬불 꼬불꼬불 맛 좋은 라면~ 라면이 있기에 세상 살맛나~'

애니메이션 '아기공룡 둘리'에서 마이콜은 살 맛나게 하는 라면을 노래했다. 맛도 맛이지만 라면은 과거부터 서민들의 주머니를 지켜주는 대표적인 음식이었다. 하지만 라면값마저 오르며 밥상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라면물가는 1년새 13.1%(5월기준 전년동월대비) 상승했다. 라면 1봉지에 달걀 한 알, 파 한 쪽 넣고 끓이는 비용이 10% 넘게 상승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 2일 먹거리물가 오름세를 해결하기 위해 '라면 사무관'과 같이 7개 먹거리 품목에 전담관 제도를 두기로 했다.

라면은 언제부터 서민대표음식으로 자리잡았을까?

우리나라의 첫 인스턴트 라면은 1963년 출시된 삼양식품의 '삼양라면'이다. 삼양라면은 일본 인스턴트라면 2위 묘조식품의 기술지원 무료, 로열티 프리라는 파격 지원을 바탕으로 등장했다. 당시 사람들에게 라면은 너무 생소해 인기가 없었다. 삼양식품은 번화가, 회사, 공장 등에서 무료시식회를 하며 인지도를 쌓았다. 또 삼양식품은 혼분식장려정책의 주축기업으로 선정돼 군납 지정, AID 차관지원 등 유례없는 정부의 지원을 받았다. AID 차관지원은 개발도상국의 경제개발을 위해 미국에서 제공하는 장기 융자 중 하나이다. 이러한 지원을 통해 삼양라면은 라면 1봉지 '10원'이라는 가격을 유지할 수 있었다.

삼양라면 출시 2년 후 지금의 농심인 롯데공업이 등장했다. 농심은 '롯데라면'을 출시했으나 대중들의 라면은 삼양라면 그 자체라는 인식 때문에 짝퉁라면 취급을 받았다. 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시작한 때는 1970년 '롯데짜장면'과 '소고기라면' 출시 이후부터다. 1960년대까지 라면은 일본 라멘의 영향을 받아 닭 육수를 기반으로 제조했다. 하지만 농심은 한국인의 입맛에 맛는 소고기 육수를 만들어냈다. 같은해 삼양도 '삼양짜장면'과 '삼양소고기면'을 출시했다. 이러한 소고기 육수면의 등장으로 일본 인스턴트라면 시장과 차별성을 가질 수 있었다.

당시 라면들은 튀기는 기름으로 우지를 사용해 기름지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다. 1975년 농심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름을 팜유로 교체했다. 팜유는 우지에 비해 비쌌지만 유통기한이 길어지고 담백해진다는 장점이 있었다. 팜유를 쓰면 건강하다는 흐름에 따라 1977년 팜유로 만든 '건강라면'을 출시했다.

1981년 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법의 등장으로 라면시장에 또 한번 변화의 파도가 일었다. 정부는 라면을 식량대체품으로 통제해 가격을 쉽게 올릴 수 없었다. 가격자유화로 라면회사들은 맛으로 경쟁하기 시작하며 프리미엄 라면시장이 열렸다. 이때 건조 홍합을 넣은 '삼양라면 골드', 우동라면 컨셉의 '너구리' 등이 등장했다. 100원대였던 라면시장에 200원인 너구리는 파격적이었다. 하지만 출시 두달만에 판매실적 20억을 달성하며 삼양을 처음 앞섰다.

1980년 라면시장 점유율은 삼양 63%, 농심 37%이었으나 1988년 삼양 26% 농심 54.1%로 판세가 뒤집혔다. 공정위 이후 등장한 팔도, 청보, 빙그레도 시장의 20%를 차지했다. 오뚜기 식품은 청보식품을 인수한 후 1988년 '진라면'을 출시하며 라면시장 뒤늦게 출발했다. 오뚜기는 카레, 참기름, 케찹 등 다양한 식품을 제조하며 판매조직이 튼튼했다. 그러나 진라면은 삼양, 농심의 라면에 비해 특색이 없었다. 제조 식품 중 참깨, 참기름을 활용해 '참깨라면', 매운맛 수요를 저격한 '열라면'을 출시하며 1990년대부터 라면회사 3위 업체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1989년 우지파동이 터졌다. 공업용 우지로 라면을 만든다는 소식이 검찰에 들어갔다. 이로인해 삼양, 오뚜기 등 라면회사들은 모두 구속입건됐다. 그 중 농심은 너구리, 신라면 등 연이은 신제품 성공을 기반으로 전제품에 팜유를 사용해 우지파동을 피해갈 수 있었다. 삼양도 농심을 따라 팜유를 사용했지만 삼양라면만큼은 우지를 사용했다. 이에 삼양은 무죄선고를 받기까지 8년간 공업용 우지를 사용한 불량기업 딱지를 붙여야했다. 이후 불닭볶음면으로 상품개발 능력을 다시 인정받을 수 있었다.

경기가 어려워졌을 때 라면은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서민들의 한끼 고민을 해결해줬다. 물가 상승으로 지난 7월부터 삼양식품, 오뚜기, 팔도가 평균 4~5%정도 가격을 인하했다. 불경기일수록 사람들은 저렴한 라면을 많이 찾게된다. 라면만큼은 계속 서민들의 주머니사정을 지켜주는 서민대표식품이길 바란다. 오늘 밤 잠이 오지 않는다면 파 송송, 계란 탁 넣은 라면 한 그릇을 추천한다. 정래연기자 fodus0202@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