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C의 미국 유리 기판 자회사인 앱솔릭스의 2공장 증설이 끝내 무산됐다. 반도체 소재를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은 SKC가 지난해만 해도 핵심 과업으로 추진했지만, 생각보다 더딘 시장 개화 속도와 빠듯한 현금흐름 때문에 그 해 말 재검토에 들어간 사안이다. 회사는 대신 기존의 1공장 시설을 보완하는 성격의 설비 투자를 집행할 방침이다.
16일 투자은행(IB)과 소재 업계에 따르면 SKC는 앱솔릭스의 2단계 투자 계획을 접었다. 앞서 앱솔릭스는 2024년 미 조지아주에 연산 1만2000㎡ 규모의 생산 기지를 준공한 데 이어, 6만㎡ 규모 2라인을 추가해 캐파(생산 능력)를 7만2000㎡ 규모로 확충하는 2단계 증설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예상 물량에 비해 선제적 증설의 리스크가 크다는 회의론이 부상했다.
SKC는 앱솔릭스 2공장 증설을 제시하긴 했지만 로드맵 차원일 뿐이며, 향후 수요에 따라 2공정 증설을 재검토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현재로선 상업화에 집중하고 있으며, 1공장을 풀가동해 수요에 대응한 이후 2공장 증설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SKC는 최근 유상증자로 조달한 1조1671억원 중 절반 이상인 5896억원을 앱솔릭스 증권 취득에 활용하기로 했다. 해당 자금은 오는 2028년까지 연간 약 2000억원씩 앱솔릭스의 양산 체제 구축에 쓰일 예정이다. 앱솔릭스의 경우 이미 설비를 갖추고 시제품을 생산 중이지만, 아직 양산 단계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 양산에 들어가면 초기 운전자본이 많이 들어가며 이를 대비한 운영자금과 보완 투자에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보완 투자와 관련해선 효율이 좋은 장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SKC는 유상증자 보고서 등에서 "글라스기판은 세계 최초로 상업화를 추진하는 생산 공정인 만큼, 양산에 최적화한 장비 선정 및 공정 안정화 과정에서 보완 작업이 수반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앱솔릭스의 경우 양산이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다. 양산을 위한 최종 단계인 퀄리티 테스트를 좀처럼 통과하지 못하면서, 상업화 시점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유상증자 보고서 등에서 "고객사 맞춤형 양산 과정에 개입되는 기술적 변수가 당초 예상한 것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며 상업화 지연을 공식 인정하기도 했다.
현재 고객사와 신뢰성 평가를 앞두고 있으며, 잠재 고객은 AMD(Advanced Micro Devices) 포함 4곳이다. 1년 전에서 크게 진전된 내용은 없다. 올해 중 유의미한 퀄테스트 결과를 확보하는 게 당면 과제로 꼽힌다. 앱솔릭스는 이달 말 신뢰성 테스트용 샘플을 고객사에 인도할 예정이다. AMD보다는 데이터 센터, 하이퍼 스케일러 납품을 우선 타진하고 있다.
이처럼 상업화 허들이 낮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중장기 성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이 나온다. 해외 투자자들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테크(Tech) 섹터에 뭉칫돈을 굴리는 중동과 아시아권 국부 펀드들이 지분 투자 의사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캡티브마켓(Captive Market)인 SK하이닉스와의 시너지 창출도 관전 포인트다. 실제 앱솔릭스는 SK하이닉스와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인텔과 SK하이닉스 출신의 강지호 사장이 앱솔릭스 대표이사로 부임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SK그룹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강 대표 선임은 최태원 SK 회장의 의중으로, SK하이닉스와 협업도 염두에 둔 인사"라고 귀띔했다. 강 대표는 미국 인텔에서 15년간 기술 경험을 쌓은 뒤, SK하이닉스에 합류해 C&C(Cleaning&CMP) 기술을 이끌어 온 반도체 공정 분야 전문가다.
박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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