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통보'로 교체된 YTN 시청자위원 "사영화 후 공정방송 무력화"
김현식 민언련 미디어위원, 마지막 회의에서 "보도·제작 자율성 균열" 비판
보도본부장 "되돌릴 수 없는 민영화… 공정성·공익성 더 나아져"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공적 지배구조의 YTN이 사영화되며 사장 추천위원회, 보도국장 임명 동의제 등 공정방송 YTN을 뒷받침한 각종 장치가 무력화되고 사내 보도와 제작 자율성에도 균열이 생겼다.”
13기 YTN 시청자위원인 김현식 위원(민주언론시민연합 미디어위원)이 마지막 회의에서 민영화 이후 YTN에 대한 작심 비판을 내놨다. 이와 관련 YTN 보도본부장은 민영화 이후 YTN 공정성·공익성이 더 나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YTN 13기 시청자위원회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1년 동안 활동했고, 이 기간 YTN 민영화가 완료됐다. 유진그룹은 지난 2월 한전KDN과 한국마사회의 YTN 지분 인수를 완료했다. 13기 위원회 임기 중 김백 사장이 임명됐으며, 사측은 지난 4월 시청자 옴부즈맨 프로그램에서 시청자위원회 의견을 전하는 코너를 폐지하겠다고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현식 위원은 지난달 27일 마지막 시청자위원회 회의에서 “1년여 동안 많은 일을 겪었다”며 “지난해 11월 시청자위원 5명이 연명 성명을 발표해 '지난 30여 년간 이어온 보도 전문 채널 YTN의 공공성과 공익성의 가치를 보존하라'고 촉구했다. 올해 2월엔 (방송통신위원회의 YTN 최대주주 변경 승인 취소를 요구하는) YTN 전현직 시청자 위원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고 회고했다.
김현식 위원은 “결과적으로 공적 지배구조의 YTN이 사영화되며 사장 추천위원회, 보도국장 임명 동의제 등 공정방송 YTN을 뒷받침한 각종 장치가 무력화되고 사내 보도와 제작 자율성에도 균열이 생겼다”며 “2인 체제에서 속전속결 졸속으로 처리한 YTN 최대 주주 변경 승인 건에도 어떠한 식으로든 간에 향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식 위원은 “시민 데스크 코너 폐지 건을 가장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YTN이 시청자 알권리와 권익 증진을 위해 진정성 있게 고민하고 실천해 나가길 바란다. 시청자는 국민에게 신뢰받는 공정방송 YTN을 위해 기초적이며 가장 중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기억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윤영미 부위원장(소비자와함께 공동대표)은 최근 YTN이 민영화된 후 논조가 보수적으로 바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지상파도 마찬가지고, 정권에 따라 경영진이 바뀌고 논조가 바뀌는 것은 언론의 정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언론의 역할에 충실한 YTN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김종균 YTN 보도본부장은 김현식 위원 발언에 대해 “민영화를 원했던 구성원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특정 시기에 특정 진영과 관련된 편파 방송이 많았고 거기에 대한 지적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민영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며 “민영화된 YTN은 되돌릴 수 없는 상황으로 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종균 본부장은 “이미 민영 대주주가 들어와 있고 돈은 투자돼 있고, YTN 전체 조직이나 모든 게 다 민영 체제로 바뀐 상황”이라며 “다만 그 이전의 YTN과 민영화된 YTN의 공공성, 공익성은 더 나았으면 더 나았지 더 나빠진 경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김종균 본부장은 윤영미 부위원장 의견에 대해 “정권에 따라 경영진이 바뀌는 관행이 있다고 했는데, 민영화로 인해 이 부분이 완화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YTN 시청자위원회 운영 규정에 따르면 위원 임기는 1년이지만, 1회 연임할 수 있다. 하지만 YTN은 시청자위원을 전원 교체해 14기 위원회를 꾸렸다. YTN은 위원 전원 교체 사실을 13기 위원들에게 전화로 통보했다. 이와 관련 엄효식 위원(같다 커뮤니케이션 대표)은 “7월에 (시청자센터장의 위원 교체 통보) 전화를 받고 처음에 굉장히 불쾌했다”며 “이런 얘기를 공식적으로 해야지, '당신들 해고야'라는 식으로 통보한 것은 센터장이 결정한 게 아니라 전무이사나 보도본부장이 지침을 줬으니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했다.
오경진 위원(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 역시 “1년 임기 후 연임해서 보통 2년 동안 활동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새 임원진 교체 이후 시청자위원회 전원 교체 결정 통보를 전화를 통해서 받았다”며 “시청자위원회 활동은 여기서 마치지만 앞으로도 비판적이고 날카로운 시각으로 YTN 보도들 잘 지켜보도록 하겠다. 비판적이고 날카로운 보도에 힘써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YTN 14기 시청자위원회 위원은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김창숙 경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외래교수, 박상진 휴고컨설팅그룹 부회장, 박인복 한국부동산개발협회 민관협력 부회장, 반명진 한국외국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연구소 연구원, 석우석 올바른광고문화운동본부 대외협력 위원장, 신민수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이동원 서울사이버대 교양학과 교수, 이영준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이우진 전 차세대수치예보모델개발사업 단장, 임희윤 문화평론가,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미디어팀장, 최지원 사회복지사, 황승경 문화미래포럼 사무처장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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