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 없앤다” 협박에 총기 위협까지… 매 맞고도 참아야 하는 이주노동자들

25일 기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04년 8월부터 국내에 도입된 고용허가제는 인력난이 심한 중소 제조업, 농축산업 등 사업장에 비전문취업(E-9) 이주노동자 고용을 허가하는 제도다.
한국어시험, 기술시험 등을 합격한 이주 노동자는 국내 구직자 명부에 등재돼 사업주로부터 선택을 받아야 일 할 수 있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사업주의 동의 없는 이직은 제한된다. 이직을 하더라도 허가된 권역내에서만 가능하다. 경기도 이주노동자는 35만 1천 명으로 전국 96만 6천 명의 36.8%를 차지하고 있다.
노동업계에서는 이주 노동자의 이직을 제한하는 고용허가제도가 인권침해의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직이 제한된 이주 노동자들은 사업주의 부당한 대우를 빋아도 제 2·3의 가해를 우려해 맞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14일 오후 4시께 화성시 만세구에 위치한 양계장에서 일을 하던 70대 남성 A씨가 네팔 국적 이주노동자 20대 B씨 등 2명에게 둔기를 휘두르고 사제 총기로 협박한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쇠파이프 등 재료를 이용해 총기 2정을 만들었고, 이 중 창고에 있던 1정을 들어 B씨 등에게 협박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월 20일에는 화성시 한 금속 세척업체 대표 60대 남성 C씨가 자신의 사업장에서 태국 국적 노동자 40대 D씨의 항문 부위에 산업용 에어건으로 고압공기를 분사해 중상을 입혔다.
이 사건과 별도로 약 2년 전 국내에 들어온 이주노동자 E씨는 경기도내 한 중소업체에 근무를 시작했다. 이후 다른 사업장에서 "임금을 더 주겠다"는 말에 그는 중소업체 사업주 F씨에게 "일을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F씨는 "비자 없앨 거다. 고소를 하겠다"는 등 협박을 했다. A씨는 직장을 옮기지 못하고 변호사 상담까지 받았다.
경기도가 지난해 외국인 계절근로자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 11%가 언어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이중 87.5%가 불이익이나 강제 출국 등을 우려 그냥 참는다고 답했다.
한상진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정책국장은 "고용허가제의 사업장 변경 제한과 체류 불안이 함께 맞물려 있어 이주노동자들이 폭행 등 피해를 입고도 신고를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며 "폭행이나 임금체불 등 인권침해 피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장을 보다 쉽게 옮길 수 있는 고용허가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2월부터 고용허가제 등 외국인 고용정책의 개선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다음달 중 이주노동자 권익보호 방안 등이 담긴 '외국인력 통합지원 로드맵'을 발표할 계획이다.
김강우·김남은 기자 kkw@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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