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 없앤다” 협박에 총기 위협까지… 매 맞고도 참아야 하는 이주노동자들

김강우 기자 2026. 5. 25.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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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침해 키우는 고용허가제
지난 3월 15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기념대회에서 이주노동자와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내 제조업 현장에서 이주노동자를 상대로 한 폭행·폭언 사건이 속출하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이주노동자가 일하는 사업장의 이직을 제한하는 고용허가제도가 이런 인권 침해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기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04년 8월부터 국내에 도입된 고용허가제는 인력난이 심한 중소 제조업, 농축산업 등 사업장에 비전문취업(E-9) 이주노동자 고용을 허가하는 제도다. 

한국어시험, 기술시험 등을 합격한 이주 노동자는 국내 구직자 명부에 등재돼 사업주로부터 선택을 받아야 일 할 수 있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사업주의 동의 없는 이직은 제한된다. 이직을 하더라도 허가된 권역내에서만 가능하다. 경기도 이주노동자는 35만 1천 명으로 전국 96만 6천 명의 36.8%를 차지하고 있다.

노동업계에서는 이주 노동자의 이직을 제한하는 고용허가제도가 인권침해의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직이 제한된 이주 노동자들은 사업주의 부당한 대우를 빋아도 제 2·3의 가해를 우려해 맞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14일 오후 4시께 화성시 만세구에 위치한 양계장에서 일을 하던 70대 남성 A씨가 네팔 국적 이주노동자 20대 B씨 등 2명에게 둔기를 휘두르고 사제 총기로 협박한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쇠파이프 등 재료를 이용해 총기 2정을 만들었고, 이 중 창고에 있던 1정을 들어 B씨 등에게 협박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월 20일에는 화성시 한 금속 세척업체 대표 60대 남성 C씨가 자신의 사업장에서 태국 국적 노동자 40대 D씨의 항문 부위에 산업용 에어건으로 고압공기를 분사해 중상을 입혔다.

이 사건과 별도로 약 2년 전 국내에 들어온 이주노동자 E씨는 경기도내 한 중소업체에 근무를 시작했다. 이후 다른 사업장에서 "임금을 더 주겠다"는 말에 그는 중소업체 사업주 F씨에게 "일을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F씨는 "비자 없앨 거다. 고소를 하겠다"는 등 협박을 했다. A씨는 직장을 옮기지 못하고 변호사 상담까지 받았다.

경기도가 지난해 외국인 계절근로자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 11%가 언어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이중 87.5%가 불이익이나 강제 출국 등을 우려 그냥 참는다고 답했다.

한상진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정책국장은 "고용허가제의 사업장 변경 제한과 체류 불안이 함께 맞물려 있어 이주노동자들이 폭행 등 피해를 입고도 신고를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며 "폭행이나 임금체불 등 인권침해 피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장을 보다 쉽게 옮길 수 있는 고용허가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2월부터 고용허가제 등 외국인 고용정책의 개선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다음달 중 이주노동자 권익보호 방안 등이 담긴 '외국인력 통합지원 로드맵'을 발표할 계획이다.

김강우·김남은 기자 kkw@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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