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복제약값 내려 혁신신약 공급...약가제도 개편에 업계 ‘요동’

심희진 기자(edge@mk.co.kr), 왕해나 기자(wang.haena@mk.co.kr) 2025. 11. 28.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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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13년만에 약가제도 개편]
혁신신약과 필수의약품 더 주고
복제약값은 최대 25% 내리기로
이르면 내년 하반기 경부터 시행
다양한 형태의 의약품을 키워드로 생성AI가 만든 이미지. [챗GPT]
정부가 내년부터 ‘제네릭(복제약)’ 가격을 현행 오리지널약 대비 53.55%에서 40%대로 인하하고, 신약은 지금보다 더 빨리 처방받을 수 있도록 약가 제도를 바꾼다. 또 국가필수의약품의 경우 약가에 프리미엄을 얹어주는 가산 기간을 최대 10년 보장한다.

보건복지부는 28일 ‘2025년 제22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약가제도 개선안을 논의했다. 2012년 이후 13년 만의 개편이다.

신약을 개발한 기업에는 확실한 보상을 제공하고, 국가필수의약품은 생산이 중단되지 않도록 공급 기반을 강화하려는 취지다. 개편안은 내년 2월께 건정심 의결을 거쳐 확정되며 이르면 하반기부터 시행된다.

가장 큰 변화는 복제약 가격 인하다. 고혈압약 A의 오리지널 약값이 1만원이라면 같은 성분의 제네릭(복제약)은 그동안 5355원에 공급돼왔다. 내년에 제네릭 약가가 오리지널의 40%대로 재산정되면, 제네릭 의약품 가격은 4000원선으로 내려간다. 환자 입장에서는 약값 부담이 줄어들지만 제약사는 그만큼 이익이 줄어들게 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제약업계가 받는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단계적으로 개편을 진행하겠다”며 “필요하다면 3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가격을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희귀질환치료제 급여 등재기간
현행 240일에서 100일 내로 단축
약 가격 인상과 인하에 엇갈린 희비를 키워드로 생성AI가 그린 그림. [챗GPT]
복지부가 약가제도를 개편하겠다고 나선 것은 혁신신약과 필수의약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혁신 신약은 개발비를 회수하기 어렵다며 국내 출시를 늦추고, 수익성이 낮은 필수의약품은 생산을 중단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이 같은 글로벌 제약사들의 행태에 ‘코리아 패싱’ 논란까지 일었다.

정해진 재정 안에서 혁신신약과 필수의약품 약가를 올려주기 위해 제네릭(복제약) 가격을 낮추겠다는 것이 정부 대책이다.

우선 희귀질환 치료제의 경우 현행 최대 240일이 걸리던 급여 등재 기간이 100일 이내로 대폭 단축된다. 복지부는 내년부터 신속등재 제도를 시범 도입해 지금까지 세 단계로 진행되던 절차를 두 단계로 묶어 처리하기로 했다. 한국의 신약 급여 등재는 허가 후 평균 18개월이 걸리는데, 이는 일본(3개월)·프랑스(15개월)보다 크게 늦은 것이다.

코리아 패싱을 막기 위한 약가 유연계약제도 추진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식 약가가 해외보다 지나치게 낮게 보인다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복지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공식 고시가격(표시가격)은 국제 수준에 맞추되, 실제 병원·약국이 지불하는 실거래가격은 현 수준으로 유지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예를 들어 표시가격이 100만원으로 고시되더라도 실제 거래가격은 50만원으로 유지되면 건강보험공단은 50만원만 지불하게 된다. 표시가격과 실거래가격을 구분하는 이원화 구조를 통해 신약의 국내 진입 문턱을 낮추면서도 재정 부담은 늘리지 않겠다는 취지다.

중증질환 치료제에 대해서는 약값 산정에 적용하던 ‘비용 대비 효과(ICER)’ 기준을 지금보다 유연하게 적용할 계획이다. 질환의 위중도나 환자 수, 재정 영향 등을 함께 고려해 기준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또 2027년부터 신약이 실제 진료 현장에서 어느 정도 효과를 보였는지(리얼월드데이터)를 확인해 그 결과에 따라 약값을 다시 조정하는 ‘후평가 모델’도 도입할 방침이다.

복지부 “복제약가격 내려도 된다”
업계는 “제약산업 기반 흔들릴 것”
제약산업 연구개발 위축을 키워드로 생성AI가 그린 그림. [챗GPT]
필수의약품 공급 대책도 한층 강화된다. 국가필수의약품 공급 중단은 2022년 24건에서 2023년 31건으로 늘었고 2024년에는 상반기에만 17건이 발생했다. 이에 복지부는 퇴장방지의약품 제도를 전면 재정비하기로 했다. 우선 지정 기준을 10% 상향해 더 많은 필수약을 제도 안으로 편입하고, 매출이 너무 적어 생산이 어려운 약에 대해 정부가 약값을 보전해주는 기준도 연 매출 1억원에서 5억원으로 확대한다. 원료를 직접 생산하거나 국산 원료를 사용하는 약제는 약가 가산을 최대 10년까지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가장 큰 구조 변화는 제네릭 약가 개편이다. 그동안 한국의 제네릭 약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2.17배에 달할 정도로 높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현행 제네릭 약가는 오리지널의 53.55%에서 38.69% 수준으로 산정돼왔지만 2026년부터는 일본·프랑스 등 주요국의 40~50% 수준을 반영해 40%대로 재편된다.

최초 제네릭 등재 이후 동시 등재 제품이 10개를 넘으면 ‘계단식 인하’를 일괄 적용하는 장치도 마련됐다. 동일 제제의 11번째 제네릭부터는 최초 제네릭 약가보다 5%포인트 낮게, 혁신형 제약기업의 경우에는 3%포인트 낮게 산정하는 방식이다.

복지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의견 수렴을 거쳐 세부안을 확정하고 약가 산정 기준 개편은 2026년 7월부터, 기등재 약제 조정은 2026~2029년 순차 적용한다.

“제약사 매출, 年 최대 1조원 감소
연구개발 위축…중소형사 흔들”
업계는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위한 핵심 방안인 제네릭(복제약) 약가 인하에 대해 “산업 기반을 흔드는 조치”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약가 산정 기준을 현행 오리지널 대비 53%대에서 40% 수준으로 낮출 경우 연간 최대 1조원 안팎의 총매출이 감소해 국내 제약사들의 연구개발(R&D) 재원이 고갈되고, 중소 제약사를 중심으로 경영 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를 초래하는 약가 인하 정책은 이미 진행 중이던 사업계획과 신규 투자 계획 전반에 차질을 가져올 것”이라며 “R&D, 설비투자, 인력 확보 등 산업 성장동력이 훼손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협회는 기업들이 낮아지는 영업이익률 속에서도 R&D 비중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높이며 국산 신약의 글로벌 진출, 파이프라인 확충, 의약품 수출 확대에 집중해 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약가 인하는 산업 혁신 흐름에 제동을 걸고 미래 성장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협회는 제네릭 산업의 역할에 대한 재평가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위기 당시 한국이 큰 혼란 없이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은 진통제·감기약·항생제 등 필수 의약품 다수가 국내 기업의 제네릭 생산으로 안정적으로 공급됐기 때문이며, 백신과 만성질환 치료제 등 주요 의약품을 자체적으로 생산해 온 국내 제조 역량 역시 보건안보의 핵심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협회는 “이 기반의 중심에 제네릭 산업이 있다”며 제네릭 가치를 축소하는 접근은 국가 전체 의료 대응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이번 약가 개편 방향에 대체로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혁신 신약에 대한 가치 기반 보상 강화, 희귀·중증질환 치료제의 신속 등재 확대, 사후평가 기반의 합리적 약가 조정 체계 등이 도입되면 국내 환자들의 신약 접근성이 높아지고 혁신 투자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는 “약가 제도의 투명성과 일관성이 강화되면 한국 시장의 매력도와 장기적 투자 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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