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부림 난동에 직빵일 것 같은 제압무기

이 영상을 보라. 일본에서는 칼을 들고 설치는 사람을 이런 길다란 봉을 사용해 이렇게 흉기를 멀리서 잡아채기도 하고, 사람을 넘어뜨리고 제압한다. 사스마타라고 부르는 진압도구인데 이거 칼부림 진압에 꽤 도움될거 같은데 이메일로 “한국에선 왜 사스마타를 도입 안 하는지 알려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해봤다.

먼저 경찰청에 물어봤는데 경찰에서도 일단 관심을 갖고있었다.

경찰청 관계자
“시제품을 몇 개 구매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게 제대로 TV에 나오는 것처럼 작동되는 건지 한 번 보려고요.”

경찰은 이 사스마타가 최근 뉴스에서 많이 소개되면서, 잘 되는 건지 제품을 확인하는 과정 중에 있다고 했다. 이번에 시제품으로 구입하려는 건 검은띠 모양의 헤드를 장착해 이렇게 난동을 부리는 범인 몸에 대면 탁 잡아 채는 버전으로 두달 전에 나온 신형이다.사스마타를 구매하는건 이번에 처음 논의된 거라고 했다.

일본 판매업체 사이트에 가보면 장비 사용설명이 친절하게 돼 있는데 보통은 봉에 부착된 검은띠 헤드로 범인을 꼼짝못하게 하지만 2인1조일 경우 한 명은 범인 앞에서 봉을 사용해 대치하는 동안 다른 1명이 뒤에서 검은띠를 손으로 날려 다리쪽을 공략하는 방법 등 응용방식이 다양하다.

사실 사스마타 얘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범인을 강하게 제압못하는 한국 경찰의 행태가 도마에 오를때마다 도입해야 한다는 얘기가 많았지만 상대적으로 무겁고 부피도 커서 순찰차에 싣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 때문에 고려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파출소 순찰 요원들이 그런 큰 장비(사스마타)들을 휴대하고 다닐수는 없잖아요 . 순찰차에 적재할 수 있는 부피도 한계가 있고… 기존에 38구형 같은 경우에는 경량화 시켰고, 최근에는 총기사용을 거의 안하는게 테이저 사용이 보편화됐기 때문에…”

하지만 한국 경찰은 범인을 잡는데 보유중인 휴대 무기들을 잘 활용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다. 바로 정당방위 때문. 그동안 「경찰관직무집행법」에서 무기의 사용과 관련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그 사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필요한 한도에서’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해왔는데, 기준이 모호해 경찰이 적극적으로 무기로 대응하지 못한 것.

현장의 경찰들 스스로도 자조하는 분위기가 팽배한데 최근 서울 신림역, 분당 서현역 칼부림 사건 이후에 한 경찰이 커뮤니티에 ‘칼 맞아가며 일해봐야 수억씩 깨지고, 범죄자 인권 지키느라 경찰도 죽어나간다’는 글을 쓰기도 했다.

실제로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지금까지 경찰의 정당방위가 인정된 사례가 겨우 14건이다. 그래서인지 저번 신림역 칼부림 현장에서도 경찰이 테이저건을 쏴서 제압하지 못하고 ‘칼 버리세요’라며 존댓말을 쓰는 광경까지 펼쳐졌다. 이런 상황이니 해외에서 활용도가 높은 사스마타 도입 얘기가 나오는게 당연하다.

다만 현재 경찰이 보유중인 무기를 제대로 활용하게 하려면 정당방위 문제뿐 아니라 무엇보다 경찰의 훈련역량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서유럽 국가들 같은 경우에는 현장 대응 훈련을 거의 매일 하다시피 해요. 별도의 시간을 아예 딱 책정을 해가지고 맨손으로 제압하는거, 고무총같이 먼 거리에서 굉장히 타격감 있는… 그런거에 대한 훈련들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제대로 제압이 돼요.”

또 사스마타라고 해서 흉기난동범을 완벽하게 잡는 무기로 보기는 어렵다. 일본 판매업체에서도 장단점을 함께 제시하고 있는데 장점은 범인의 신체 구속에 집중해 과잉방어 억제, 반복사용을 통한 실질적 훈련에 효과적인 점 등이고, 단점으로는 범인을 최종적으로 무력화시키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힘으로 버겁고, 지원이 필요해 최소 2팀 이상으로 대응할 때 효과적이라는 거다.

도심에서 아무렇지않게 칼부림 위협이 계속되고 SNS에 10대들이 놀이를 하듯 살인위협 글을 올리는 흉흉한 풍경은 이것은 장난이 아니라 실전이라는 강력한 대응을 통해서만 제압할 수 있을거다. 현장의 경찰들 스스로도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민들의 공포가 잠잠해질 거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과잉 대응을 피하면서도 확실하고 강력한 대응을 어떻게 할지, 그걸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꼼꼼히 따져봐야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