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정의가 만드는 이분법을 극복해야 한다

기호일보 2026. 4. 19.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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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한국 사회를 지배하던 논리는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였다.

그러나 오늘 우리의 현실은 그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선택적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명제를 마주하고 있다.

이는 우리에게 충분히 익숙한 것으로 특정 사건(인물)에는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지만 다른 사건(인물)에는 관대함이 허용되는 '선택적 기준'으로 국민의 신뢰를 잠식하고 사회를 날카로운 편 가르기로 내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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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 교육칼럼니스트/ 전 인천 산곡남중 교장
전재학 교육칼럼니스트
한때 한국 사회를 지배하던 논리는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였다. 그러나 오늘 우리의 현실은 그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선택적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명제를 마주하고 있다. 이는 우리에게 충분히 익숙한 것으로 특정 사건(인물)에는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지만 다른 사건(인물)에는 관대함이 허용되는 '선택적 기준'으로 국민의 신뢰를 잠식하고 사회를 날카로운 편 가르기로 내몰고 있다. 특히 검찰과 수사기관의 판단이 공정성 논란을 일으킬 때마다 법의 역할보다 집단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이분법적 사고'에 빠져들곤 한다.

얼마 전 한 고등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사회 과목 수업에서 검찰의 선택적 수사 논란이 주제로 오르자 학생들 사이에서 격렬한 의견 충돌이 벌어졌다. 특정 사건에서 '저건 명백한 정치적 보복'이라 주장하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다른 사건에 대해선 '그래도 이번 수사는 정당하다'고 말하며 서로를 향해 '편향'이라는 말을 주고받았다. 결국 이 논쟁은 법과 제도의 기능을 고민하는 토론이 아니라 상대를 '우리 편'과 '저쪽 편'으로 나누는 감정적 대립으로 막을 내렸다.

이 사례는 우리 사회가 겪는 갈등의 축소판이다. 선택적 정의가 반복될수록 시민들은 각자 옳다고 믿는 진영의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보게 되고 공적 기관조차 믿을 수 없다는 불신 속에서 이분법적 사고는 더욱 강화된다. 이제 우리 교육이 이런 상황을 방관할 수 없는 이유는 분명하다. 학생들은 사회의 축소판이자 앞으로 건강한 민주주의를 이뤄 나갈 시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선택적 정의가 만든 분열을 교육에서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첫째, 사례 기반의 '비판적 사고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특정 사건을 '누가 맞느냐'의 문제로 접근하기보다 법의 원리·절차·증거의 역할 등 판단의 기준을 함께 세워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스스로 원칙을 적용해 보게 하면 보수·진보 진영이 아닌 '기준'에 따라 생각하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공적 기관을 바라보는 균형 감각을 길러야 한다. 이는 검찰·법원·언론의 기능과 한계를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시민교육이 중요한 이유다. 사건 하나만으로 기관 전체를 흑백으로 규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제도가 민주사회에서 어떻게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지 체계적으로 배워야 한다. 이러한 기초가 있을 때 특정 사건의 결과에 따라 신뢰가 요동치는 사회적 불안도 줄어들 것이다.

셋째, 교실을 '대립의 장'이 아니라 '공론의 장'으로 전환해야 한다. 의견 차이는 분열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더 나은 판단으로 나아가기 위한 기회여야 한다. 교사는 다양한 관점이 안전하게 표현될 수 있도록 토론 규칙을 마련하고 학생들이 상대의 주장을 경청하고 배울 점을 찾도록 이끌어야 한다. 이는 민주주의의 기본 태도다.

결국 선택적 정의의 문제는 교육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관점의 변화에서 출발한다. 법이 공정해야 사회가 건강해지듯 생각의 기준이 공정해야 시민이 성숙해진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누가 옳은가'를 가르는 판별이 아니라 '어떻게 옳음을 세울 것인가'를 함께 고민하는 역량이다. 우리 교육이 육성하는 미래 세대가 진정한 민주시민이 되려면 이분법의 언어가 아닌 공정과 성찰의 언어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우리 교육이 담당해야 할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책임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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