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비티 "일본 매출 100억엔 목표"
"일본 최적화 IP 다수 확보해 공략"
[도쿄=김동훈 기자] "중장기적으로 일본 시장 연간 매출 목표는 100억엔(약 1000억원)입니다. 라그나로크 IP(지식재산권)가 사골국이라고 하지만, 사골이 몸에도 좋고 제일 큰 수익원이고요. 이런 강력한 IP를 깨겠다기보다는 이를 기반으로 '플러스 알파'가 되는 새로운 IP로도 일본 사업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도쿄에 신작 10종 출격…신규 파트너사 개척
글로벌 게임사 '그라비티'의 일본 지사인 '그라비티 게임 어라이즈'(Gravity Game Arise·GGA)의 박현준 이사는 지난달 26일 개막한 '도쿄 게임쇼 2024'(TOKYO GAME SHOW 2024)에서 비즈워치와 만나 "이번에 마련한 B2C 부스에 총 10개의 시연 타이틀을 출품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GGA는 자체 개발한 타이틀인 과학수사 시뮬레이션 게임 '사이코데믹 ~특수 수사 사건부 X-FILE~', 월드크래프트 RPG '카미바코'(KAMiBAKO-Mythology of Cube), 경영 액션 RPG 'Aeruta', 매트로배니아 장르 게임 'Twilight Monk'를 선보였다.
그라비티 본사는 고전 타이틀 명가 '자레코'의 게임을 모은 '자레코 아케이드 컬렉션', 레트로 게임 리메이크작 '스노우 브라더스 2 스페셜', 벨트스크롤 액션 RPG '파이널 나이트', 메트로배니아 장르 게임 'THE GOOD OLD DAYS', 보스 러시 액션 게임 'Light Odyssey', 텍스트 RPG·덱빌딩·로그라이크 결합 장르의 '샴블즈'를 출품했다.
박 이사는 "도쿄 게임쇼에 내놓은 인디·콘솔 타이틀에 대한 현장 반응을 직접 듣고 게임을 더 좋은 방향으로 개선할 것"이라며"며 "게임쇼 개막 첫날에만 하루 40~50번 정도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했는데, 기존 파트너사와의 더욱 면밀한 대면 협의뿐 아니라 신규 파트너사 개척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라비티가 도쿄게임쇼를 계기로 특히 흥행을 기대하는 작품은 '사이코데믹'과 '카미바코'다. 사이코데믹은 팬데믹 후 세계에서 발생하는 초자연적 사건을 탐정이 동료들과 수사하는 추리 장르 게임이며, 올 5월 플레이스테이션4·5, 닌텐도 스위치, 스팀을 통해 일본에 정식 출시했다. 카미바코는 맵크래프트·퍼즐·배틀·RPG 요소가 결합한 장르 게임으로 세계를 구하는 복원사가 분단된 대륙을 복구하는 월드크래프트 RPG다. 올해 8월 일본에 플레이스테이션 5와 닌텐도 스위치로 발매했다.
박 이사는 "사이코데믹은 일본에서 인기가 있었던 과학수사 드라마 팬덤에 착안해 만들었는데, 움직이는 2D 캐릭터와 실사 배경 영상 등을 결합하고 드라마틱한 시나리오 전개, 몰입감 있는 연출을 특징으로 하고 있어 호평이 나오고 있다"며 "또한 현재 오픈 월드 형태의 크래프트 게임이 많이 출시되고 있으나, 카미바코는 더욱 많은 볼륨의 시나리오를 적용해 기존 크래프트 게임에 없던 서사적인 JRPG(일본 롤플레잉게임)의 감동을 선사할 목표"라고 설명했다.
카미바코 역시 일본 현지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고 한다. 박 이사는 "지금까지 RPG 장르에 없던 새로운 시도를 한 게임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내심 걱정은 했지만, 많은 일본 유저들이 게임 시스템 면에서 호평을 하고 있다"며 "오픈 월드 내에서 자유롭게 마을을 만들 수 있는 크래프트적인 요소가 높은 평가를 받고 있어, RPG 장르를 좋아하는 유저뿐 아니라, SLG(시뮬레이션 게임)를 좋아하는 유저들까지 즐기는 것 같아 안심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카미바코와 관련 개선 요청이 많았던 조작성은 내년 글로벌 발매 전까지 업데이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일본에서 통하는 IP 게임으로 '승부수'
그라비티는 이와 함께 일본 1980~1990년대를 풍미한 레트로 게임 IP를 활용한 작품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갖고 있다. 일본경제의 전성기에 오락실과 가정용 게임시장을 누빈 게임들을 재해석하는 시도다.
박 이사는 "스노우 브라더즈 2 스페셜은 내년 초 발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다른 일본 레트로 게임 IP인 선소프트의 슈퍼 패미컴 타이틀 '하시레 헤베레케'도 개발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현재 개발중인 자레코 IP 기반 '자레코 아케이드 컬렉션'은 우선 5개 타이틀만 선보였는데, 최종적으로는 더 많은 작품을 추가로 완성할 예정이다.
그라비티는 20년 넘은 라그나로크 IP가 워낙 건재한 까닭에 여전히 해당 IP를 통한 사업 전개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그라비티의 연간 매출은 7260억원, 영업이익 1600억원으로 8년 연속으로 최대 연간 실적을 갈아치우는 괴력을 보인 바 있다. '라그나로크 오리진'이 동남아 시장에서 크게 흥행하면서다.
하지만 일본에선 모회사가 라그나로크 사업을 맡고 있는 만큼 새로운 IP의 성공을 통한 신성장동력 확보도 요구되는 상황이다. 박 이사는 "일본 게임 시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라그나로크 IP 위주로 해왔고 이를 지속할 것이지만, 사업 전개 측면이나 회사가 더욱 크기 위해서는 다른 IP로도 다각화를 계속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일본에선 그라비티의 모회사 '겅호'(Gungho)가 PC 버전 '라그나로크 온라인'을 20년 넘게 서비스하고 있다. 라그나로크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 버전 'ROM'과 'RO오리진'도 일본에 론칭했으며, 올해는 'ROX'도 현지에 선보일 계획이다.
그러면서 "그라비티의 다른 해외 지사의 경우 RO 타이틀 서비스를 통해 안정적인 회사 운영을 할 수 있으나, 일본 지사의 경우 전략적으로 RO 타이틀이 아닌 타사 IP·신규 타이틀로 일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며 "현재는 고정 팬층이 있는 테라, NBA(미국프로농구), JLPGA(일본여자프로골프) 등 타사 IP의 서비스·개발을 통해 많은 노하우를 쌓았다"고 설명했다. 일본 현지에서 게임사 톱10에 꼽히는 모회사 '겅호'의 브랜드 신뢰도 역시 그라비티의 사업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일본 시장이 만만하진 않다. 독특한 특성이 있는 까닭에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 PC 온라인·모바일 게임보단 콘솔이 강세를 보이는 점을 고려한 퀄리티 관리도 필수적이기 있기 때문이다. 박 이사는 "일본은 주로 콘솔 게임을 즐기는 문화가 있기 때문에 한번 발매하면 끝인 콘솔의 특징상 조그만 버그가 있어도 멀리하는 경향이 있다"며 "내년에는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일본 시장에 가장 최적화하고 강력한 IP를 다수 활용해 일본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동훈 (99r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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