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고점 대비 50% 폭락…암흑기 도래하나

세계 최대 가상자산인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해 10월 초 고점 대비 약 50% 하락하고 시가총액에서 약 1조달러가 증발해 시장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사진 제공=픽사베이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날 비트코인은 한때 13% 급락하며 2024년 9월 이후 처음으로 6만달러선까지 떨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가상자산 업계에 친화적인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기록한 상승분을 사실상 전부 반납했다. 하루 만에 미국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에서는 4억3400만달러가 순유출됐다.

이날은 비트코인 가격은 일부 회복했지만 불안한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상자산 시장은 작년 10월 대규모 강제 청산 사태 이후 투자 심리가 크게 훼손됐다. 지난주에는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으로 매파 성향인 케빈 워시가 지명되자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해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됐다. 여기에 기술주 후퇴, 귀금속 시장의 변동성 확대 등과 맞물려 매도세가 더욱 거세졌다. 이번 주 스콧 베센트 미 재무부 장관이 "비트코인 가격이 붕괴하더라도 정부가 개입할 권한이 없다"고 발언한 점도 하락세를 부추겼다.

디지털 자산 헤지펀드 아폴로크립토의 프라틱 칼라 리서치 총괄은 “비트코인 변동성이 지난주 대비 두 배로 확대됐다”며 “우리 같은 플레이어들과 다른 투자자들은 지금을 ‘피가 거리로 흐르는’ 순간으로 인식하고 매수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에릭센즈캐피털의 데미언 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6만달러 선에서의 반등이 “해당 구간에 강한 지지선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투자 심리가 여전히 신중한 만큼 “급격한 반등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현재 가상자산 시장에서 나타나는 움직임이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과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일본의 초저금리로 자금을 빌려 전 세계의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으로 일본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면 해외 주식 및 가상자산 등 기존 자산에 대한 매각 압력이 커지진다. 올해 초 엔 하락을 막기 위해 미국과 일본 재무부가 공조해 시장 개입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오며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대한 우려가 커진 바 있다.

몬티스파이낸셜의 데니스 폴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엔화 캐리 트레이드 추가 청산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최근 몇 달간 시장을 떠받쳐온 광범위한 투기적 매수세에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가상자산의 실질적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자유 낙하 상태에 있으며 추가 하락 가능성이 크고 그 공포가 다른 시장으로도 번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5거래일 동안 ‘월가 공포지수’라고 부르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25% 이상 급등했다고 지적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해 통화 가치 하락에 대한 헤지 수단이자 전통 안전자산인 금의 대안이라는 매력을 동시에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자유지상주의자들의 선호 자산에서 정치적 도구로 변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크루그먼은 서브스택에 올린 글에서 “가상자산은 몇 달 전과 같은 수준의 정치적 영향력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트코인 급락과 기술주 부진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판단하기 어렵지만 나스닥지수는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지 3주 뒤인 작년 10월 29일에 고점을 찍은 바 있다. 그러나 지난 한 달간 나스닥지수는 3.8% 이상 하락했고 현재는 11월 중순 이후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또 이번 주 소프트웨어 관련주가 급락세를 보이며 2001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나스닥 대비 부진한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 시가총액의 약 40%를 차지하는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 기술주는 연초 이후 4.8% 하락했다.

그래나이트베이웰스 매니지먼트의 폴 스탠리 CIO는 “비트코인 가격은 기술주와 보조를 맞춰 움직여 왔고 공포가 커질 때 비트코인과 기술주는 대체로 동시에 하락한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들은 먼저 팔고 나중에 질문을 던지는 경향이 있고 비트코인은 최근 몇 년간 크게 오른만큼 투자자 공포에 가장 취약한 자산군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피보터스파트너스의 리처드 파 수석 시장 전략가 “비트코인 가격에 대한 우리 목표는 0달러”라며 “이는 단순한 충격 효과를 노린 발언이 아니라 수학적으로 도출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비트코인을 대량 보유한 기업들도 타격을 입고 있다. 전 세계 비트코인 보유 1위 기업인 마이클 세일러의 스트래티지는 전날 실적 발표에서 보유 비트코인의 평가액 손실로 작년 4분기 순손실이 124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최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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