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野 추진 ‘압색 영장 사전 심문제’…법무부는 반대
기존 제도 유사…실익 없어” 국회에 제출
검찰의 과도한 수사를 통제한다는 명목으로 야당이 추진하는 ‘압수수색 영장 사전 심문제’(사전 심문제)에 대해 법무부가 반대 의견을 국회에 낸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법원행정처는 “도입 취지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지난 7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지난달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반대 근거는 수사 지연과 밀행성 훼손, 법관 재량에 따른 형평성 문제, 유사 제도 운영 세 가지라고 한다.
◇”압수수색 대상자도 수사 정보” 유출 우려
사전 심문제가 도입될 경우 수사기관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면 법원은 별도로 영장 발부에 대한 심문기일을 지정할 수 있게 된다. 수사기관은 압수수색 대상자 또는 대리인이 출석한 법정에서 압수수색의 필요성을 설명하게 되는 것이다.
법무부는 심문기일 일정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사건관계인들이 법정 출석을 회피하는 등 수사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고 한다. 또 심문기일이 지정될 경우 압수수색 대상자가 집행 전 공개되는 만큼 수사 상황이 유출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법무부는 제기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압수수색 대상자가 누구인지도 중요한 수사 정보에 해당한다”며 “영장 집행 전 대상자에게 통보가 갔다는 입소문이 사건관계인들 사이에 퍼질 경우 수사 초기 단계에서 주요 물증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했다. 증거인멸 등 ‘사법방해’ 행위가 벌어질 수 있다는 취지다.
◇심문 여부는 법관 재량…형평성 우려도 제기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받은 판사는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영장의 발부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심문기일을 정해 영장을 신청 또는 청구한 수사기관을 심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관의 판단에 따라 심문을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법무부는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국회에 전달했다고 한다. 사실관계나 법리가 복잡한 ‘화이트칼라 범죄’ 사건의 경우에만 심문 기회가 부여되는 등 특정 사건의 피의자들이 ‘수사 지연’을 특혜처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예컨대 주가 조작, 폰지 사기 등 범행 구조가 복잡한 사건은 수사 초기 압수수색을 통해 증거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심문을 하게 되면 수사가 늦어지는 것은 물론, 증거자료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범행 구조가 상대적으로 단순한 형사 사건들의 경우 법관이 굳이 심문기일을 지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할 수 있다”며 “형사 사건 피고인들이 동등한 방어권을 보장받지 못할 수 있다”고 했다.
◇”영장 기각 사유, 수사에 반영 중…실익 없다”
법무부는 현재도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며 그 사유를 알려주고 있어, 사전 심문제를 도입해도 실익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영장 기각사유를 검토한 뒤 보완수사해 영장을 재청구하는 만큼 수사기밀 유출 등 부작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사전 심문제를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예컨대 ‘범죄사실의 증명이 부족하다’ 등 법관이 밝히는 기각사유들은 수사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행정처는 “기본권 침해 최소화 취지 공감”
법원행정처는 국회에 “불필요한 압수수색 영장 발부를 제한하고 광범위한 압수수색으로 인한 피의자 등의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한다”는 입법 취지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밝힌 상태다. 다만 도입 여부는 “입법 정책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의견서엔 ‘수사 밀행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를 결정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고 한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해 12월 열린 인사청문회 당시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앞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재임하던 작년 2월 법원행정처는 사전 심문제를 신설하는 내용의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당시 검찰뿐 아니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수사기관의 반대로 논의가 중단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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