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복용중 "이 음식 먹으면 효과 사라집니다"

약을 제대로 복용했는데도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이상 반응이 생긴 경험이 있다면 음식과의 상호작용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약은 단독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입 안에 들어가는 음식물, 음료, 심지어 보충제와도 복잡한 화학적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며, 그 결과는 예측 불가능하다.

특히 일부 음식은 약물의 흡수를 차단하거나, 반대로 독성 수준까지 혈중 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약 복용 중 흔히 먹는 음식들 중에서도 반드시 피해야 할 4가지 조합을 정리해봤다. 일상에서 무심코 섭취한 음식이 치료를 방해하거나 건강에 심각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더 가까이 있다.

1. 자몽 – 혈압약, 면역억제제, 항우울제와 ‘절대 금기’

자몽은 건강한 과일로 알려져 있지만, 약과 함께 섭취할 경우 가장 강력한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식품 중 하나다. 자몽 속에는 푸라노쿠마린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는데, 이 물질은 간에서 약을 분해하는 효소(CYP3A4)의 활성을 억제하여 약물의 대사 속도를 급격히 떨어뜨린다.

이로 인해 혈압약, 콜레스테롤약(특히 스타틴계), 면역억제제, 항우울제 등을 복용 중일 때 자몽을 함께 먹으면, 약물 농도가 과도하게 상승해 부작용 위험이 커진다. 특히 혈압약과 자몽을 함께 섭취할 경우 갑작스러운 저혈압, 어지럼증, 심하면 실신까지 유발할 수 있다. 단 한 컵의 자몽주스만으로도 이러한 상호작용은 24시간 이상 지속될 수 있으므로, 자몽 섭취는 약 복용 기간 전체에 걸쳐 피해야 한다.

2. 우유 – 철분제, 갑상선 호르몬제, 항생제 흡수 방해

우유를 포함한 유제품은 칼슘이 풍부하지만, 특정 약물의 흡수를 방해하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특히 철분제, 갑상선 호르몬제(예: 레보록신), 테트라사이클린 계열의 항생제는 우유와 함께 섭취할 경우 그 효과가 절반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

칼슘 이온은 위장에서 이들 약물과 결합하여 불용성 복합체를 형성하고, 그 결과 체내 흡수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건강을 위해 약과 우유를 함께 섭취하지만, 이는 사실상 약을 버리는 것이나 다름없는 실수다. 우유를 마셔야 한다면 약 복용 전후 최소 2시간 이상 간격을 두는 것이 필수다.

3. 녹색 잎채소 – 와파린 등 항응고제와 충돌

혈액을 묽게 해주는 항응고제인 와파린(쿠마딘 등)을 복용하는 환자에게 있어 비타민 K는 양날의 검이다. 시금치, 케일, 브로콜리 같은 녹색 잎채소에는 비타민 K가 풍부하게 들어 있는데, 이 성분은 와파린의 작용을 억제하고, 혈액응고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즉, 와파린의 항응고 효과를 약화시켜 혈전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물론 이 채소들을 아예 먹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매일 꾸준하고 일정한 양을 유지해야 하며, 갑작스럽게 섭취량을 늘리거나 줄이면 와파린의 용량 조절이 어려워진다. 복용 중이라면 비타민 K 섭취량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식단 변경 시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

4. 커피 – 항생제, 갑상선 약, 진정제와의 부작용 우려

카페인은 다수의 약물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물질이다. 대표적으로 항생제(퀴놀론계), 갑상선 호르몬제, 벤조디아제핀계 진정제 등은 카페인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일부 항생제는 카페인의 분해를 지연시켜 카페인 농도를 높이며, 이로 인해 불안, 심계항진, 불면증 등 부작용이 강화될 수 있다.

반면 진정제를 복용한 상태에서 커피를 마시면 약물의 진정 효과가 상쇄되어 불면이나 신경과민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 특히 고용량 갑상선 약물 복용 중에는 카페인의 대사 속도에 영향을 주어 체내에서 불균형을 일으킬 수 있다. 약을 복용하는 날에는 커피 섭취량을 줄이고, 최소한 복용 전후 1~2시간은 피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