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뭐 했길래 번트도 제대로 못 대지?".. 롯데가 지금 꼴찌 하는 이유

리그 선발 ERA 1위 팀이 7승 1무 16패 꼴찌라는 게 야구에서 가능한 일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에이스가 7이닝 2실점을 막아도 지고, 외국인 선발이 11삼진을 잡아도 진다.

선발이 이렇게 잘 던지는데도 꼴찌를 하는 팀이라면, 선발 이외의 모든 것이 무너졌다는 뜻이다. 26일 광주 KIA전 5-5 무승부는 롯데가 왜 이 순위에 있는지를 단 한 경기에서 다 보여준 전시장 같은 경기였다.

2볼 카운트에서 번트 뜬공이 나왔다

롯데는 0-2로 끌려가던 4회 초반에 타선이 분전하며 2-2 동점을 만들었고, 1·2루 찬스까지 이어갔다. 더 달아날 수 있는 순간이었다. 김태형 감독은 전민재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했다. 카운트는 2볼 0스트라이크, 타자에게 이보다 유리한 상황은 없었다.

그런데 전민재가 댄 번트 타구가 떠올랐고 1루수 뜬공으로 연결됐다. KIA 야수진의 집중력이 조금 더 여유가 있었다면 낙구 후 병살타로도 연결될 수 있었던 타구였다. 찬스를 스스로 날린 것이다.

이런 장면이 올 시즌 한두 번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타선의 무게감이 떨어지는 만큼 김태형 감독이 작전 개입을 늘렸는데, 정작 그 작전이 성공하는 장면보다 실패하는 장면이 더 많이 기억에 남을 정도로 희생번트 성공률이 처참하다. 팬들 사이에서 "스프링캠프에서 번트 연습을 하기는 한 건가"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다 잡은 경기를 실책으로 헌납

번트 실패보다 더 뼈아픈 건 9회에 나왔다. 5-4로 앞선 상황에서 마무리 최준용이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는데, 대타 고종욱의 타구를 2루수 한태양이 잡아내지 못했다. 병살만 성공했으면 경기가 끝나는 장면이었는데, 그 실책 하나로 5-5 동점을 내줬다.

결국 롯데는 연장전에서도 점수를 뽑지 못하며 승리 대신 무승부를 가져갔다. 선발 ERA 리그 1위 팀이 이기는 야구를 못하는 이유가 번트 실패와 2루수 실책으로 이날 경기에 다 담겨 있었다.

선발만 믿어도 되나

롯데 선발진의 WAR는 리그 2위(3.86), 선발 ERA는 1위(3.45), QS+는 리그 최다다. 박세웅, 나균안, 김진욱, 비슬리, 로드리게스로 이어지는 라인은 어느 팀과 맞대결해도 밀리지 않는다.

그런데 이 선발진을 가진 팀이 꼴찌라는 현실은, 결국 나머지가 너무 심각하다는 뜻이다. 불펜은 팀 ERA 6.78로 리그 꼴찌고, IRS(기출루자 득점 허용률)는 42.9%로 40%를 넘는 유일한 팀이다. 타선 wRC+는 72.3으로 KBO 역사상 역대 최저 수준이다.

긍정적인 신호가 없는 건 아니다. 고승민·나승엽의 도박 출장 정지 징계가 5월 5일에 풀리고, 불펜에서도 김원중·정철원이 스프링캠프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여파에서 벗어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그 전에 작전 실패와 수비 실책부터 줄이지 못한다면, 선발진이 아무리 버텨줘도 롯데의 꼴찌 탈출은 요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