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차로 짐을 어떻게 옮기죠?" 외국에서 1700만 뷰 찍은 K-이사 문화
[땅집고] “와, 한국인들 진짜 똑똑하다! 모든 나라에 사다리차를 도입하자!”
최근 유튜브에서 한국의 이사 문화를 소개한 영상이 조회수 1700만 회 이상을 기록하면서 화제를 몰고 있다. 고층 아파트로 이삿짐을 나를 때 사다리차를 사용하는 장면을 담은 영상이다.
우리나라에선 이삿날마다 꽤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지만, 댓글 창을 보면 외국인들이 “신기하다, 모든 국가에 사다리차를 도입해야 한다”, “엘리베이터로 이사하는 것보다 훨씬 쉬워 보인다”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외국에서도 사다리차를 이용해 이사하는 나라가 있긴 하지만, 북미나 유럽 등 지역에선 크게 보편화된 장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인구 대비 국토가 좁아 최대한 많은 주택을 짓기 위해 아파트를 고층으로 짓는 우리나라와 달리, 땅이 넓은 외국에선 아파트 대신 최고 2~3층에 불과한 저층 주택을 많이 짓기 때문이다. 이런 주택에선 이사하는 데 사다리차까지 동원할 필요가 없어 짐을 직접 들고 계단을 오르거나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에선 언제부터 이삿날마다 사다리차가 필수 장비로 자리 잡게 되었을까. 업계에선 대략 1970년대라고 보고 있다. 시대 흐름에 따라 아파트 높이가 점점 높아지면서 이사 장비도 따라서 고도화된 결과라는 의견이 나온다.
우리나라에 2층 이상 아파트가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산업화 시기인 1960년대부터다. 많은 사람이 도시로 몰리면서 아파트에 사는 사람 수도 자연스레 늘었다. 다만 이때는 아파트가 저층이라 내부에 엘리베이터가 없거나, 있더라도 공간이 좁아서 많은 짐을 실어 나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삼륜차 등을 이용해 짐을 옮기고, 집까지는 단순히 손으로 짐을 들고 나르는 형태의 이사가 보편적이었다고 전혀진다.
1980~1990년대 들어 아파트 높이가 10층 이상으로 높아지자 이삿집 업계에선 새로운 장비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바로 곤돌라다. 네모난 승강장치에 발판을 부착하고, 여기에 줄을 달아 건물 옥상으로 연결한 뒤 거실 창이 크게 난 베란다 쪽으로 짐을 오르내리는 형태다. 다만 곤돌라는 이삿짐을 많이 싣거나 무거운 물품을 운반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은 장비였다.
실제로 이삿날 곤돌라로 짐을 나르던 인부들이 사망하는 끔찍한 사고도 적지 않게 발생했다. 1991년에는 인천시 남구 학익동 ‘신동아아파트’에서 15층에 설치한 곤돌라를 제대로 고정하지 않아 추락하면서 집주인과 이삿짐 센터 인부 3명이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1993년에도 서울 성동구 자양동 ‘한양아파트’에서 곤돌라 안전핀이 빠지는 바람에 이삿짐을 나르던 직원 1명이 바닥으로 떨어져 사망에 이르렀다.
이런 위험을 보완하면서, 점점 더 고층화되는 아파트 이사를 지원하기 위해 건설에 사용하던 사다리차가 도입됐다. 곤돌라보다 훨씬 많은 짐을 실을 수 있으면서 더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어 우리나라에서 보편적인 이사 장비로 자리 잡게 됐다.
이삿짐 업계에 따르면 사다리차 비용은 건물 층수에 따라 결정된다. 통상 5층 이하 10만~20만원 10층 이하 20만~40만원 20층 이하 40만~60만원 수준이라고 전해진다.
다만 최근 새 아파트에선 사다리차를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약 20층 이상인 고층 주택이라면 사다리가 너무 길어지면서 장비가 흔들리거나 차량이 전복될 위기가 있기 때문에 이용을 삼가는 편이다.
또 조망권을 극대화하기 위해 난간을 투명한 유리로 만든 아파트 단지에서도 사다리차 이용이 금지된다. 철제인 사다리차를 걸칠 경우 난간이 깨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단지에선 반드시 엘리베이터를 통해 이사해야 한다.
이때 엘리베이터 이용료를 별도로 부과하는 아파트도 있어 사전에 관리사무소나 입주자대표회의에 금액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2019년 서울시가 1971개 단지를 대상으로 이삿짐 운반 엘리베이터 사용료를 조사한 결과, 평균 사용료가 10만4000원 수준이었으며 최고 금액은 55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글=이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